[르뽀]창업국가 이스라엘을 가다④-한국·이스라엘 협력
한국 제조력·마케팅력…이스라엘 네트워크·자금 협력해 상부상조

노벨상 수상자의 연구실 모습. 200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Robert Aumann은 수학자이면서 게임이론으로 경제학상을 받았다.
노벨상 수상자의 연구실 모습. 200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Robert Aumann은 수학자이면서 게임이론으로 경제학상을 받았다.
"한국의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능력과 글로벌 마케팅력, 세계적 규모의 대기업 등 강점과 이스라엘의 브레인, 창의성, 혁신성 등과 결합시키자. 윈-윈 게임이 될 것이다."

"나노 단위의 조작으로 수술을 하지 않고도 신경들을 연결해 치료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한국의 제조 능력과 연결해 이를 실현시키고 함께 세계로 진출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자원이 없고 브레인만 있는 두 나라는 공통점이 많다. 한국의 대기업은 글로벌에 성공했지만 벤처기업과 서비스업의 경우 세계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제조 능력이 부족하고 인구도 800만명 밖에 없어 시장이 작다. 한국은 인구가 5000만명이나 되고 제조업도 갖고 있으니 함께 힘을 합쳐서 세계로 나가자. 우리가 갖고 있는 유대인 네트워크와 자금도 연결할 수 있다."

이스라엘에서 만난 많은 과학기술인과 경제인들의 한결 같은 반응이다. 창업국가를 배우러 갔다 오히려 한국이야말로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라며 협력 요청을 받았다. 이들 전문가들은 단도직입적으로 협력 방안을 거론하기도 했다.

총리실의 수석 자문관인 에이탄 엘리람(Eitan Eliram)은 "한국의 젊은이들과 이스라엘의 젊은이들은 둘 다 군 복무를 하니 일주일 정도만 함께 생활하게 하면 바로 의기투합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것"이라며 "실패를 두려워한다고 하는데 이스라엘에 와서 시도를 하면 실패해도 재기가 가능하니 오히려 많이 배우고 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제조 능력과 이스라엘의 세계적 네트워크를 연결해보자. 동방의 형제국으로 생각하겠다. 분명 두 나라 모두에 이득이 될 것이다"라고 거침없이 말했다.

이스라엘의 대학을 비롯한 기관들은 테러 등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들어갈때 검문을 한다.
이스라엘의 대학을 비롯한 기관들은 테러 등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들어갈때 검문을 한다.
현재 이스라엘 아시아 상공회의소 회장이자 전직 산업통상부 장관이었던 란 코엔(Ran Cohen) 회장은 "이스라엘의 탈무드에 기반을 둔 두뇌 훈련과 그에 기반을 둔 기초과학 분야의 실력은 세계적이다. 이 부분을 한국과 연계하고 싶다"며 "중국은 너무 크고, 일본은 너무 발전해 함께 성장하는 파트너로는 적당하지 않다. 한국은 강한 기술력에 우수한 노동력, 성공 경험 등을 갖고 있어 우리한테 맞는 파트너"라며 협력 방안을 타진했다. 그는 전직 장관으로서 "두 나라의 협력에 씨앗을 뿌리고 싶다"며 "올 가을 이스라엘의 대규모 통상사절단을 한국에 파견하고 싶다"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요즈마 그룹의 이갈 에를리히(Yigal Erlich) 회장도 "이스라엘에는 벤처가 많고, 한국에는 세계적 규모의 기업들이 있다"며 "이 차이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에 있어 혁신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출구전략이고 이를 위해서는 세계적 네트워크를 갖춰야 한다"며 두 나라의 협력이 한국 정부의 창조경제와 관련해 일정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스라엘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인구 800만명의 이스라엘이 갖기 어려운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능력과 삼성과 LG·현대 등 세계적 대기업, 여기에 국민들이 하나가 되어 위기를 돌파하는 결집력, 싸이의 한류처럼 세계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파급력, 빨리빨리 정신으로 대변되는 역동성 등 한국 과학 및 경제의 매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우리나라는 창업국가란 책을 통해 이스라엘은 로켓포가 날아와도 생산활동에 지장을 주지 않고 오히려 단합하며, 우수한 과학기술력을 바탕으로 제2의 실리콘밸리가 돼 창업을 활성화, 나스닥에 외국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기업을 진출시키는 등의 장점을 가진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일정 부분은 진실이기는 하나 창업 기업들의 지속성과 첨단 과학기술의 국가 경제 기여도 비중 등은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들은 시장 규모와 인력 수급 등에서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사업을 키우기 보다는 세계적인 대기업에 팔고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우수한 기술을 직접 제조해 시장에 내다팔면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음에도 제조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제조능력을 가진 기업에 로열티를 받고 파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등 이스라엘이 느끼는 애로 사항도 있다.

조직 구성원들이 각자 자기 의견이 있어 다양성과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이는 달리보면 일체감을 갖고 움직이는데 많은 절차와 비용이 수반된다. 자연 시간도 지연돼 효율적인 면에 대해서는 달리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대규모 제조 경험이 없다보니 부품의 조달도 한계가 있고, 시장이 작아 국산화율이 높지 않다. 기후도 아열대성 기후라 사람들의 몸놀림도 우리처럼 재빠르지가 않다.

결국 이스라엘의 활로는 우수한 과학기술 능력을 기반으로 본인들이 아이디어 공장 역할을 하고 이를 제조·마케팅해 세계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능력있는 파트너를 찾는 일이다. 여기에 유대인들 특유의 네트워킹과 자금력은 훌륭한 매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유대교에서 안식일은 금요일 일몰에서 토요일 일몰까지이다. 금요일 오후부터 시장은 철시를 시작하고 일부 택시를 제외한 대중교통도 운행되지 않는다. 안식일이 시작된 금요일 저녁에 예루살렘 올드시티내 이른바 통곡의 벽에 유대 종교인들과 가족들이 모여 기도를 하는 모습.현장에 있으면서 이 의식을 통해 유대인들간에 공동체로서의 유대감을 확인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유대교에서 안식일은 금요일 일몰에서 토요일 일몰까지이다. 금요일 오후부터 시장은 철시를 시작하고 일부 택시를 제외한 대중교통도 운행되지 않는다. 안식일이 시작된 금요일 저녁에 예루살렘 올드시티내 이른바 통곡의 벽에 유대 종교인들과 가족들이 모여 기도를 하는 모습.현장에 있으면서 이 의식을 통해 유대인들간에 공동체로서의 유대감을 확인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2011년 수입 현황을 보면 살림 상황이 짐작된다. KOTRA 텔아비브 무역관장을 역임했던 경험을 기반으로 '경제기적의 비밀'이란 책을 낸 이영선 글로벌 CSR 팀장은 책에서 다이아몬드 수출 207억 달러, 기술의 수출 및 기술기업의 국외 매각 145억 달러, 방산물자 수출 73억 달러, 관광 수입 49억 달러, 미국의 군사 원조 32억 달러, 미국 종교단체의 기부 20억 달러 등으로 주 수입이 구성된다고 밝힌다.

여기서 보듯 기술의 수출 및 기술기업의 국외 매각이 효자 노릇을 한다. 방산물자 수출과 관광수입도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미국의 군사원조와 종교단체 기부가 전체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취약한 구조이기도 하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공통점과 함께 차이도 많은 나라이다. 서로가 파트너가 되면 많은 이득을 얻을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계산기를 두드리기 전에 상호 이해가 선행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미 두 나라를 경험한 사람들 사이에는 유대인은 지독하게 자기 이익만 챙기고 자기주장이 강하며, 한국인은 체계적이고 감정적이란 인식들이 많다고 한다.

새로운 정부의 창조경제란 화두를 기반으로 두 나라는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출발점에 섰다. 상대의 강점을 배워보려고 한국이 이스라엘 러쉬를 이루고 있고, 이스라엘도 한국을 파트너로 삼고자 하는 마음을 보이고 있다. 1948년 동시에 독립과 나라를 이룬 동년배의 두 나라가 건국 100주년을 앞두고 2인3각으로 미래를 개척하며 두 나라에도 이득이 되고 인류평화에도 기여하는 것을 그려보는 것으로 이스라엘 방문의 의미를 마감한다고 오세정 IBS 원장은 밝혔다.

와이즈만 출신의 과학자들로 전쟁 등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 놓은 동판. 본관 외벽 한 면에 새겨져있다.
와이즈만 출신의 과학자들로 전쟁 등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 놓은 동판. 본관 외벽 한 면에 새겨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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