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창업국가 이스라엘을 가다③- 글로벌로 출발을
기술개발부터 세계시장 염두…작은 국토·인구 위기를 기회로

테크니온대학 100주년을 기념해 발간한 우표 포스터.
테크니온대학 100주년을 기념해 발간한 우표 포스터.
지난 100년간 광섬유 최초 개발, 학제 간 연구 도입 등 이스라엘 공학의 토대를 쌓았으며, 무인 비행기 드론과 단거리 미사일 요격 시스템인 아이론 돔을 만들어 국방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는 테크니온대학. 100주년인 지난해 경사가 하나 있었다.

바로 뉴욕시와 협력해 새로운 대학의 모델을 만드는 것. 오세정 IBS 원장을 비롯한 한국 손님 일행은 맞은 페레츠 라비(Peretz Lavie) 테크니온 공대 총장은 바로 전날  뉴욕에서 막 돌아왔다며 대학의 최근 동향을 전했다.

다름 아닌 JTCCI 프로젝트다. 이는 뉴욕시가 다음 세기를 내다보고 야심차게 마련한 프로젝트로 기술 중심이면서 학제 간 연구를 하는 새로운 유형의 대학이다. 뉴욕시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세계적으로 공모를 진행해 최종 두 곳의 대학을 선정했다. 한 곳은 이스라엘의 테크니온대학이고 다른 한 곳은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코넬대학이다.

뉴욕시와 테크니온, 코넬대학 3자는 TCII(the Technion-Cornell Innovation Institute)란 이름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런데 얼마 전 퀄컴의 창업자인 제이콥(Jacob)이 가세하며 이름이 JTCII로 바뀌었다. 게다가 최근 싱가포르도 함께 하기를 원해 3국간 프로젝트로 진행될 예정이다. 싱가포르는 자금과 학생을, 테크니온과 코넬은 교수와 운영을, 뉴욕시는 부지와 자금 등을 갹출하는 방식이다.

새롭게 생길 대학은 엔지니어와 바이올로지, 나노 테크놀로지 등등 이종 분야를 폭넓게 교류할 예정이다. 새로운 방식으로 인재를 양성하고, 공간적으로도 도보로 10분내  거리에 첨단 기업 등을 위치하게 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대학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테크니온대학이 위치한 하이파 지역은 수도 예루살렘과는 3시간 거리인 지방(?)이지만 활동에 있어서는 지역은 전혀 문제가 아니라는 분위기이다.

테크니온대학은 우리나라 대학에서는 보기 어려운 글로벌 플레이어이다. 대학건물 신축시 정부의 지원은 거의 없다. 예산 상당부분을 직접 마련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학교에서 개발된 기술을 팔아야 한다. 그 기술이전 기관의 70%가 해외에 소재해 있다. 때문에 기술개발부터 글로벌한 시각을 갖고 시작한다.

페레츠 라비 총장은 국내 시장이 작아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생각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어 국제경쟁력을 갖게 된 것 같다고 풀이한다.

테크니온대학 주변에는 이곳의 우수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마이크로 소프트, 구글, 인텔 등 미국 유수의 IT기업들이 R&D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테크니온대학 주변에는 이곳의 우수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마이크로 소프트, 구글, 인텔 등 미국 유수의 IT기업들이 R&D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창업 벤처들에게도 같은 운명이다. 요즈마 그룹의 이갈 에를리히(Yigal Erlich) 회장은 "창업에 있어 중요한 것은 기업을 시작하는 것만이 아니라 종착점인 출구전략(exit)"이라며 "그 방법으로 주식시장 상장(IPO)와 M&A가 있는데 무엇을 하든 세계 시장에서 수용되는 것이 아니면 생존이 어렵기 때문에 처음부터 글로벌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의료장비와 신약, IT 등의 회사는 시장이 일정 규모 이상이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투자 조건으로 깊이 있는 기술과 함께 시장을 해외로 봐야지만 심사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적시해 놓았다.

일례로 BioSense란 회사는 심장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며 존슨앤존슨에 매각됐고, 구글 툴바를 개발한 Conduit란 기업은 처음부터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검색 서비스를 생각했다. 그 결과 구글과 협력함은 물론 요즈마에 이어 모건으로부터도 투자를 받으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초과학 강자인 와이즈만도 글로벌한 접근으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이다. 와이즈만 연구소가 전체 연구비 가운데 정부로부터 받는 비중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유럽이나 미국 등 국제 공동연구에 응모해 받는 비용이 이스라엘 정부 지원의 두 배 정도에 달하고 나머지는 기부금이나 기술이전에서 발생한 이익으로 운영금을 충당하고 있다.

연구자금의 상당부분을 해외에서 받다보니 자연 글로벌한 시각을 갖게 되고, 연구 결과도 세계에서도 경쟁력 있는 것이 나오며 세계와의 연계가 강화되는 선순환을 구축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연구자금을 국내, 그것도 정부로부터 받는 우리나라 출연연이 눈여겨볼만한 부분이다.

테크니온대학은 신임 교원에게도 10억원 정도의 연구장비를 제공해 연구 편의를 도모한다. 한국의 경우 신임 교원이 이처럼 대규모 자금을 받는 경우가 적다고 한다. 과학은 젊을 때 감각과 열정으로 해야하는데 초기에 충분한 연구자금이 주어지지 않는 것은 대상자는 물론이고 과학계 전체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테크니온대학의 이 연구자금도 정부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고 학교가 기부를 받아 마련해준다.
테크니온대학은 신임 교원에게도 10억원 정도의 연구장비를 제공해 연구 편의를 도모한다. 한국의 경우 신임 교원이 이처럼 대규모 자금을 받는 경우가 적다고 한다. 과학은 젊을 때 감각과 열정으로 해야하는데 초기에 충분한 연구자금이 주어지지 않는 것은 대상자는 물론이고 과학계 전체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테크니온대학의 이 연구자금도 정부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고 학교가 기부를 받아 마련해준다.
또한 해외 네트워크도 강해서 미국, 영국, 프랑스, EU, 캐나다는 물론 호주, 브라질, 멕시코 등에 사무소를 두고 광범위한 연계망을 구축하고 있다.

유대인들의 국제적 네트워크는 타고난 것으로 여겨진다. 예루살렘에서 만난 영국 태생 유대인으로 런던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한 청년은 "유대인이라면 일단 호감이 가는 게 사실이다. 예시바나 유대인 공동체인 시나고그 등을 통해 연계가 맺어지며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쉽게 알수 있다"고 네트워크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유대인들에게 태생이 어디이든 이스라엘은 가슴에 무엇인가 아련하게 느끼게 하는 또 다른 고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등학교 때인 10대 후반 이후부터 1~2년 간격으로 이스라엘을 찾아와 이곳에 와 있는 미국 등 다른 나라 출신의 유대인들과 어울려 전국을 여행했다. 또한 이스라엘은 찾은 청년들은 일을 찾아 세계로 나가고 있다고 유대 청년들의 행동 패턴을 서술했다. 그는 유대인 네트워크가 기반이 돼 홍콩,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등에서 근무한 바가 있다며 노후에는 이스라엘에서 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테크니온대학의 물리학과 건물은 많은 유대인들의 기부로 건설됐다. 기부자들의 이름을 건물 앞에 새겨 놓아 모두가 알수 있게했다.
테크니온대학의 물리학과 건물은 많은 유대인들의 기부로 건설됐다. 기부자들의 이름을 건물 앞에 새겨 놓아 모두가 알수 있게했다.
유대 전통을 기반으로 강한 유대 관계를 갖고, 거기에 종교적 일체감과 세계적 네트워크가 가미되며 유대인들은 글로벌한 환경에 자연히 노출됐다. 게다가 언어도 영어를 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출발부터 글로벌한 사고가 가능했고 이것이 유대인들이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교두보가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상대적으로 국내 비중이 높은 편인데 21세기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글로벌한 감각과 접근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것이 우리가 갖고 있는 제조업 경쟁력 및 스피드와 결부될 때 훨씬 부가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일수 주 이스라엘 한국 대사는 "유대인들의 다국적 기업 근무가 국제 감각을 키워주고 이를 바탕으로 창업 아이템도 출발부터 글로벌한 차원에서 진행된다"며 "우리도 이런 점을 배워 과학자와 젊은 창업자가 국제 경험을 많이 하도록 하는 개인의 노력과 기관 및 정부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인슈타인은 테크니온대학 설립에 큰 역할을 했다. 학생들은 그를 늘 옆에서 느낄 수 있다. 위인전 속의 먼 인물이 아니라 자신들의 또 하나의 선생으로.
아인슈타인은 테크니온대학 설립에 큰 역할을 했다. 학생들은 그를 늘 옆에서 느낄 수 있다. 위인전 속의 먼 인물이 아니라 자신들의 또 하나의 선생으로.

테크니온대학이 위치한 이스라엘 북부 항구도시 하이파를 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
테크니온대학이 위치한 이스라엘 북부 항구도시 하이파를 전망대에서 바라본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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