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창업국가 이스라엘을 가다②-실패를 장려하라
"틀리고 실패해야 도전하고 해법찾고 공동체 현명해져"

이스라엘의 연구 혹은 창업 분야 종사자들이 한결 같이 강조한 것이 실패였다. 실패가 오히려 사람을 키우고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만큼 사람들로 하여금 도전하게 하고, 실패를 칭찬하라는 것이다.

탈무드 학교 예시바에서의 주된 수업방식인 토론은 새로운 것을 계속 묻도록 한다. 새로운 것은 대부분 맞기 보다는 틀릴 가능성이 높다. 틀려야 마음에 더 남고, 분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더 올바른 해법으로 다가간다고 랍비는 말한다. 그러기에 기존의 것에 늘 의문을 갖고, 과감하게 도전하고, 남들과는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권위에도 도전하고, 당돌해지기도, 엉뚱해지기도, 새로운 방법을 찾기도 한다. 랍비는 그런 것이 개인의 실력이 되고, 집단지능이 되며, 공동체가 현명해지는 방법임을 경험이 말해준다고 덧붙인다.

요즈마 그룹 Yigal Erlich회장.
요즈마 그룹 Yigal Erlich회장.
1993년 이스라엘에 벤처가 1개일 때 1억 달러의 벤처 투자자금을 정부로부터 마련하고 오늘날 이스라엘이 창업국가가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요즈마 펀드(www.yozma.com)의 이갈 에를리히(Yigal Erlich) 회장은 당시 실패를 각오하고 시작했다고 회상한다. 성공을 확신했거나 성공해야만 하는 압박감이 있었으면 도전을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첨단 기업들의 창업이 절대적으로 중요해 실패해도 좋으니 이 사업은 꼭 해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했다는 것.

그 결과 20년이 되는 현재는 50여개 기업에 투자하고 총 투자규모도 40억 달러로 늘어나는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성공을 확신하기 보다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시작할 수 있었다"며 실패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도전을 못하게 되고, 그러면 세상이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극히 작아지는 만큼 사람들이 실패해도 그것이 경험이 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물론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불이익을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이 게으르거나 책임감 없이 상황 판단을 엉뚱하게해 실패할 경우는 벌도 엄격하게 주어야 하지만 일단 투자기관이나 펀딩 주체가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관심과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는 것. 또 열심히 했음에도 시장 상황이 바뀌거나 예측 못한 변수로 실패하는 경우에는 용인해주는 환경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시스템적으로도 실패를 흡수할 수 있는 사례도 눈여겨 볼만하다. 기관마다 기술거래 체제가 다른데 테크니온 공대의 경우는 기술거래 기관에 학생을 포함해 운영한다. 팀으로 움직이며 여기에 재학생들을 몇 사람씩 포함시키는 것. 물론 이 학생들은 군대를 제대하고 해외 여행도 다녀오는 등 나름의 경험과 판단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을 기술거래 업무에 참여케 하고 때로는 본인들이 의사결정을 내리게도 한다. 물론 그 의사결정은 조직을 뒤흔들만한 중요한 수준은 아니고 실패해도 좋은 정도의 수준이다. 이 과정을 통해 실패를 하며 오히려 더 성공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고 관계자는 설명한다.

텔아비브 창업센터 내부 회의실에 써 있는 문구.
텔아비브 창업센터 내부 회의실에 써 있는 문구.
이스라엘 총리실의 수석 자문관인 에이탄 엘리람(Eitan Eliram)은 "앞으로의 먹거리로 예상되는 분야가 빅 데이터와 헬스케어, 입는 컴퓨터, 나노 테크놀로지 등 4가지를 대부분이 꼽는다"며 "이 길은 인류가 처음 걸어가는 길인데 실패가 당연하다. 성공만을 이야기하면 누구도 도전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실패를 용인하고 장려해야 사람들이 도전하고 그러면서 새로운 길이 열린다"고 피력했다.

와이즈만 연구소의 다니엘 자이프만(Daniel Zaifman) 소장은 "남이 안간 길을 가다보면 엄청난 압박에 시달린다. 인간이 3000~4000년 뒤는 보면서 기초과학이 하는 첨단분야에서는 앞으로 1주일, 아니 하루도 제대로 모르고 사는게 현실인데 이때 실패에 대한 용인을 안해주면 연구자들은 심리적 중압감에 시달리며 도전을 못하게 된다"며 실패를 인정하는 문화가 기초연구에는 필수적임을 지적했다.

인터넷 벤처기업인 Conduit의 내부 회의 모습. 외부에 매각하지 않고 몸집을 키워 요즈마 그룹의 성공적 투자 사례의 하나로 말해진다.
인터넷 벤처기업인 Conduit의 내부 회의 모습. 외부에 매각하지 않고 몸집을 키워 요즈마 그룹의 성공적 투자 사례의 하나로 말해진다.
남들이 안간 길을 가도록 하는데 있어서 기초과학이나 창업을 불문하고 실패를 감당할수 있는 문화가 이스라엘에는 엿보였다. 와이즈만 연구소의 경우에도 과학자가 호기심을 갖고 하고 싶어하는 것을 전적으로 밀어주는 분위기였다. 사람과 예산이 필요하면 되도록 그에 맞춰 지원을 해주었다. 과학자들에게는 자율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믿음이 있어서였다. 물론 실패를 했을 경우에도 책임은 묻지 않는다. 과학자 스스로가 자신이 열심히 했는지 대충했는지에 대해 알고 있기에 그 부분은 중요하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창업에 있어서도 비슷했다. 전혀 엉뚱한 것을 요구하는 분위기였다. 일례를 들면 텔아비브시에서 운영하는 창업보육센터가 있는데 입주 조건이 있다. 반드시 팀이어야 하고, 부업이 아닌 전업으로 매달려야 한다는 것이었다. 혼자하고, 부업으로 하면 검증도 어렵고 시간만 길어지며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본 것이다. 4개월간 입주할 수 있는데 뽑을 때는 선착순이란다. 왜그러느냐고 물으니 워낙 엉뚱한 아이디어들이 많아 심사를 하려해도 쉽지 않고, 해보겠다고 하면 밀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 선착순으로 정했다는 대답이다.

요즈마 그룹은 사무실이 10여평 정도로 외부로 알려진 명성에 비해 크거나 화려하지 않았다.
요즈마 그룹은 사무실이 10여평 정도로 외부로 알려진 명성에 비해 크거나 화려하지 않았다.
문화의 차이도 거론된다. 주 이스라엘 한국대사관의 김영태 산업관은 "산업사회에 있어서는 실패나 실수가 재앙으로 연결될 수 있어 실패에 관대해지기는 어려운게 사실"이라며 "이스라엘 경우는 제조업은 드물고 첨단산업 비중이 높아 실패해도 이를 질타하기 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같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아우만(Robert Aumann)은 교육에 있어서의 실패 수용에 대해 지적한다. "고교 과정에서 문제를 풀고 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솔루션에 중점을 두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창의적으로 생각하게 하면 맞거나 틀린 것으로 되지 않기 때문에 창의성을 키울 수 있고, 이렇게 될 때 실패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문화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오세정 IBS 원장은 "사회 전체의 지적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도 실패를 용인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의 마련이 중요함을 다시금 인식했다"며 "우리 사회가 산업사회의 강점을 기반으로 과학연구 등 첨단분야에 있어서도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실패를 용인하고 재기하도록 문화와 체제를 만들어 도전을 즐기게 할 필요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텔아비브는 1909년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 전에 이슬람 지역에 겉방살이를 하다가 유대인들이 새로운 시 건설을 결의한 것이다. 그 당시 아무것도 없던 지역에늘날과 같은 건물이 만들어졌다고 텔라비비 시청 창업센터 관계자가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텔아비브는 1909년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 전에 이슬람 지역에 겉방살이를 하다가 유대인들이 새로운 시 건설을 결의한 것이다. 그 당시 아무것도 없던 지역에늘날과 같은 건물이 만들어졌다고 텔라비비 시청 창업센터 관계자가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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