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뽀]창업국가 이스라엘을 가다(1)-힘의 원천은?
노벨경제학상 아우만 박사 "창조경제 한국 미래 바꿀것"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오만과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오만과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창조경제가 한국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벤치 마킹의 대상으로 떠오른 나라 중 하나가 이스라엘이다. '창업국가'란 책에서 자원은 없고, 주변 아랍 세력과의 준전시 상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기업들이 지사를 만들고, 벤처캐피탈도 실리콘밸리에 이어 가장 활발한 것으로 알려지며 우리와 비슷한 여건임에도 더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받아들여지며 우리 사회의 관심을 부쩍 끌었다.
그 실체를 알고 협력방안이 무엇인가를 알아보기 위해 IBS(기초과학연구원·원장 오세정)은 지난달 27일부터 5박7일의 일정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해 중요인사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들었다. 방문한 대표적인 기관은 기초과학으로 노벨상을 받은데다가 상업적으로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연구소인 와이즈만 연구소와 무인 비행기 드론과 단거리 미사일 방어 시스템 등을 개발한 테크니온 대학교, 창업국가 형성의 주춧돌을 놓았다고 할 수 있는  요즈마 펀드 등등이다.
이외에도 이스라엘 정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탈무드 학교인 예시바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을 만나 창의성의 기본에 대해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함께 가서 일정을 같이하며 살펴본 내용을 4회에 걸쳐 싣는다. 1 기초과학이 창조경제의 토대이다, 2 실패를 장려해라, 3 글로벌로 출발해라, 4 한국과 이스라엘의 협력 어떻게 하나 등등의 순으로 이야기를 전개된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독자분들께 도움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싣는다.[편집자 주]

이스라엘에 대한 관심은 0.2% vs 25%란 숫자로 출발한다. 이는 이스라엘의 주된 구성원인  유대인들이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 대비 세계 최고의 두뇌들이 받는다는 노벨상 수상 비중을 뜻한다. 자신의 비중보다 100배가 넘는 성적을 내는 것이다. 게다가 세계최고의 투자자라는 워렌 버핏, 구글의 두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금융계 큰손인 조지 소로스 등등 이름만 아는 사람들은 유대인이란 부분까지도 이스라엘에 대한 관심을 크게 갖게 해준다. 도대체 그들이 갖고 있는 장점은 무엇인가? 우리와 차이점은 어떤 것이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국경을 넘는 초경쟁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가 해서 유대인들에, 이스라엘에 대해 궁금해 한다.

수석 랍비 Arye Hendler
수석 랍비 Arye Hendler
이스라엘에 대한, 유대인들의 비밀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탈무드이고, 그것을 공부하는 학교가 예시바이다. 50년 역사를 지닌 예루살렘 근교에 있는 샬빔 예시바를 찾았다. 홈 페이지는 http://www.shaalvim.co.kr. 히브루어로만 서비스돼 아쉽게 자세한 내용은 찾기 어렵지만 사진을 보면 대강의 내용들은 알 수 있다.

이스라엘내에서도 명망이 높다는 아르예 헨들러(Arye Hendler) 수석 랍비를 만나 유대인들의 학업에 대한 생각에 대해 들어보았다.

"유대인들은 학자를 가장 존경받는 직업으로 생각한다. 그러기에 공부를 중시하고, 독창성을 강조한다. 우리 예시바에서는 군대 복무를 포함해 5년 정도의 코스를 운영한다. 10대 후반에서 20대가 중요 대상이다. 1년에 이스라엘 출신과 미국을 비롯한 외국 출신 유대인을 반반씩 모두 2백여명이 입학한다. 입학하면 가장 먼저 짝을 지어준다.동년배 짝과 선후배 짝이 있다. 이들이 늘 함께 생활하고 토론하며 공부한다. 늘 다른 의견을 말하게 하고, 도전하게 한다. 물론 교재는 있다. 탈무드가 그것이고 그렇다고 탈무드에만 얽매이지도 않는다. 늘 다른 생각과 의견을 갖도록 해서 거기에서 독창성이 나오도록 한다. 프린스턴대학 등 아이비 리그 출신들도 많이 온다. 이들이 이곳을 거쳐 다시 복학을 해서 학문을 하는데 대개의 경우는 항상 톱이 된다.공부를 하며 의문을 갖도록 하고, 기존 관념에 도전하도록 한다. 기본과 기초과학이 중요한 이유다, 그것이 없으면 응용도 안된다."

이스라엘에는 이같은 예시바가 3백 여 곳이 있다. 이곳은 정규과정과는 상관이 없으며 주로 선인들의 지혜가 담겨 있는 탈무드의 다양한 사례를 기반으로 토론을 통해 논리를 세우고, 독창적인 사고를 하도록 한다. 또한 공동생활을 하며 공동체에 대해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며, 가족과 안식일을 중시하는 유대인들의 전통을 이어나가도록 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2005년 수상자인 로버트 아우만(Robert Aumann) 히브류대학 교수는 "기초 과학은 언제인가는 반드시 사회에 쓰임이 되더라"며 자신의 사례를 들며 기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본인이 학문을 하면서 수학이 재미있어 시작했는데 당시 인기를 끌던 분야가 아니라 기본 난제여서 사람들이 외면하는 매듭 이론을 테마의 하나로 잡아 박사학위 논문으로 썼다는 것. 그런데 5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 의학을 공부하는 손자가 문헌을 살펴보다보니 할아버지 이름이 있다며매듭 이론을 물어왔다. 이유를 알아보니 그것이 의학계에도 응용될 정도로 범용화됐다는 사실에 놀라며 학문이 이렇게 진화하는구나 하고 새삼 알게됐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게임이론으로 노벨상을 수상하는데도 그때 공부한 것이 큰 역할을 했는데 크게 보면 창조는 결국 기초에서 시작하는 만큼 길게 보면서 움직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기초과학 분야의 세계적 연구기관인 와이즈만 연구소(www.weizmann.ac.il)의 다니엘 자이프만(Daniel Zaifman) 소장은 "기초과학은 돈을 지식으로 만드는 것이고, 산업화는 지식을 돈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간명하게 정의한뒤 수십년 뒤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기초과학일수록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되며 훨씬 더 큰 결실을 맺게된다고 설명했다.

와이즈만 연구소의 경우에도 1960년대에 연구했던 생명공학 분야가 70년대에 특허가 됐으며 2천년대에 들어와 수억달러 로열티를 받는 사례가 있는데, 몇십년을 내다보는 연구가 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내 과학관련 정책 수립과 예산 배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아비 하손(Avi Hasson) 수석과학관은 "호기심이 모든 학문의 출발"이라며 "쓸모를 미리 상정하고 하는 응용 학문이 아니라 어디에 쓰일지는 모르지만 호기심이 생겨 지속하다보면 결국 새로운 창조가 이뤄지고, 거기에서 새로운 학문과 경쟁력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현정부의 화두인 창조경제와 관련해 로버트 아우만(Robert Aumann)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사람들이 호기심을 갖고 연구하는 기초 과학이 결국 장기적으로 나라의 내실을 다지고 지속가능하도록 할 것"이라며 "한국의 대통령이 과학을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를 국가 기분 운영방안으로 잡은 것은 한국 사회의 미래에 청신호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유대인들의 지혜를 담은 탈무드를 교재로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인 예시바의 교실 모습.
유대인들의 지혜를 담은 탈무드를 교재로 인재를 양성하는 학교인 예시바의 교실 모습.

유대인이 2천년에 걸친 이산의 역사를 딛고 오늘날의 번영을 이루고, 이스라엘이 황량한 광야를 야자나무가 우거진 녹지로 바꿔나가는데는 이들의 새로운 것에 대한 회피가 아니라 오히려 도전하고 즐기는 호기심과 그에 기반한 창의성이 큰 역할을 했다. 예시바와 같은 탈무드 학교에서 조상들의 지혜를 기반으로 늘 의문을 제기하고, 금요일 오후 일몰 이후부터 토요일 일몰때까지 24시간을 안식일로 정하고 이때는 대가족이 함께 모여 떠들고 노래하고 마시고 기도하는 그런 전통이 이들의 정체성을 강화시키고, 학문적 성과도 달성하게 했다는 것이 이들을 지켜본 사람들의 이구동성이다.

김일수 주이스라엘 한국 대사는 "와이즈만 연구소에서 파견나온 한국 과학자가 휴일에 출근했는데 연구실 열쇠를 집에 놓고 왔다. 경비실에 연락해 사정을 이야기하고 얼마정도의 시간이 지나니 경비원이 망치를 들고 나타났다. 이유를 물으니 자신들도 비상키를 찾아보았는데 휴일이라 잘 못찾겠어서 교수님을 기다리게 할 수 없어 망치로 문을 부수고라도 연구할 수 있게 하려한다는 설명을 듣고 놀란 적이 있다고 말하더라"고 일화를 전하며 "결국 과학자들에 대한 존경과 신뢰가 학문적 성취로도 이어지고, 단기적으로 결과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연구하도록 하는 배려와 기초학문이 나중에 쓰임새가 많음을 이스라엘에서 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학문을 공동체 발전의 중요한 요소로 알고 학문하는 사람을 존경하고, 그들이 충분히 학문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재정적,심리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그에 상응해 우수한 결과로 지원해준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선순환의 성공 경험을 유대인들은 몸으로 겪었다. 그것이 결국 기초과학이 강한 나라로 만들며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가운데 생존할 수 있는 기초체력이 됐으며 더 나아가 이스라엘의 미래를 밝게하는 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에도 문제는 많다. 개인이 학문을 기반으로 하는 것에는 성공 사례가 많으나 대규모 제조업이나 인프라를 만드는데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이스라엘을 지켜본 사람들은 말한다. 실제로 창업국가라고는 하나 창업이나, 연구성과가 국가 전체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지 않다. 그럼에도 이 나라는 튼실한 기초과학실력을 기반으로 첨단분야의 성장도가 가파르며, 인근 국가들은 잘못하는 광야를 녹지로 만드는 등의 성과를 내고 있어 전망이 밝아보인다.

이스라엘에서 강조하는 기초연구를 우리도 이제 시작하려고 한다. 이스라엘은 건국이래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기초 연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것은 해외에 있는 유대인들의 기부 등 외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는 순전히 우리 손으로 돈을 벌어 이제는 미래를 내다보고 전략적 투자를 하려는 것이다. 국민들의 공감대를 기반으로 국가가 기초과학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믿고 장기적 안목에서 지원하고, 연구자들은 세금으로 연구하는 감사함과 사명감을 기반으로 연구에 몰입하는 선순환이 이뤄지면 모두가 행복해하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스라엘에 창조경제를 물으니 학문의 최전방인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과, 최일선에서 연구하는 학자들의 도전이 해법이라는 답이 나왔다. 50년이 돼야 한 사이클이 이어지며 연구가 논문, 특허로, 결국 돈으로 연결되는 장기순환 모델이란 성공경험이 없어 주저할 수도 있지만 이스라엘의 예를 보았을 때 기초과학은 반드시 보답한다. 우리도 1959년도에 시작한 원자력 연구가 2009년 UAE 원전 수주란 50년만의 중간 결실이란 체험이 있기도 하다. 이제는 길게 보고 지원하고, 연구자들의 연구 윤리 등 기본에 충실한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우리 사회가 세계 최고의 제조업에 기반을 둔 세계 최고의 연구능력을 구비한 창조경제가 가능해지며 국민들의 삶의 질도 올라가고, 인류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와이즈만 연구소의 상징인 번성하는 나무. 지식이 계속 성장함을 의미한다. 옆에 쓰여진 글은 건물을 기부해준데 대한 감사의 말을 써놓은 것.
와이즈만 연구소의 상징인 번성하는 나무. 지식이 계속 성장함을 의미한다. 옆에 쓰여진 글은 건물을 기부해준데 대한 감사의 말을 써놓은 것.

◆와이즈만 연구소는?

와이즈만 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는 화학자이며 시오니즘 운동의 지도자로 이스라엘 초대 대통령에 오른 하임 와이즈만(Chaim Weizmann) 박사에 의해 1934년 설립됐다.

텔아비브 남쪽의 교육도시인 르호봇 시에 자리잡고 있으며 물리학·화학·생화학·생물학·수학의 5개 분야 19개 학과와 2400여명의 교수, 연구원, 석박사생과 연구지원 인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 5대 기초과학연구소 중 하나로 꼽히는 와이즈만 연구소는 국가 차원의 과학인재 육성을 위한 대학원 겸 연구소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에도 연구자에 대한 전폭적인 신뢰와 투자, 첨단 연구에 적합한 학문적 연계로 독특한 발달을 이뤘다.

와이즈만 연구소는 이스라엘에서 유일하게 공식어로 영어를 사용해 히브리어의 부담없이 세계 첨단 연구시설 및 연구진과 함께하며 선진학문을 습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한 전체 연구비의 33%를 정부에서 지원해주며 개별 연구에 대한 보조금과 기금, 특허권 로열티로 연구진들이 연구 업무에만 정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와이즈만 연구소는 1959년 '예다(Yeda)'라는 회사를 설립해 연구소에서 완성된 과학기술을 상업화하는 임무를 전담케 했다. 대학이나 연구소 중 기술 상업화를 위해 회사를 설립한 것은 와이즈만 연구소가 세계 최초다.

예다는 와이즈만 연구소의 과학자가 돈 걱정 없이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와이즈만에서 개발된 특정 기술의 독점사용권을 기업에 주는 대가로 해당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 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가져가는 방식으로 과학기술 상용화를 담당하고 있다.
 
또 와이즈만 연구소 인근에는 '라빈 과학단지'가 들어서 있어 자연스럽게 와이즈만 연구소의 연구 성과를 상업화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이곳에 들어선 다수의 기업은 와이즈만 연구소 출신의 CEO가 경영하고 있다.

 

와이즈만 연구소 정문.
와이즈만 연구소 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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