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온켐텍, 바이오니아, 삼진정밀, 중앙백신 등 참여
기업인들 "재계약 우선 순위 조건은 전문성과 성실함"

'삼팔선, 사오정, 삼초땡.'

38세 퇴직에 45세 정년 등 직장인들의 정년을 빗댄말로 현실속 단어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이런 가운데 지난 2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공공과 민간 부문 노동자의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하고 오는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도록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와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는데 뜻을 같이 했다. 이 법안은 오는 29일과 30일에 열릴 본회의에서도 무난히 통과 될 전망이라는 분석이 다수다.

이를 두고 노동계와 경제계의 반응은 희비가 교차되는 상황이다. 우선 경제계는 반발이 거세다. 대한상의와 경영자총회 등이 우려를 표하고 있고 중소기업중앙회도 중소기업의 인력난과 인건비 부담이 더해져 이중고를 겪게 된다며 법안 개정안의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동계에서는 찬반양론이 나오고 있다. 정년연장은 찬성하지만 임금삭감을 전제로한 정년연장은 사용자에 의해 악용될 소지가 있어 무조건 찬성할 수 없다는 것.

정년연장을 두고 각계의 입장과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라이온켐텍, 바이오니아, 삼진정밀, 중앙백신 등 대덕벤처 몇몇 곳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정년연장을 실행에 옮기고 있어 화제다. 아직 많은 인원이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니지만 안정된 고용으로 직원들의 사기진작은 물론 인력난을 해소 할 수 있어 참여하는 대덕벤처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정년연장을 실천하고 있는 대덕벤처 CEO들이 꼽은 재계약 우선 순위 조건은 성실함과 전문성이다. CEO들은 "중소기업에서는 인력확보가 관건인데 요즘 50~60세는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다. 오랜기간의 경험을 가진 숙련된 인력은 쉽게 찾을 수 없다"면서 "각자 능력에 따라 재계약을 해 같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CEO들은 "사회도 고령화되면서 정년 60세 법안 공식화 등 정년 연장은 흐름이라고 본다. 하지만 정년이후에도 계속 일을 하려면 자신의 업무에서 전문성을 갖추는데 지속적으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라이온켐텍, 바이오니아, 삼진정밀, 중앙백신, 한빛레이저 등

대덕벤처 대부분 업력이 길지 않아 정년에 임박한 직원은 많지 않은 편이다. 하나 둘 정년을 채운 직원들이 생기면서 회사차원에서는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정년을 연장하거나 촉탁 등의 조건으로 다시 채용하는 경우가 조금씩 늘고 있다.

정년연장에 참여하고 있는 대덕벤처는 라이온켐텍, 바이오니아, 삼진정밀, 중앙백신, 한빛레이저 등 다수다. 이들 기업은 지역자치단체로부터 일하기 좋은 기업에 선정됐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1973년 새한화학공업사로 시작해 세계 4번째로 폴리올레핀 왁스를 개발하는 등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왁스를 국산화 하면서 연간 500억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를 낸 라이온켐텍(대표 박희원)은 전체 직원 130여명중 5명이 정년이후에 근무하는 인력이다.

박희원 대표는 "설계나 안전 등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좋은 사람들은 이전부터 재계약을 통해 계속 가고 있다"면서 "하지만 무조건 재계약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분야에서 능력을 인정 받고 본인도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직원이 그 대상"이라고 말하며 직원들이 지속적인 공부로 전문성을 키워 줄 것을 당부했다.

국내 바이오벤처 1호로 1992년에 설립된 바이오니아(대표 박한오)는 매출액의 30%이상을 연구개발비에 재투입하기로 잘 알려져 있다. 신종플루와 최근 중국을 두려움에 떨게하는 신종AI 발생에 대응하는 발빠른 진단시약 개발로 국내외 업계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 회사의 정년이후 근무자는 1명으로 많지 않다.

이 회사의 인사 관계자는 "생산라인에 근무하는 종사자로 숙련된 인력이다. 현재 촉탁직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정년연장 법안 통과 여부에 관계없이 흐름이 정년을 연장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우리 회사에서도 그런 점을 고려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상하수도 밸브를 넘어 산업용 밸브까지 국내·외 시장에서 선두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삼진정밀(대표 정태희) 역시 정년 이후에도 근무하는 인력이 전체 직원의 5%정도다. 이들은 생산현장은 물론 연구개발(R&D)분야에서도 정년 전 못지않은 활약을 하고 있다.

정태희 대표는 "임금피크제 등 재계약 조건은 다르지만 전체 인력이 200여명인데 현재 7~8명이 정년이후에도 근무를 하고 있다"면서 "삼진정밀은 전체직원 독서와 토론 참여 등 다양한 교육이수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도 자기계발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 태표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고 노년이라도 이들의 체력은 예전의 노년들보다 좋아졌다. 정부의 정년연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지속되고 있는데 성실성, 업무능력을 갖춘 인력이라면 본인의 의지에 따라 정년이후에도 충분히 재계약이 가능하다"고 정년연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동물백신 전문기업 중앙백신연구소(대표 윤인중)는 1968년 12월 중앙가축전염병연구소로 창립해 1994년 중앙가축전염병연구소로 법인전환한 뒤 2003년 1월 지금의 상호로 변경했다. 주요 사업은 동물용 백신의 제조 및 판매, 사료첨가제·구충제·소독제 등 일반제제 판매, 생물학적제제의 연구 및 질병검사 용역 등이다. 지난해 기존 생산라인을 확대하고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사에는 정년이후 근무자가 8~9명으로 연구와 생산, 사무직 등 다양하다. 현재 정년이 60세에 못미치지만 향후 사회적 흐름에 따라 정년을 늘릴 예정이다.

이외에도 한빛레이저, 디앤티 등의 대덕벤처에서 정년이후 근무제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한국의 고령화 사회 진입은 세계에서도 가장 빠른 편이다. 수명 100세시대로 정년이후의 삶이 30~40년으로 길어지고 있어 또 다른 사회문제로 대두될 조짐이다. 최근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노년층은 65세까지 일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년이후에도 안정된 일자리를 보장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업무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구성원과 함께하려는 성실한 노력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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