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준 서울대 명예교수 전국벤처협의회 총회서 강연
김백선 신임회장 취임 "다른 벤처단체와 협업 강화"

"새마을운동은 농촌을 빈곤에서 탈피시키겠다는 최고정책결정자의 의지와 새마을운동을 기획하고 결과지향적 관리와 지원을 맡은 공무원, 농촌을 변화시키기 위해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솔선수범한 새마을 지도자가 이뤄낸 시너지의 결과다. 긍정적 일탈자의 마인드로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창발과 생성적 리더십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는 벤처 창업 정신과 새정부의 국정철학인 창조경제와도 일맥상통한다."

새마을운동 시스템을 수출해 가난한 나라의 빈곤을 퇴치하자는 취지로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연구하고 책으로 출간한 노화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새마을운동은 1970년대의 창조경제였다"고 말하며 "창조경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리더와 지원기관, 현장이 트리플 헬릭스 구조로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었던 새마을운동 정신을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벤처기업단체협의회는 22일 오전 대전 하히호호텔 하람홀에서 전국의 벤처협회 관계자 등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상반기 정기총회를 열고 회장 이·취임식, 특별 강연 자리를 마련했다.

▲노화준 교수. ⓒ2013 HelloDD.com
강연을 맡은 노화준 교수는 '혁신의 생태계 창조와 생성적 리더십'을 주제로 새마을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던 과정을 소개하며 새마을운동에서 엿볼 수 있는 창발(emergence)과 생성적 리더십(generative leadership)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정부는 1962년 국가재건촉진위원회에서 경기도 고양시에 소재한 몇개 마을을 시범부락으로 지정해 새마을 운동과 유사한 농촌마을의 변화운동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운동은 국가중심의 강압적인 조치로 먹고사는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으면서 전국 규모의 농촌마을 변혁운동으로 전개되지 않았다.

새마을운동이 본격 추진된 것은 1971년부터다. 농촌을 빈곤에서 탈피시켜야겠다는 강한 집념을 가진 최고정책결정자와 행정조직, 각 마을의 새마을지도자의 상호작용이 트리플 헬릭스(Triple Helix) 를 이루면서 시너지가 발생하고 새마을 운동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즉 최고정책결정자와 보좌관은 새마을운동의 비전과 추진전략을 제시하고 중앙과 지방의 새마을운동 관련 공무원은 사업을 기획하고 결과지향적 관리를 맡았다.

의지를 가진 새마을 지도자들은 마을의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환경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프로그램으로 작성하며 새마을운동 사업 추진의 촉매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처럼 자발적으로 조직이 형성되고 복잡적응시스템이 가동되면서 창발과 생성의 리더십이 발현되고 새마을운동이 성공하게 됐다는 게 노 교수의 설명이다.

노 교수는 이어 "창발과 공명은 밀접하다.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보가 교환되고 상호작용공명을 통해 정보 가치가 올라가게 되는데 이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과 같다"면서 "벤처기업과 창조경제 역시 명령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리더와 지원기관, 민간기업이 서로 협업으로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기풍이 일어나야 성공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혁신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 요구되는 조건은 긍정적 일탈자(PD·positive deviants) 마인드다. 부정적 일탈자는 사회를 망치지만 긍정적 일탈자는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것을 추진해 사회를 발전시키고 공헌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새마을운동에서 새마을지도자들이 PD 역할을 담당했다.

노 교수는 "60년대 경제개발 정책이 연이어 성공하면서 농촌인구가 수도권으로 많이 빠져나갔다. 농촌의 기계화와 변화가 요구됐다"고 새마을 운동이 시작된 계기를 설명하며 "농촌을 변화시키기 위해 새마을 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해 땅을 내놓아 길을 넓힐 수 있도록 하고 주민들에게 농촌 변화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역할을 맡는 긍적적 일탈자 역할을 했다"며 새마을 지도자의 활동을 높이 평가했다.

정부 역시 새마을운동 성공사례를 정책의 중심으로 삼고 프로그램으로 기획해 농촌에 헌신할 수 있는 이들을 새마을 지도자로 양성하는데 주력했다. 관련 장관과 차관 50여명이 직접 새마을 지도자 교육을 받기도 했다. 노 교수는 "1970년대 새마을 지도자들은 당시 농촌에 만연돼 있던 주민들의 전통적인 의식구조와 행태를 근면·자조·협동의 새마을 정신으로 바꾸는 새마을운동의 챔피언이었다"고 회고하며 오래전 만난 새마을 지도자 한명을 소개했다.

1970년대 정부는 전국 새마을 지도자 대회를 열어 좋은 사례를 발표하며 서로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도록 했다. 당시 대상을 받은 새마을 지도자였던 하 모 지도자는 초등2학년 중퇴가 학력의 전부였으나 지독한 가난을 벗어나고자 새마을 운동에 불을 지피기 위해 헌신했고 솔선수범했다. 그 결과 그 마을이 잘살게 됐다. 노 교수는 "대통령이 그의 노고를 치하하며 금일봉으로 그때 농지 2만평 규모를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을 전달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돈을 위해 하지 않았다며 금일봉을 거절했다. 지금은 중국, 몽골의 빈곤퇴치를 위해 활약하고 있다"고 그와의 만남을 회고하며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이어 노 교수는 "생성의 리더십은 이처럼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마인드를 전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꼭 많이 배웠다고 잘하는 것이 아니다. 공명현상이 일어나는게 중요하다. 창발과 생성의 리더십으로 새마을 운동이 성공할 수 있었듯이 벤처 붐 조성과 창조경제도 성공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지원기관의 역할에 대해 질문을 받은 노 교수는 미국에서 경험한 실리콘밸리의 활발한 벤처 창업분위기 조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실리콘밸리처럼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과 투자를 하고 싶은 투자자의 만남의 장이 활발하게 열려야 한다. 산호세 지역자치단체에서는 건물을 지어 인큐베이터 공간을 마련해 창업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에서도 창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지원하는 것과 이를 지원할 전문가인 지도자를 육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전국벤처기업단체협의회는 회원간의 유대와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정기총회를 열며 만남을 갖고 있다.

이날 총회에서는 김경조 전회장과 김백선 신임회장의 이취임식이 열렸다. 김백선 신임회장은 취임사에서 "창조경제시대를 맞아 할일이 많을 것 같아 부담스럽긴 하다. 다른 벤처관련 협회들과 유연한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 협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가겠다"고 말하며 "구성원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국벤처기업단체협의회는 경기벤처기업협회, 광주·전남벤처기업협회, 대구·경북첨단벤처기업연합회,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 부산·울산벤처기업협회, 안양·군포·의왕벤처기업협회, 인천벤처기업협회, 전주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발전협의회, 충남벤처협회 등 9개의 협회로 구성돼 있으며, 벤처기업 육성과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전국벤처기업협회는 22일 2013상반기 정기총회를 열고 신임회장 취임식 행사를 가졌다.   ⓒ2013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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