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날 특집-2013 대덕넷 아젠다②]창업DNA 키우자
'창업붐' 확산 뚜렷…실패 용인·가벼운 창업 여건조성 시급

오는 21일은 제46회 '과학의 날'이다. 올해 과학의 날 의미는 예년과 다르다. '과학기술과 ICT 중심의 창조경제'가 핵심적인 이슈로 부상했다. 동시에 제2의 과학입국으로 선진국 진입을 실현하자는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대덕넷은 과학의 날을 계기로 ▲이것이 창조경제다 ▲창업 DNA 키우자 ▲대덕이 중심이다 등 3개 화두를 '2013 대덕넷 아젠다'로 정하고 연중 캠페인에 나선다. 본격적인 캠페인에 앞서 '과학의 날 특집 시리즈'로 대덕넷 아젠다의 의미와 내용을 세차례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주]
19세, 21세, 26세, 27세. LG 구인회, 현대 정주영, 삼성 이병철, SK 최종건 등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한국경제를 이끈 창업 1세대들이 처음 사업을 시작한 나이다.

초등학교만 마친 빈농의 아들 정주영은 강원도 통천 고향집을 떠나 서울에서 쌀가게 배달일을 시작한다. 일 시작 4년만인 21세때에 쌀가게의 주인이 된다. 소년은 자동차수리업과 건설로 사업분야를 넓혀간다. 서울 중앙고등보통학교를 갓 졸업한 19세의 구인회는 고향 진주로 귀향해 지수협동조합 이사로 취임, 락희산업을 설립한다. 일본 유학파였던 이병철은 26세에 고향 마산에서 협동 정미소를 열고 28세에 삼성상회를 세우며 무역업, 제조업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서울 경성직업학교 기계과를 나온 최종건은 전쟁으로 폐허가 된 공장을 정부로부터 매수해 낡은 직기 4대를 조립, 선경직물주식회사를 재건한다. 그의 나이 27세 때다.

지금과 사회환경, 교육여건 등이 많이 다르지만 이들 대부분은 불과 10대 후반부터 20대의 나이에 과감히 창업에 뛰어들었다. 6.25전쟁의 상흔과 폐허속에서 한국의 산업발전을 주도하며 세계 최빈국 대한민국을 세계 8위의 경제대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당시 모두가 잘 살아보자는 시대적 정신도 한 몫을 했지만 이들 모두 투철한 기업가 정신과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도전의식이 창업 원동력이 됐음에는 큰 이의가 없을 듯하다. 2011년 기준 국내 10대 그룹의 고용창출은 58만명에 이르고 매출액은 653조에 달한다. 20대 젊은 청년들의 창업DNA가 한국경제 발전은 물론 국민 개개인에게도 혜택을 준 셈이다.

◆과학기술 중심의 창업DNA, 창조경제 완성한다

▲KAIST 출신 터치기술 과학도 11인이 세운 벤처 아이카이스트를 찾은 현 부총리가 김성진 대표의 설명에 놀라워했다. ⓒ2013 HelloDD.com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성장 모멘텀을 열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한국의 동맥에 수혈될 젊은 피로 새정부는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창조경제를 들었다. 과학기술 중심의 창업DNA를 활성화시켜 미래성장동력을 창출하겠다는 의지다.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론이 중심화두에 오르면서 과학기술 중심의 창업 DNA 주인공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창업 1세대들이 소매업과 제조업, 추격형 R&D로 지금의 한국경제를 이끌어 왔다면 창업 2세대들은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관련분야 산업을 선도하며 새로운 창업DNA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국내 벤처 1세대인 이민화 KAIST 교수는 1985년 KAIST 재직시 디지털 초음파 진단 기술, 3차원 초음파 진단기술 등 첨단 기술로 무장한 의료기기업체인 메디슨을 설립, 세계적인 의료기기회사로 성장시켰다. 이 교수는 벤처기업 특별법을 제정하고 코스닥을 설립하는 등 벤처창업정책을 입안해 한국의 벤처대국 입지를 조성하는데 많은 역할를 했다.

우리나라의 우주시대 진입을 알렸던 우리별 1,2,3호를 성공리에 완성한 과학자들이 창업한 쎄트렉아이. 1999년 박성동 대표를 비롯해 30대 초반의 인공위성 핵심인력들이 세운 이 회사는 위성토탈서비스 기업으로 성장하며 글로벌 무대에서도 독보적인 존재로 인정받고 있다.

그들의 뒤를 이어 국내 이공계 특성화 대학 KAIST 졸업생과 정부출연기관 출신의 과학자들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연달아 창업에 나서고 있다. 자연스럽게 과학기술 중심의 혁신기업들이 대덕에 자리 잡았고 실리콘밸리에 비견되는 대덕밸리가 형성됐다.

최근 새정부의 경제수장인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KAIST 출신 김성진 대표가 창업한 '아이카이스트'를 방문, 기술력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카이스트는 터치기술 개발에 참여한 KAIST 석·박사 11명이 2011년 4월에 창업한 기업이다. KAIST가 보유한 기술을 사업화하고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뭉쳤다.

김성진 대표는 1984년생으로 CEO 경력 5년차의 젊은 창업주다. 충북 음성의 시골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컴퓨터를 만나면서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갖게 됐고 사업아이템으로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세종시 전 학교와 교실뿐 아니라 타 지역의 59개 학교에도 스마트스쿨 시스템을 구축했다. 올해 안에 전국 300여개 학교에 추가 구축 예정"이라고 말하면서 "올해 1000억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또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며 야심찬 포부를 밝혔다.

항공기와의 첫 인연으로 창업을 한 젊은이들도 있다. 대기업에서 항공기 제작에 참여했던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6명은 항공기 자가용 시대를 꿈꾸며 넥스컴스를 설립했다. 대기업과의 거래에서 피해를 입으며 법정관리 상태에 빠지기도 했지만 확고한 기업가 정신과 창업 DNA로 2년만에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주치홍 대표는 "우리가 밤을 새워가며 개발한 이유는 돈에 앞서 도전정신과 해냈다는 뿌듯함이다. 그런 과정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이라면서 "넥스컴스의 설립 목적과 최종 목표는 세계 시장에 팔 수 있는 비행기를 우리손으로 만드는 것이다. 현재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고 자신있는 어조로 말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KAIST 출신의 박한오 대표는 30대 초반에 국내 1호 바이오벤처 바이오니아를, 증강현실 1호 박사인 이영민 대표는 에이알비전을 창업하고 앞선 기술로 세계 무대를 향한 도약을 멈추지 않고 있다.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각종 창업DNA 행사 봇물

기술 중심의 창업 생태계가 자리를 잡아가고 정부의 창업정책이 합치되면서 창업DNA 활성화를 위한 모임과 행사가 봇물을 이룬다. 대학에서는 창업 과목을 개설하고 지원기관과 출연연은 창업지원 정책을 마련하며 창조경제 완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대학에서는 한양대가 글로벌 기업가센터를 발족하고 기업가 양성에 나섰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매학기 6개 교과목을 개선하고 현장 경험이 많은 전담교수와 특임교수가 강의에 나서고 구자춘 LIG손해보험 회장과 김효준 BMW코리아 대표 등 대기업과 코스닥 기업 CEO 100명이 멘토로 나선다.

수도권 이외 지역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모모스벤처포럼은 벤처인들의 자생 교류 모임으로 올해 초부터 준비가 시작됐다.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스스로 개척하자보자는 김채광 중소기업청 사무관의 아이디어에 공감해 6명의 젊은 스타트업 벤처인들이 매주 온오프라인 회의를 열며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대전시는 과학기술과 접목해 창업이 이뤄지도록 '기초과학-응용과학-창업공간-대학' 등을 하나로 묶는 '대덕 e-Valley(가칭 익사이팅 밸리)' 조성 등의 방안을 추진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처럼 창조경제와 관련한 다양한 포럼과 세미나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09년 창조경제론을 처음 제시한 이민화 KAIST 교수의 창업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가 제시하고 있는 창조경제 성공을 위한 창업론을 살펴보면 ▲스마트 환경에 기반한 스마트 창업 ▲혁신 창업생태계 조성에 따른 가벼운 창업 ▲창업 재도전을 가능케 하는 엔젤 투자 활성화 ▲기업가정신 및 융합기술 등 창업교육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중 가벼운 창업에 눈길이 간다. 다양한 생태계 구축이 가능한 가벼운 창업은 실리콘밸리를 형성한 원동력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2000년 벤처버블 이후 창업 열기가 급속히 냉각됐다. 창업에 실패한 기업인에게 주홍글씨처럼 주어진 신용불량, 연대보증의 족쇄 때문이다. 이에 박근혜 정부는 출범 초기 창업 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실패 후 재기가 가능한 재창업과 실패 용인 정책을 내세웠다.

이민화 교수는 "성장과 고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창업"이라면서 "창업 붐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끌어올리려면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창업 재도전을 위한 정책으로 ▲엔젤 투자 활성화 ▲연대보증 개선 ▲신용회복제도 활성화 등을 꼽았다.

세계적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는 기업가정신에 대해 위험과 불확실성에도 이윤을 추구하려 하는 모험과 창의적인 정신이라고 정의했다. 창업 1세대들이 소매와 제조업, 불굴의 도전과 기업가 정신으로 지난 반세기의 한국을 이끌어 왔다면 창업 2세대들은 과학기술에 기반한 창조적인 창업 DNA로 한국의 100년 터를 일궈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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