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건우 대한기계학회장 "창조경제 시작은 소통"
타 분야와의 융합 무궁무진…"과학만큼 기술에도 방점을"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류가 편안한 삶을 사는데 큰 공을 세운 일등공신을 꼽으라면 '기계(機械)'를 빼놓을 수 없다. 사람을 대신해 드넓은 농촌에서 논밭을 갈고, 공장에서 정확하고 빠르게 제품을 조립하거나 무거운 짐을 실어 나르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해주는 기계는 지금도 인류에게 꼭 필요한 존재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규모 기계보다 나노스케일 기계공학에 많은 과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나노스케일로 연구하면 전자·바이오·소재·장비·기기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초소형·초경량 제품을 개발하고 고가소재의 성형공정 단순화, 저에너지 신공정개발, 인간유전체기능연구 등 다양하게 연구할 수 있기 때문.

최근 정부의 지원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다양한 분야에 사용 가능한 기계공학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 산·학·연간 소통과 공동연구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이러한 배경 하에 대한기계학회는 최근 한국기계연구원과 공동으로 '학연 교류' 활성화를 위한 연구를 진행 중에 있으며, 기계공학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소통채널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건우 대한기계학회장을 만나 기계분야 트렌드 및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 "소통, 연구 성과로 이어진다"

대한기계학회는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해방된 1945년, 기계에 관한 학문·기술의 진보발전을 도모하고 공업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됐다. 현재 1만 80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재료 및 파괴 ▲동역학 및 제어 ▲CAE 및 응용역학 ▲생산 및 설계공학 ▲열공학 ▲유체공학 ▲에너지 및 동력공학 ▲신뢰성 ▲바이오공학 ▲마이크로/나노공학 ▲플랜트 ▲IT융합 ▲교육 등 기계공학 분야를 13개 부문으로 나눠 부문 학술강연 및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 '기계저널(학회지)'과 '대한기계학회논문집', JMST(영문논문집) 발간을 통해 최근 연구트렌드를 공유 중이다.

이 만한 인재가 모여 있으면 문제해결이 수월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마구 솟아오를 수 있지 않을까. 이에 이 회장은 회원들이 서로 소통하며 협력할 수 있도록 학회 홈페이지 개편을 진행 중이다. 그는 "우리 회원 데이터베이스는 큰 재산으로, 홈페이지에서 어느 분야의 전문가, 연령대 등으로 검색할 수 있는 툴을 만들고 있다"며 또 "각 부문별로 게시판을 만들 예정으로, 공동연구와 지식의 교류 등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회에서 발간하는 학회지와 논문집 개선도 준비 중이다. 그에 따르면 기계학회는 논문집A(재료 파괴, 생산 설계 등), 논문집B(열, 유체 등)를 오랫동안 발간해왔는데, 올해 7월 논문집C(산업기술과 혁신)를 첫 발간할 예정이다. 그는 "회원의 80%가 학교와 연구소 관계자이고 20%가 기업체로 기업인이 적다"며 "기업체에 도움을 주는 단체가 될 수 있도록 올해부터 기업체 관련 연구결과 논문집을 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기계연과의 공동연구도 활발히 진행한다. 그는 "최근 기계연과 '학연 교류방안 도출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학교와 연구원의 교류 및 공동 연구를 어떻게 촉진할 수 있는지 방안을 도출해내는 과제다. 학교와 연구소가 품고 있는 고민을 보완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하는 학·연의 고민은 인력과 현장의 이해다. 그는 "연구소의 경우 기업체로부터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요구사항이 많이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에 반해 대학은 문의가 적어 현장을 잘 모르는 상황"이라며 "또 연구소는 새로운 인재에 대한 갈증이 심한 반면 대학은 학생들이 입학과 졸업을 하면서 새로운 인력이 지속 공급된다. 두 기관이 가진 고민을 협력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동연구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 "화두로 떠오른 '창조경제' 기계공학인들 기여할 수 있는 부문 무궁무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의 국정핵심으로 '창조경제'가 거론됐다. 창조경제는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운영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만들어가는 정책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창조경제 정책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가운데 이 회장은 "기계공학도들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말한다. 그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과학기술을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물리, 화학, 생물 등을 많이 생각해왔지만 창조경제는 과학기술 중에서도 기술 쪽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분야가 다양하고 항상 응용을 염두에 둔다. 기존 기계기술과 IT기술을 융합해 앞선 기술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에는 건설기계, 공작기계, 발전소 기계와 같이 대규모 기계뿐 아니라 나노스케일의 기계분야가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작은 스케일 단위로 조작하면 초소형·초경량 제품을 개발하고 고가소재의 성형공정의 단순화, 저에너지의 신공정개발, 인간유전체기능연구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기계공학의 활용성을 강조했다. 창조경제론에 대해 공학인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창조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미래창조과학부의 출범은 과학기술인들의 기대 속에 탄생했지만, 최근 정부조직법 통과 과정에서 마치 부처가 케이블방송만 하는 것처럼 인식되어 걱정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본 취지대로 출범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사회가 네이처, 사이언스 논문만 이야기하니 모든 공학자들이 자연과학자가 돼가고 있다"며 "공학자들이 새로운 제품을 고민하고 실현해야 하는데 논문 하나 쓰고 끝낸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계속적으로 파고들어야 함을 잊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건우 회장은 임기 동안 일반 국민들에게도 기계학회를 알려 과학기술의 흥미를 돋우는 역할을 하고 싶다. 그는 "기계학회 주최로 학생 설계 경진대회의 개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3년간 대학생 중심으로 해왔으나 올해 고등학생까지 확장했다"면서 "가능성 있는 후보팀을 선별해 학회 회원들이 일곱 달 동안 지도하는 등 과학기술의 흥미를 돋우고 선배 공학자들과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갖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과의 소통이 곧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진다. 많은 국민과 인재들이 과학기술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더 많은 분들이 학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우리도 고민을 많이 할 것"이라며 "기계연과의 협력도 더 강화토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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