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호 KAIST 교수팀, 3월27일 자체 제작한 장치로 촬영 성공
나로호도 가장 오래 촬영 "궤도만 입력하면 어떤 물체도 가능"

지난해 12월 12일 북한이 은하3호 로켓에 실어 우주로 보낸 광명성 3호 2호기가 지난 27일 오후 9시경 오준호 KAIST 기계공학과 교수가 자체 제작한 광학추적장치에 포착됐다.

오 교수에 따르면 광명성 3호 2호기가 공식적으로 관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 교수 연구팀이 촬영한 사진은 오후 9시 24분 10초 경 KAIST 휴보랩 옥상에서 찍힌 것으로, 관측지의 위치는 위도 N 36도 22.434분, 경도 E 127도 21.711분의 위치에 있었다. 당시 위성의 고도는 23도였으며 방위각은 322도, 휴보랩과 위성까지의 거리는 1238km로 계산됐다.

깜깜한 하늘을 배경으로 찍힌 광명성 3호 2호기 사진은 어떻게 보면 먼지가 묻은 것처럼 희미해 보인다. 구경 300mm F/8 천체망원경으로 찍은 이 사진은 촬영 초점거리가 2400mm, ISO 3200, 5초 노출로 굉장히 느리게 찍힌 사진이다. 자세히 보면 사선으로 빗금이 잘게 쳐져 있는 것이 보이는데 별들이 이동하는 궤적이다. 별의 움직임 속에서도 같은 위치에 고정돼 있는 광명성 3호 2호기의 모습이 사진에 나타나 있다.

오 교수의 말에 따르면 광명성 3호 2호기는 굉장히 작고 위성 자체의 밝기 단계가 낮다. 이번 성과는 오롯이 국내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추적장치로 촬영된 성과라 의미가 깊다. 오 교수는 "현재 몽고와 카자흐스탄에 설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광명성 3호 2호기의 경우 태양동기궤도위성이기 때문에 태양과 궤도면이 이루는 각이 늘 일정하다. 항상 태양을 보며 돌기 때문에 한반도 상공으로 지나가는 시간도 비교적 비슷하다. 오 교수에 따르면 광명성 3호 2호기는 매일 아침 8시나 저녁 8시∼9시에 지나가는데, 오전 시간에는 해가 뜨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오전에 별이 안 보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연구팀이 움직일 수 있는 시간은 밤 시간대였다. 그들은 광명성 3호 2호기의 궤도 정보를 계속 주시하며 촬영 순간을 기다렸다.

그들이 사용한 장치는 궤도만 입력해주면 하늘의 어떤 물체도 정밀하게 추적이 가능하다. 천체관측용 망원경에 카메라를 달아 만든 이 장치는 단 1초 만에 20도씩 고속으로 방향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세계 최고 성능으로 위치 정밀도와 위치 반복도는 1초각(3600분의 1도)에 달하며 오차범위는 2초각이다.

이 기술을 개발한 후 대형 인공위성인 국제우주정거장을 촬영해 시도해 성공하기도 했다. 한반도 상공 350km 위에서 음속 20배로 날고 있는 우주정거장이었다. 천체망원경 고정장치(마운트) 덕분에 우주정거장의 궤적과 이동 모습도 흔들림없이 동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었다.

오 교수팀은 나로호 3차 발사 3차 시도 장면을 원격 촬영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오 교수는 "별의 이동을 파악하는 천체망원경 마운트를 개발한 후,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해 인공위성이나 별을 추적해왔다"며 "궤도만 입력해 주면 하늘의 어떤 물체도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 공학 기술자로 많이 알려진 그에게 있어 우주와 천문은 호기심 대상이다. 휴보랩 옥상에 개인 천문대를 만든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추적장치를 한 번 옮기는 데만 100만원 가량의 돈이 사용됐다. 인력과 예산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지속되자 고정적으로 촬영할 수 있는 곳을 만들자는 생각을 하게 된 오 교수는 기계공학 기술을 이용해 돔과 같이 작동하는 슬라이딩 루프 천문대를 만들었다. 그는 "오는 4일 광명성 3호 2호기와 나로과학위성이 30분 간격으로 상공을 지나간다. 남한과 북한의 위성이 간발의 차로 지나가는 모습을 꼭 촬영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광명성 3호 2호기의 궤도 정보에 따라 하늘을 향해 있는 광학추적장치. ⓒ2013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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