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국정드라이브 속 '이스라엘 모델' 벤치마킹 열기
윤종록 차관 "자원빈국 성공비밀은 뻔뻔한 용기·실패 관용"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의 롤모델인 창업대국 이스라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윤종록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의 번역서 '창업국가'도 뒤늦게 정계와 관가의 필독서가 되고 있다. 윤 차관은 이스라엘식 벤처육성정책을 바탕으로 새 정부의 창조경제 설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8일 한국무역협회가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주최한 윤 차관의 조찬 강연회는 이른 아침부터 정재계 인사들로 자리가 가득 채워졌다. 윤 차관은 '유대인의 창조혁신 후츠파로 앞서가라'는 주제강연에서 평소 역설해온 대로 창조경제의 모델로 이스라엘을 꼽고 창업 활성화를 위한 토양 조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800명 가운데 1명이 창업하고 80명 중 1명이 창업을 시도한다"며 "이것이 결국 이스라엘을 최고의 창조경제 반열에 올려놨다"고 밝혔다. 윤 차관은 소국인 이스라엘이 창조경제에 성공한 조건으로 "부족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두뇌를 가졌다"며 "우리나라 역시 우수한 인적자원과 교육열, 끈질긴 도전정신에서 이스라엘에 버금가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이 창업국가로 발돋움한 데는 이스라엘 특유의 '후츠파 정신'이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후츠파는 '뻔뻔한, 당돌한, 철면피'라는 뜻의 히브리어다. 윤 차관은 "후츠파 정신이란 형식과 권위에 얽매이지 않고 서슴없이 질문하고 토론하며 해법을 찾아가는 것"이라며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겁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평등한 의사소통 교육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성공 원동력은 거대한 기술이 아니라 간단한 상상력을 간과하지 않고 비즈니즈로 연결할 수 있는 후츠파 정신 때문"이라며 "총과 총알을 모두 갖고 있더라도 결국 과감하게 방아쇠를 당겨야만 혁신이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윤 차관은 이어 "우리나라의 인터넷속도가 미국보다 400배 빠른 것은 그만큼 디지털 토양이 기름진 것을 의미한다"며 "이 비옥한 토양에 국민의 상상력이라는 볍씨가 뿌리내리면 창조경제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릴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같은 '이스라엘 따라잡기' 열기는 최근 정관계 곳곳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25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이스라엘식 창업보육·투자 시스템을 7월까지 구축하겠다"고 보고했다. 중기청이 밝힌 '이스라엘식 창업보육·투자 시스템'의 특징은 ▲벤처캐피털과 창업주에 대한 인센티브 ▲하이테크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 ▲엄격한 선정과 주기적 평가 ▲충분한 자금지원 등을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창업과 자금유치로 요약된다.

같은 날 새누리당 의원들로 구성된 경제민주화시천모임은 방한중인 이스라엘 요즈마 펀드의 이갈 에를리히 회장을 초청해 창조경제의 개념을 배우는 조찬세미나를 열었다. 요즈마 펀드는 박 대통령이 국내 벤처기업의 해외진출 지원을 위한 벤치마킹 대상으로 거론한 바 있다. 요즈마 펀드는 이스라엘 정부와 민간기업이 함께 만든 벤처캐피털로 수백개의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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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창조경제 드라이브를 이해하기 위한 지침서로 주목받고 있는 '창업국가'는 윤종록 차관이 2010년 벨연구소 근무 당시 번역한 것이다. 미국의 벤처투자가 댄 세노르와 이스라엘 언론인 사울 싱어가 '후츠파 정신'과 '요즈마 펀드'로 집약되는 이스라엘의 벤처생태계와 창업열풍을 분석하고 있다. 이 책에서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이스라엘 사회 전반의 '실패에 대한 관용' 분위기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의식과 용기를 격려하고 건설적인 실패를 문화적으로 관용하는 사회적 풍토가 창업국가 이스라엘의 경제성장 비밀이라고 밝히고 있다.

윤종용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이 책에 대해 "자원이 부족하고 안보가 불안하다는 점에서 우리와 이스라엘은 닮은 점이 많은 나라"라며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인적자원을 중시하고 개혁과 변화에 대한 욕구로 들끓고 있는 우리게에 많은 것을 시사하며 이상적인 국가 경제발전상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는다"고 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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