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경 핵융합연 책임기술원,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리더로
밤낮없이 일해 K-STAR 제어시스템 개발 "이제 ITER에 미칠때"

"내 인생에서 또 다른, 큰 도전이 될 것 같습니다. K-STAR에 이어 또 하나의 대형 연구장치를 만드는 도전이 되겠죠. 지금까지의 제 경험이 어딘가에서 쓸모있게 사용된다는 것은 저에게 있어 굉장한 행운입니다."

오는 4월 1일 프랑스로 떠나는 박미경 국가핵융합연구소 책임기술원. 박 책임기술원은 내달부터 2018년 3월까지 5년간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위해 세계 7개국이 공동으로 짓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중앙제어시스템 섹션리더(팀장)를 맡게 됐다. 우리나라 여성 과학기술자로서 ITER 사업을 총괄하는 국제기구의 팀장급으로 선정되기는 박 책임기술원이 처음이다. 박 책임기술원의 말에 따르면 ITER 내에서도 여성 섹션리더는 흔치 않다. 동양인에다 여성이기에 받을 수 있는 편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한국인 특유의 뚝심으로 이겨내겠다는 박 책임기술원. 그는 "ITER 내 한국 사람들이 저돌적으로 일을 잘 한다고 알려져있다"며 "일이 잘 안되면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되는 방법을 찾는다.

개인적인 평가보다는 연구소와 국가의 평가를 신경쓰며 일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저돌적인 성격 탓에 팀원들은 연일 고생이었다.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하는 팀장 덕택에 게으름 피울 새가 없었다. 주말도 없이 일한 결과 K-STAR 제어시스템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개발할 수 있었다. 개발에 성공했을 때 그 보람은 어느 것과도 견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는 "세계 처음으로 토카막을 제어하는 미들웨어 '에픽스'를 개발한 뒤 K-STAR에 적용했을 때 다들 감동이었다"며 "나중에 ITER 중앙제어시스템에도 적용했는데 정상 운용됐다"고 회상했다.

K-STAR에 미쳐 살았던 지난 시간들. 박 책임기술원이 선정된 이유도 K-STAR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K-STAR 성과를 인정받아 이번에 선정될 수 있었다"며 "토카막 장치를 5년간 안정적으로 운영해 온 것을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K-STAR의 성공으로 공동연구를 요청하는 경우도 많았다.

자신이 떠난 후에도 이러한 관심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는 박 책임기술원. 그에게 있어 K-STAR는 영락없는 자식과도 같았다. 일에 파묻혀 사느라 결혼 시기도 놓쳤다. 그래도 후회는 안 한다는 박 책임기술원은 "2009년부터 ITER 과제를 해오면서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해 먼저 제안했다"며 "한국인은 말보다 행동으로 말하는 스타일이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 과학기술인으로서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다는 박 책임기술원.

여성 과기인 활동과 관련해 연구소 안에서도 동분서주했다. 박 책임기술원은 "지난해 일을 많이 벌이면서 사람들이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며 "ITER로 가는 것과 관련해 많은 여성 과기인들이 좀 더 편안하게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관련 문의가 오면 충분히 가이드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유 넘치는 그의 각오에서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레임이 묻어났다. "출장을 많이 다녀서 그런지 아직 실감이 나진 않아요. 집도, 짐도 슬슬 정리해야죠. 미혼이라 가정에 대한 부담은 없네요. 또 하나의 도전이 될 지금 이 순간을 즐기려고 합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