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평균 56만5600원…석사과정 19%는 무임금 노동

KAIST(한국과학기술원·총장 강성모) 대학원생의 한 달 평균 임금이 56만5606원으로 분석됐다. 이는 올해 법정 최저 임금인 시급 4860원에도 못 미치는 꼴이다.

21일 KAIST 대학원 총학생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8일부터 31일까지 대학원생 770명을 대상으로 '연구환경 실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석사과정은 한 달 평균 34만2486원, 박사과정은 73만4657원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한 박사 과정의 8.9%, 석사과정의 19.1%는 아예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었다. 평균 주간 근무 시간은 64.36 시간으로 KAIST 대학원생들은 우리나라 평균 주간 근무시간 43.86 시간보다 20.5 시간 더 일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 KAIST 대학원생들의 한 달 평균 생활비는 78만4000원이었다. 평균 임금 56만3000원 보다 웃도는 수치다. 학생들은 모자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과외와 아르바이트, 대출 등을 통해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8%의 대학원생들이 현재 연구과제에 참여하고 있으며, 대략 1.6개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것으로 분석됐다.

주말에도 지도교수의 업무 지시를 받느냐는 질문에 대해 61%가 그렇다고 답했다. 연구실에서 사적인 연구비(랩비)를 조성하느냐는 질문에 23%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조성 방식(복수응답)으로는 '인건비를 통해서'라는 응답이 9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출장비를 통해'(31명), '랩원들의 사비를 통해'(11명) 등으로 나타났다. 사적 연구비의 조성규모는 다양하게 드러났다. 100만원 안팎의 연구비를 조성하고 있다는 대답이 39.4%로 가장 많았으며, 그 중 1.7%는 5000만원 이상의 연구비를 조성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성된 연구비가 지도 교수의 사적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5%의 학생들이 '그렇다'고 답했으며, 지도 교수의 사적인 일에 부당하게 동원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9%의 학생들이 '있다'고 답했다.

대학원생들이 답한 지도 교수의 사적인 일은 다양했다. 교수의 자녀와 관련된 일부터 경조사 대신 챙기기, 강의·발표자료 준비, 논문 대필, 운전, 차량 수리 등이 거론됐다. 연구실 내에서 폭언을 당한 경우도 16%나 됐으며, 연구실 내에서 폭행을 당한 학생들도 1% 가량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실 내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한 학생들도 2%나 됐다. 인권 침해를 받았을 때 인권센터를 이용하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는 이유로 '비밀 보장에 대한 불안감'(38.7%),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결될 것 같다'(21.3%) 등을 들었다.

KAIST 대학원생의 경우, 2010년부터 기성회비를 내도록 학사제도가 바뀌면서 'KAIST 장학생'은 지도교수가 기성회비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대학원생들은 대부분 인건비를 통해 학자금과 납입금을 지급받게 되는데, 프로젝트를 많이 하게 되면 인건비 최대 한도를 초과하기 때문에 적정 인건비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AIST 대학원 총학생회 관계자는 "대학원생들의 문제 현황을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 할 수 있는 피드백 방법이 있어야 한다"며 "학부생들의 강의평가와 같은 방식으로 지도 교수의 문제점을 학교에 바로 전달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KAIST 측은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고 시정조치를 위해 심도있는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교원의 윤리의식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는 진상조사와 더불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을 준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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