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장에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 '깜짝' 발탁
"창조는 희망있어야 가능…중기에 희망주는 청장 될터"

박근혜 정부의 초대 중소기업청장에 최고경영자(CEO) 출신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가 내정됐다. 벤처기업인이 중기청장에 내정된 건 1996년 중기청이 출범한 이래 처음이다.

청와대는 지난 15일 신임 중소기업청장에 황철주 대표이사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황 내정자는 1995년 반도체장비 전문기업인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해 최근 디스플레이, 태양광까지 사업영역을 성공적으로 확장해 온 중견 벤처기업인이다. 국내 벤처 1세대이기도 한 황 내정자는 2010년부터 3년 동안 벤처기업회장을 맡았다. 현재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으로 창조와 기업가정신 확산에 힘써왔다. 황 내정자는 중소기업 정책은 물론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인 '창조경제'의 씨앗을 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황 내정자는 앞으로 포부에 대해 "작금의 화두는 경제민주화와 창조경제"라며 "창조는 할 수 있다는 희망과 기회가 있을 때 가능하다. 중소기업인에게 희망을 주는 청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 같이 부족한 사람이 중소기업청장이 됐다는 것을 청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청은 "벤처기업 최고경영자가 처음 중기청장에 발탁됨으로써 박근혜 정부의 핵심과제인 창조경제 실현과 일자리 창출에 중기청이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직원들은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임 청장으로 내정되면서 황 청장 후보는 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경영권 등을 내려놓는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현행 공무원법 64조는 공무원이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황 내정자가 이미 관련 준비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 벤처1세대 성공신화 '황철주'는?

국내 벤처 성공신화의 주인공으로 꼽히는 황철주 내정자는 1986년 유럽 반도체 장비회사 ASM의 국내 법인인 한국ASM에 입사하면서 반도체 장비와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국 한국이 반도체 장비 최대 수입국이라는 모순적인 현실이 못마땅했다. 한국ASM에서 10여년을 근무하면서 반도체 장비 기술 노하우를 쌓은 뒤 '반도체 장비 세계 1등 기업을 만든다'는 일념으로 1995년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했다. 지난 2011년 창업 16년 만에 매출 3000억원을 달성하며 벤처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그가 창업한 주성엔지니어링은 여러 차례 희비가 엇갈리기도 했다. 반도체 장비로 시작해 사업 초기 승승장구했지만 최대 고객이었던 삼성전자와 거래가 끊기면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액정표시장치(LCD)와 태양전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으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발 빠르게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 위기를 모면하나 싶었지만 이내 불황에 발목이 잡히는 일이 반복됐다. 특히 지난해엔 매출이 768억원으로 전년 대비 75% 감소하기도 했다.

그는 어려울 때일수록 연구·개발(R&D)에 매진하라고 직원들을 독려하며 위기를 돌파했다. 황 내정자는 앞으로 벤처기업의 혁신 기술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풍토도 조성하겠다고 했다. 그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디지털캐스트는 사업화 자금이 부족해 다른 기업과 특허를 공동 출원해야 했다"며 "인수·합병(M&A)을 비롯해 자본시장에서 벤처기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제값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창의적인 환경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며 "천편일률적인 근무환경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황 내정자가 '손톱 밑 가시' 뽑기에도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중소·벤처기업을 힘들게 하는 애로사항을 해결하겠다고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그는 "창조경제로 가기 위해서는 중소·벤처기업에도 똑같은 기회가 제공될 수 있게 경제민주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일각에선 민간인 출신의 중기청장이 조직을 제대로 이끌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과거 민간 출신의 기관장이 와서 겉돌다 간 사례가 있어 박근혜 정부의 초대 중기청장으로서 막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라고 말했다.

황 내정자는 돼지껍데기와 삼겹살을 즐길 정도로 소탈한 성격이지만 경영인으로서 10년 가까이 쌓은 반도체장비 연구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주성엔지니어링을 세계1등 반도체 장비회사로 키워낸 승부사 기질을 가진 뚝심의 벤처기업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청와대는 중기청장을 비롯해 검찰총장과 국세청장 등 외청장급 18명에 대한 인선을 마무리했다. 관세청장에는 백운찬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조달청장은 민형종 조달청 차장, 통계청장은 박형수 한국조세원 연구기획본부장, 방위사업청장은 이용걸 국방부 차관, 산림청장은 신원섭 충북대 산림학과 교수, 특허청장은 김영민 특허청 차장, 기상청장은 이일수 기상청 차장, 핵복도시건설청장은 이충재 행복도시건설청장이 각각 내정됐다.

황철주 내정자 약력 ▲1959년 경북 고령 출생 ▲1977년 동양공고,  1985년 인하대 전자공학과, 2004년 명예 공학박사(인하대) ▲1986~93년 한국 ASM 근무         1995년 주성엔지니어링(주) 창립·대표이사 사장(현)      2010~12년 제9,10대 벤처기업협회 회장      2011년~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산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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