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지질자원연 지진종합상황실 박윤경 박사의 24시간
비상상황에선 신속·정확이 관건…0.03초차로 분석결과 갈려

#2월 12일 오전 11시 58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지진종합상황실 모니터에 인공지진파가 감지됐다. 야간 당직을 마치고 아침 8시 퇴근했던 박윤경 박사에게 상황실 복귀 명령이 내려진 건 낮 12시 무렵. 박 박사는 '올 것이 왔다'며 다급히 상황실로 복귀했지만 오히려 마음은 차분하고 머리는 또렷해졌다.

"2006년 북한 1차 핵실험 당시엔 처음 접해보는 이상 진폭에 긴장했었죠. 하지만 이후 꿈에서도 북한의 핵실험 상황을 가정하며 인공지진파 데이터 수집, 분석, 보고절차를 진행할 정도로 모든 과정을 생생하게 체득했기에 오히려 이번엔 평소보다 차분하게 분석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북한 핵실험 규모와 위치 분석에 참여한 박윤경 박사는 "지난달 26일에야 상황실 스탠바이(비상상황)가 해제 돼 평상모드로 전환됐다"며 핵실험 당일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 "실수 안하면 본전? 0.03초 차이로 진앙지 분석 달라지는 정밀 업무"

지난달 12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뒤 몇 분도 되지 않아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핵실험 위치와 규모를 발표했다.

지질자원연 지진종합상황실은 북한 핵실험 당일 진앙지와 실험 규모, 시간 등을 담은 1차 보고서를 제출했다. 이번처럼 알려진 장소에서 진행된 핵실험이 아닌 수백 km 이상 떨어진 의외의 장소에서 예고 없이 비밀리 진행된 핵실험을 어떻게 탐지할 수 있을까?

박윤경 박사가 몸담고 있는 지진연구센터 지진종합상황실은 지진파와 공중음파에 대한 특이사항을 감지하며 지진파의 초기 발생 위치와 시간, 인공발파 여부를 정밀하게 분석한다. 인공지진파는 보통 1분, 음파는 15분이 지나면 핵실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지진파가 발생한 장소에서 공중음파가 함께 탐지되면 핵실험과 같은 인공지진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진이 발생하면 진앙지에서 가장 가까운 관측소부터 신호가 들어옵니다. 최소 3곳 이상의 관측소에 신호가 들어온 시간차를 이용해 진앙지를 분석하는데 컴퓨터가 초동 P파를 잡으면 자동으로 분석을 시작해요."

박 박사는 "분석결과로 보여지는 것은 '발파 시간과 위치, 지진규모' 딱 한 줄이지만 그 한 줄을 얻기 위해 정말 많은 프로그램이 돌아가고 많은 단계의 검토 작업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지진파 신호를 토대로 진앙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진앙을 중심으로 원으로 관측소를 세우면 정확한 자료와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지진연구센터의 분석 시스템은 더욱 강화됐다. 1차 핵실험 때는 우리나라 내 관측소 자료만 갖고 분석해야 했지만 이후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반원을 그리며 중국 7개 지역에 관측소를 세웠다. 또 러시아 관측자료를 함께 쓰면서 분석을 위한 공간적 제약이 사라졌다.

박 박사는 "아무 곳에나 관측소를 세우는 것이 아니다"라며 "관측소가 들어설 지역 선정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우선 암반 지역에 위치해야 하며 주변 잡음이 없는 곳이어야 한다. 또 시간차를 계산해 진앙을 파악하기 때문에 관측소 별 공간 분포도 중요한 포인트다.

그가 근무하는 지진연구센터 상황실에는 10여대의 컴퓨터와 모니터들이 설치돼 있다. 외부인의 눈에는 단순히 모니터를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1분 1초를 다투며 정확한 분석과 판단을 내리려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 중이다.

박윤경 박사는 "컴퓨터가 자동으로 신호분석을 하지만 일반인들이 보면 잡음인지 신호인지, 심지어 신호의 처음이 어디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아주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 지진의 경우 0.03초 차이만으로도 진앙지의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직원들끼리 우스개 소리로 우리의 업무는 실수 안하면 본전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시간을 많이 주면 누구나 다 분석할 수 있지만 보다 빠른 시간에 정확한 진앙지와 규모를 파악하는 것이 센터의 경쟁력이자 노하우다. 대학원에서 지진학을 전공했다 하더라도 이곳에서 숙련된 분석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1년 정도의 훈련 과정이 필요하다.

◆ "평상시엔 뭐하냐구요?…하루에만 20건 크고작은 지진 발생"
 

▲박윤경 박사. ⓒ2013 HelloDD.com
"북핵 실험과 같은 비상시가 아니라 평상시에도 평균 20개의 크고 작은 지진파가 들어와요. 이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해당 지역의 지각을 연구하고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인 협동연구도 진행하죠."

지진연구센터의 상황실은 북한이 핵실험 징후가 포착될 무렵만 24시간 일하는 줄 아는데 추석과 설과 같은 명절은 물론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국가 주요 관측시설 중 하나다. 비상시는 물론 평상시에도 8명의 직원이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또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24시간 주야 교대근무를 진행한다. 경계나 심각단계에서는 주간 4명, 핵실험 전후로는 야간에도 3명씩 근무를 하고 있다.

박 박사는 "얼마 전 지구촌 최대 이슈가 됐던 러시아 운석우가 지표에 떨어지는 폭발소리가 우리나라 동해상에서도 관측이 됐다"며 "이처럼 특정 사건이 발생하면 수집된 자료를 역으로 추척해 해당시간대의 소리 정보를 찾아 분석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이곳에서 수집된 지진파와 관련된 데이터는 지각구조 규명을 비롯해 지진 재해도 분석, 지진 위험 예측을 위한 연구의 기본 자료가 된다. 인공·자연지진을 관측하는 업무 외에 땅의 울림을 기록하기도 한다.

한 예로 KTX가 달리는 교량 위에 지진계를 설치해 일정 규모 이상의 진동이 발생하면 바로 철도청으로 전달해줬다. KTX는 고속으로 달리기에 작은 진동에도 탈선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상황실 업무는 주야 교대근무는 기본으로 최근과 같은 주의나 경계단계에서는 휴가, 외출이 전혀 안되기 때문에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가 쌓이기 쉬운 근무 환경이다.

박 박사는 "힘들지만 이번 3차 핵실험과 같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정부와 국민들에게 정보를 줄 수 있기에 보람과 자부심을 갖고 일에 몰입할 수 있다"며 "눈에 보이지 않으면 같은 연구소 안에서도 일을 안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민족의 축제인 설과 추석 당일에도 누군가는 열심히 일하고 있음을 기억해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또 "비상 상황에서 누가 더 빨리 인지하고 정확한 분석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주어진 일만하면 발전할 수 없다. 기존 프로그램이나 결과에 안주하지 않고 좀 더 정확하고 신속한 분석기술을 만들고 우리 센터만 할 수 있는 고유의 분석업무를 확대해 나가고 싶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박윤경 박사가 몸담고 있는  지질자원연 지진연구센터 상황실은 365일 24시간 운영되고 있다. ⓒ2013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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