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신임총장 과제·전망]취임과 동시에 구성원 대화 착수
"진정한 화합위해 서총장 대못질 인사·사업 철저한 검증부터"

"총장실 문을 활짝 열어 놓겠다." 지난달 27일 KAIST 15대 총장 취임식에서 강성모 신임총장은 구성원들과의 격의 없는 소통을 강조했다. 이를 증명하듯 취임 첫날 일정을 학생회 대표 간담회로 시작했다. 또 저녁에는 각 학과대표, 특별기구, 응원단, 학내언론사 등 학생대표 등 40여명을 만나,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다음날인 28일에는 전·신임 교수협의회장과 감사 등을 만나 소통을 이어갔다.

미 UC머시드대학 총장 재임 시절 '부드러운 선장(Captain Smooth)'이란 별명을 얻었던 강 총장은 소통을 위해 앞으로 2주간은 교수, 학생, 노조, 직원 등 다양한 학내 구성원들을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것으로 알려졌다.

총장과의 대화에 참석했던 학부총학생회 관계자는 "총장님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노력하셨다. 개개인들이 학교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고민은 무엇인지,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지, 기숙사 생활은 어떤지 등을 물어보셨다"고 전했다. 교협 관계자도 "현안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서로의 안부는 묻는 편한 자리였다"며 말을 아꼈다.

앞으로 4년간 KAIST 발전의 키를 쥔 강 총장이 한국 대학생과 교수들이 지닌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정서에 대한 이해 작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총장임기를 시작했다. 일방적 개혁으로 비판받았던 전임 총장들의 행보와는 비교되며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소통리더십이 통할지 학교 안팎에선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한다.

총장의 리더십 유형이 바뀌었다고 모든 게 새롭게 되고 탄탄대로를 달리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서남표 전 총장이 벌였던 개혁 정책을 지속적으로 이끌고 가면서도 서 전 총장이 남겨놓은 각종 개혁의 후유증과 부작용을 처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만큼 그가 가야할 길은 가시밭길에 더 가깝다. 소통리더십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대화가 아닌 이를 토대로 구성원의 합의와 KAIST의 발전을 이끌어 낼 힘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깊이 팬 학내 구성원들의 갈등의 골을 치유하고, KAIST가 대덕의 실리콘밸리화를 이끌며 한국사회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발전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KAIST의 위상제고도 당면문제다. KAIST는 올해 신입생 등록률이 1971년 개교 이래 가장 낮은 84%로 뚝 떨어졌다. 국가 전체적으로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화됐다고는 하지만 최근 몇 년 새 잇따라 벌어진 학생들의 자살사태와 서 총장 거취를 둘러싼 내홍 등으로 학교 이미지가 실추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총장과 교수 사이에 단절됐던 불통의 리더십을 회복해야 하다. 아무리 좋은 개혁이라도 총장이 소통의 리더십을 보이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없다는 건 전임 러플린 총장과 서남표 총장이 준 값비싼 교훈이었다. 대학을 포함한 모든 조직에 있어서 개혁은 리더가 홀로 하는 게 아니고 구성원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강성모 총장은 2월 27일 취임식을 갖고 공식임기를 시작했다. <사진=KAIST 제공> ⓒ2013 HelloDD.com

다행스럽게도 그는 취임식에서 "총장으로서 KAIST의 모든 학생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앞으로 KAIST 발전을 위한 구체적 청사진은 모든 구성원이 공감하고 협조할 수 있도록 충분한 토론과 의견수렴을 통해 지속 가능하도록 마련하겠다. 총장실 문을 늘 활짝 열어놓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성적을 넘어서 학생들의 다양한 장점을 찾아 장려하는 한편 학과의 경계를 뛰어넘는 공동연구를 지향하겠다"며 "인접한 대덕연구단지의 많은 연구소와 공동연구를 확대하고, 기술이전을 활성화 시키는 일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해 KAIST의 역할과 외부와의 소통도 중요성을 확인했다.

강 총장은 취임 전 한 언론과의 서면인터뷰에서 소통을 위한 '헌신'을 강조한 바 있다. 마음을 터 대화하고 개인보다 전체를 아끼고 헌신적으로 일을 한다면 많은 일이 순조롭게 해결될 것으로 봤다. 각 구성원이 보람을 느끼고 일할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얘기도 우회적으로 꺼내 놨다. 강 총장은 일방통행식 개혁에 따른 소통 부재 또는 독선적 리더십이 KAIST에 남긴 상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가 화합과 소통을 강조한 취임사 대로 대학 사회에서 끊임없는 불신과 반목을 몰아내야 한다. 학내 구성원들과의 마찰을 최소화하고 KAIST가 지닌 창조적 에너지를 학교와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KAIST 이사회가 강 총장을 선택한 이유도 다르지 않다. KAIST를 현재의 수렁에서 건져낼 적임자로 봤다. 강 총장이 미국 4년제 대학인 UC 머시드대 총장을 역임했던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이 대학은 학생수(1200→5000명)와 캠퍼스 규모(40만→364만㎡)를 비약적으로 성장시켰다. 기부금 모금을 위해 미 대륙 16만㎞를 동분서주했다고 한다. 그 원동력이 '소통'이었다. 학교측 관계자는 "당분간 대외활동보다는 구성원의 목소리를 듣고 학내 현안과 문제점 파악에 집중한 뒤, 이 내용들을 바탕으로 오는 4월쯤 KAIST의 발전 방향을 담은 청사진을 발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소통은 단순 대화가 목적이 아니다. 소통을 통해 구성원들이 공통된 비전을 갖고 학교의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가 UC 머시드대 총장 임기를 마쳤을 때 학생과 교수 심지어 주민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강 총장을 바라보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무조건적인 화합과 소통이 자칫 상처와 갈등요인을 덮고 가자는 얘기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KAIST 관계는 "개혁이나 소통과 화합을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방식"이라며 "서 총장 시절 구성원들에게 상처를 주고 갈등을 조장했던 인물들은 보상차원에서 좋은 자리를 찾아가고, 묵묵히 일했던 사람들은 그들의 눈밖에서 벗어났다. 피해를 입은 사례부터 찾아내 바로잡아야 진정한 개혁과 소통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인사와 사업에 걸쳐 여러곳에서 이루어진 이른바 '서남표 대못질'을 얼마나 뽑아낼 수 있느냐에 강 총장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강 총장이 서 총장 시절 도입했던 각종 개혁정책을 지속하면서도, 각종 부작용을 얼마나 말끔히 씻어낼 수 있을 지에 학내외의 관심이 모아진다. 또 서 총장 재임 시절 전횡을 일삼았던 인사들에 대한 '재검증'을 얼마나 철저하게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성모 총장의 소통리더십이 진가를 발휘하길 학내구성원들은 염원하고 있다.<사진=KAIST 제공> ⓒ2013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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