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취임식 갖고 본격 집무…"50년전 대전 유성에서 군복무"
"토론 거친뒤 청사진 마련" 서남표 총장과 다른 소통법 기대

"지식창조, 전진, 온전함, 영속성, 신뢰 등 5대 가치 추구해 최고의 대학 만들겠다" 강성모 KAIST 총장이 취임하며 전한 취임 일성이다.

27일 오전 11시 KAIST 대전 본원 대강당에서 제15대 강성모 총장 취임식이 개최됐다.

이날 취임식에는 오명 이사장, 최순달·홍창선 전 총장, 각급 기관장들을 비롯한 과기계 인사와 지역인사, 교직원 및 학생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오명 KAIST 이사장이 강성모 총장에게 교기를 넘겨주는 교기 이양과 약력소개가 끝난 후 강성모 신임총장의 취임사가 이어졌다.

강 신임총장은 유성에서 공군에 입대해 교육훈련을 받았던 일, 2002년 방문교수 재직 당시 월드컵 축구경기를 보던 일 등을 회고하며 "이제부터 다시 이곳 유성에서, KAIST를 위해 일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앞으로 수행해야 할 도전과제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강 총장은 "지난 몇 해 동안 KAIST는 눈부신 성장과 함께 힘든 성장통을 겪어 왔다"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배려로 아픔을 조속히 치유하고,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 KAIST의 밝은 미래를 향해 전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KAIST의 새로운 장을 위해 지금 우리에게는 용단이 필요하다"면서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의 과제를 고민하고, 계획하고, 최선을 다해 실천해야 한다. 이것이 나를 낳아 준 모국이 원하는 일이라고 믿고 있고 그래서 왔다"고 덧붙이며 영화 '미션'의 한 장면을 빗대 진정한 새 생활의 시작을 알렸다.

강 총장은 세계의 중심에서 산업발전과 과학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방안으로, KAIST의 이니셜을 딴 ▲지식창조(Knowledge Creation) ▲활기찬 전진(Advancement) ▲온전함(Integrity) ▲영속성(Sustainability) ▲신뢰(Trust)라는 '5대 가치'를 KAIST가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이 5대 가치의 실현을 위해 교육인프라 구축과 개선에 필요한 정책적 지원을 최대한 이끌어 낼 것이며 공동연구 확대와 창업을 돕는 기술이전 활성화도 진전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고 "영속성이 높은 연구를 위해 제도적으로 장려, 지원하는 것과 함께 서로 신뢰할 수 있는 KAIST의 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 신임 총장은 끝으로 "총장으로서 KAIST의 모든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총장실 문을 늘 활짝 열어놓겠다"며 소통과 화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부드러운 선장(Captain Smooth)'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신임 강 총장은 2007년 3월부터 4년 동안 머시드 캘리포니아대 총장을 지내면서 총장실 문을 열어 놓고 학생들과 격의 없이 대화해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을 보인 바 있다.

▲취임사를 하는 강성모 신임 KAIST 총장. ⓒ2013 HelloDD.com
오명 이사장은 축사에서 "겸손과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강 총장이야말로 KAIST의 모든 구성원들을 한가족으로 이끌고, 학교를 더욱 발전시킬 적임자"라며 "KAIST학생들이 지식, 전문성과 함께 올바른 가치관으로 인격과 지식을 겸비한 인재로 성장하도록 인성교육에 각별히 신경써 주시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강성모 신임 총장은 연세대를 거쳐 미국 페어래이 디킨스대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뉴욕주립대와 UC 버클리대에서 각각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럿거스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와 일리노이대 어바나 샴페인 전기전산학과 학과장, UC산타크루즈 공대 학장 등을 맡았다. 이어 지난 2007년 3월부터 2011년 6월까지 한국인 최초로 미국 4년제 대학인 UC 머시드대 총장을 지냈으며 1998년과 2008년에는 각각 '제6회 KBS 해외동포상(산업기술부문)'과 '제3회 올해의 자랑스런 한국인상'을 수상했다. 신임 강 총장의 임기는 2013년 2월 23일부터 2017년 2월 22일까지 4년이다.

<키워드로 본 강성모 KAIST 총장 취임사>

27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집무에 들어가는 강성모 KAIST 신임총장은 취임사를 통해 처음으로 대내외에 자신의 교육철학과 비전, 목표를 제시했다. 취임사 분량은 A4 용지 10매에 달했다. 강 총장은 취임식에서 전문을 낭독했다. 본인의 교육철학과 비전, 목표를 처음으로 구성원들에게 제시한 것이다. 또 취임사에 대전, 그리고 KAIST와의 인연 등도 담았다. 강 총장의 취임사를 키워드 중심으로 정리했다. ◆대전·KAIST와의 인연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것이 저로서는 감회가 남다릅니다. 정확하게 반세기전 이곳 유성에서 공군 111기에 입대해 교육훈련을 받았습니다. 2개월은 훈련, 9개월은 통신교육을 받았는데 훈련 당시 영하 20도까지 내려가서 멀리 인천 앞바다가 얼어붙을 정도였습니다. 1963년 11월에 강릉 공군비행장으로 발령이 나, 유성을 떠나 경기도 오산에서 강릉으로 가는 공군비행기를 기다리던 날, 케네디 대통령이 사망했다는 비보를 접했습니다. 한편, 그 후, 2002년 KAIST 에서 방문교수로 머무르는 동안에는 이곳 대전에서 열린 강적 Italy와의 월드컵 축구경기를 보았는데, 한국이 2:1로 역전승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희망을 심어준 대표팀의 극적인 두 골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이제부터 다시 이곳 유성에서, KAIST를 위해 일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하며, 또한 앞으로 수행해 나가야 할 업무들은 국가적 차원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으며 하나하나가 쉽지 않은 도전과제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KAIST의 책무 1971년에 설립된 KAIST의 목적은 한국과학기술원법 제1조에 명시되어있는 대로, 첫째 과학기술분야에 관한 깊이 있는 이론과 실제적 응용력을 고루 갖춘 고급과학기술 인재양성,둘째 국가정책적으로 수행하는 중장기연구개발과 국가과학기술저력 배양을 위한 기초 및 응용연구, 그리고 끝으로 다양한 연구기관과 산업계 전반에 대한 연구지원입니다. 꼭 일주일 전 제 아내와 저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유명한 국제 고체 회로 컨퍼런스에 참석했었습니다. 그 날 컨퍼런스에 참석한 여러 KAIST 동문들과 대학원생들 그리고 교수님들을 만나 뵈었습니다. 이 같은 수준 높은 국제회의에서, 금년에도 KAIST가 기여한 논문들이 가장 많았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이는 KAIST가 또 한 단계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입니다. 이 외에도 네이쳐紙와 같은 국제적 명성을 지닌 학술지에KAIST 논문들이 계속해서 발표되고 있고, 표지를 장식하는 우수한 논문들도 많습니다. 매우 훌륭한 업적입니다. 하지만 KAIST는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또 그래야만 하는, 대한민국 경제 및 산업의 원동력이자 성장 엔진입니다. 특히 원자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나라는 국민의 복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국제적인 경쟁을 극복해 나갈 혁신적 방안을 강구해야 하며, 온 KAIST인들은 열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조화와 합심 속에서 과학기술의 최전방에서 나라를 이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KAIST는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가 더욱 신뢰하며 존중하는 연구 및 교육계의 거목으로 성장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를 시작으로 오대양을 건너 전세계 대륙으로 뻗어나가 그 뿌리를 확장시키고 다양한 학문과 문화를 흡수·융합하여 미래창조를 위한 혁신적인 열매, 사회에 공헌하고 존경 받는 지도자가 될 준비된 졸업생들을 배출해야 합니다. ◆'미션'…그리고 새로운 도전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미션'이라는 영화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화려했지만 파란만장했던 인생을 마침내 정리하고 새 길을 찾아 신부님과 함께 높은 폭포 절벽 위를 오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자신이 아껴 쓰던 물건들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큰 자루에 담아 등 뒤에 업고서 폭포를 마침내 다 올랐을 때, 폭포 위에서 이를 지켜보던 원주민들이 자루에 달린 끈을 끊어 자루를 절벽 밑으로 떨어뜨립니다. 잃은 자루가 무척이나 아까웠지만, 이것이 그의 새 생활의 진정한 시작이 되었습니다. KAIST의 새로운 장을 위해 이와 같은 용단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합니다. 또 그렇게 해야 치유가 될 것입니다. 과거를 논하기보다는 현재와 미래의 과제들을 고민하고, 머리를 모아 계획하고, 최선을 다해 실천해 나가야 합니다. 저는 제 아내와 함께, 이러한 일들을 하고자 왔습니다. 이것이 나를 낳아 준 모국이 원하는 일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세계의 정신적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는 '양심이 없는 과학', '인격을 겸비하지 못한 지식', '원칙 없는 정치', '희생 없는 신앙' 등 우리 과학기술인들이 쉽게 놓칠 수 있는 사항들을 7가지 죄악들 중 4가지로 지적했습니다. KAIST의 연구와 교육과 봉사는, 구성원들 모두가 인격적으로 존중받는 가운데, 양심적이며 원칙과 일관성을 가지고, 공익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헌신을 통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K·A·I·S·T 세계의 중심에 서서 산업발전에 기여하며 과학기술을 선도하게 될 KAIST가 지속적으로 추구해야 할 다섯 분야를 KAIST의 이니셜 다섯 글자 'K', 'A', 'I', 'S', 'T'와 연결시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 'K'는 Knowledge Creation, 즉 지식창조입니다. 교직원과 학생들이 협력하여 밤 낮 없이 일구어내는 연구과정과 학문적 성과는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해내는 가장 중요한 초석이 될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대덕연구단지, 한국 전 지역, 나아가 실리콘밸리 등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들과의 공동연구를 적극 추진하여 인류복지에 기여하는 선진이론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창출하여야 합니다. 두 번째 'A'는 Advancement, 진보 및 전진입니다. 지난 1월 30일 궤도에 오른 나로 호가 높은 우주공간에 떠올라야만 전 지구와 더 넓은 우주를 바라보며 정보수집 및 전달의 사명을 다 할 수 있듯이, KAIST도 모든 분야에서 꾸준히 진보하여 오늘이 어제보다 낫고,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전진해 나가야 합니다. 앞으로 KAIST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은, 모든 KAIST 구성원이 공감하고 협조할 수 있도록 충분한 토론과 의견수렴을 통해 지속 가능하도록 마련할 것이며, 이사회와도 긴밀히 논의할 것입니다. 세 번째 'I'는 Integrity, 온전함입니다. 제가 몇 해 전 Greece의 Kos섬에 학회 차 들렀을 때 들었던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옛날 그곳의 시청에서 한 조각가에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어떤 분의 흉상을 만들어달라고 주문을 했답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 완성품이 전달되지 않자, 시청 책임 직원이 그 조각가를 찾아가 왜 빨리 배달해 주지 않느냐며 추궁을 했다고 합니다. 조각가는 작품이 아직 미완성이라고 대답했습니다. 직원은 내가 보기엔 모든 것이 다 좋은데 어디가 덜 된 것이냐고 따졌답니다. 조각가는 아직 흉상의 뒷면이 완성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이에 직원이 그걸 누가 보겠느냐, 모두들 괜찮아 할 테니 그만 배달해달라고 하자, 조각가가 말하길 "신은 뒤를 보십니다"라고 했답니다. 이렇듯 Integrity는, KAIST와 같이 공익을 추구하는 공공교육·연구기관에게 각별히 요구되는 기본 윤리덕목입니다. 네 번째 'S'는 Sustainability, 영속성입니다. 교육과 연구는 영속성이 있는 진리탐구의 영역입니다. 인류복지를 위해 KAIST가 추구하고 지향하는 교육, 연구, 봉사는 먼 앞 날을 내다보며, 오늘 하는 일들이 미래를 만드는 주춧돌이 되도록, 그리고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도록, 잘 선택하고 성실히 수행해야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T'는 Trust, 신뢰입니다. KAIST는 온 국민과 정부가 신뢰하고 특히 학부모님들이 귀한 자녀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학교이어야 합니다. Trust는 유형의 재산 못지않게 소중한 무형의 자산입니다. 신뢰하는 문화는 서로의 입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를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수, 직원, 학생 등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고, 서로의 성과를 공유하며 진심으로 축하해 줄 때 신뢰는 KAIST의 문화로 정착될 것입니다. 나아가 우리나라와 인류사회의 과학기술을 책임진다는 자긍심과 책임감으로, 자기희생을 감수하고 헌신한다면 국가와 국민, 그리고 인류사회의 KAIST에 대한 신뢰 또한 더욱 공고해질 것입니다. ◆총장실 총장실 문을 활짝 열어놓겠습니다. 늘 관심을 갖고 조언해주시길 부탁 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신뢰가 더 넓고 더 큰 신뢰로 이어질 것입니다. KAIST 의 모든 교수와 직원들 또한 미래의 지도자 양성을 위해 힘을 다해 헌신할 것입니다. 정부, 이사회, 학부모, 제 아내와 저를 비롯한 KAIST 모든 구성원들은 소중한 우리 학생들이 최상의 교육을 통해 세계를 선도하는 훌륭한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더욱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교육과 연구, 그리고 사회봉사에 교수님들의 선도적 역할이 가장 중요합니다. KAIST 교수님들은 KAIST를 한손으로 꼽을 수 있는 세계가 선망하는 대학으로 발전시키는 주체입니다. 저는 버클리 대학원 졸업 후 근 4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제 지도교수 셨던 레온 추아(Leon Chua)와 어네스트 쿠(Ernest Kuh) 교수님들과 한 가족처럼 지내고 식사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 많은 조언도 듣고, 이번에는 그분들이 저의 KAIST 총장취임을 크게 기뻐하며 격려해 주셨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셔서 자리를 빛내 주신 내외 귀빈 여러분, 그리고 KAIST 가족 여러분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앞으로 많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KAIST 합창단이 강성모 총장의 취임을 축하하기 위한 축가를 불러 많은 박수를 받았다. ⓒ2013 HelloDD.com

▲KAIST의 활기찬 전진을 위해 오명 이사장와 강성모 신임 총장이 '전진의 타고'  세리모니를 선보였다. ⓒ2013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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