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형RIS 명장교육 26일 한남대 대덕밸리캠퍼스에서 열띤 진행
금형명장 육정권 대표 강연에 "금형 없으면 문명생활 어렵겠네"

"오늘 보니 일상생활에서 쓰는 제품 중에 금형이 안 들어간 게 없네요." "네, 맞습니다. 그래서 흔히들 금형을 산업의 뿌리라 하지요.

" 대전금형RIS사업단(단장 조재흥)이 주관하는 '전문인력양성 명장교육'이 26일 한남대 대덕밸리캠퍼스에서 개최됐다.

이날 교육은 금형명장인 육정권 티더블유씨 대표의 강연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육 대표의 강연을 청취하며 금형산업과 자신이 하는 사업의 연결고리를 찾기에 몰두했다. 이날 강연을 맡은 육정권 대표는 1975년 설계인력으로 금형업계에 첫발을 내디뎌 지금까지 40년 가깝게 몸담고 있는 한국 금형업계의 산 증인이다.

그는 1980년대 중반 '금형설계 표준화'라는 선진적인 체계를 도입해 당시까지 주먹구구식으로 기계부품을 제작하던 우리나라 금형업계에 새로운 혁신의 계기를 불러온 바 있다. 육 대표는 강연에 앞서 청중의 금형 이해도부터 확인했다. 그리고 전문적인 최신기술 위주로 준비했던 발표자료 대신 금형의 쉬운 이해를 돕는 쪽으로 강연의 방향을 틀었다.

그의 간단한 설명에 따르면 "

육정권 대표
육정권 대표
금형은 붕어빵"이다. 이어 컴퓨터와 스마트폰, 화장품 패키지 등 실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제품을 중심으로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활용되는 금형 사례들을 소개했다.

육 대표는 "처음 금형회사에 입사했던 당시는 히터라는 게 없어 장작불을 때서 금형을 달궜을 만큼 기술력이 전무하던 시절이었다"고 당시의 척박했던 산업여건을 회고했다. 대부분 수작업과 감에 의지했던 시절인 만큼 달궈진 금형의 적정한 온도를 확인하는 방법도 재미있다.

기술자가 침을 뱉어 끓는 모양과 시간을 보고 감을 잡았다는 것이다. 그는 "치수 개념도 없어 눈대중으로 대략 크기를 가늠했던 한국 금형은 자동차산업과 함께 크게 발전하기 시작했다"며 "특히 르망, 엑셀, 프라이드 같은 양산차종이 금형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육 대표는 기술자들의 손끝과 경험으로만 전해지고 학습됐던 금형기술이 비로소 도면과 사양서 같은 명시지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게 80년대부터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 합자회사의 서류를 들춰보며 꼼꼼하게 옮겨적고 따라했던 그의 노력은 '르망 신화'라고 불리는 대우자동차의 인기와 함께 빛을 발했다.

육 대표는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금형설계 표준화' 개념을 도입해 절대품질을 확보하면서도 원가는 절감할 수 있는 부품생산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가 만든 금형설계 표준화 체계대로 작업하면 숙련도에 상관없이 금형설계 인력이라면 누구나 품질관리가 가능했고 생산량은 기존 방식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불량률도 크게 줄었다. 그의 표준화 생산방식은 입소문을 타고 당시의 대우자동차 관계자까지 흘러들어갔다.

차체금형은 보통 1차 협력사가 맡는 게 관례였지만 대우자동차는 파격적으로 육 대표를 선정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차가 대우자동차를 국내 양대 자동차회사로 성장시킨 '르망'이다. 르망이 100만대가 넘게 날개돋히듯 팔려나가며 육 대표의 회사도 크게 성장했다.

육 대표는 "현재 국내 한 자동차회사와 함께 수소연료전지 자동차의 엔진금형을 개발 중"이라며 "수소자동차는 기본적으로 환경부담이 적고 연비도 좋아 미래자동차로 각광받고 있지만 폭발위험 등이 있어 초정밀 작업 ±0.003 정도의 공차를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공차'는 기계부품 등을 제작할 때 정해진 설계치수에서 허용되는 오차 범위를 말한다. 실제로 기계가공을 해서 다듬질한 후의 치수가 최대와 최소 허용치 사이 즉 공차에 들어 있으면 공작이 쉬워진다. 육 대표는 "우리가 일본을 따라잡던 속도보다 몇 배 더 빨리 중국이 바짝 추격 중"이라며 "벤츠나 토요타를 보면 세계 어디에서 만들어도 품질이 균일한 것은 표준 때문이다.

우리 역시 금형 표준화와 독자적인 기술아이디어 등을 경쟁력을 크게 도약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연을 들은 전명숙 마이크로닉스 대표는 "음향방송기기를 제작하는데 외장재 등을 납품받으며 금형에 대해 궁금해져 참석했다. 생소한 분야이지만 흥미있게 강연을 들었다"면서 "특히 자기 분야에서 오랜 시간 숙련도를 쌓아온 육 대표를 보며 기초의 중요함을 새삼 다시 깨닫는 기회가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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