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승완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 신임회장"따로국밥 '대덕' 벽 허물어야…벤처가 앞장서겠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중요한 때가 있다.

 

이승완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 신임 회장은 지난 25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며 지금이 바로 그때라는 믿음이 더 굳어졌다. 이 회장은 지난 21일 회원들의 만장일치로 300여 개 대덕벤처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벤처협회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2년이다. 그는 "취임식 현장에서 새로운 시대의 출현을 바라보며 우리 대덕을 생각했다"고 말한다. 풍부한 연구개발 역량과 도전적인 벤처정신을 자랑하는 대덕이 새롭게 요구되는 패러다임을 발빠르게 따라갈 수 있다면 새 시대에 꼭 맞는 훌륭한 결과물을 탄생시킬 것이라는 기대다. 이 회장은 "과학기술과 제 분야가 융합되는 창조경제의 터전 위에서 새 시장과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일성이 새출발하는 우리 벤처협회의 목표와도 일치해 더 큰 기대를 품을 수 있었다"고도 전했다.

다만 먼저 해결돼야 할 것이 있다. 대덕에 여전히 엄존하는 '울타리'다. 비단 연구소와 대학과 기업이 서로간에 느끼는 장벽만이 아니다. 이 회장은 그 문턱이 기업과 기업, 연구소와 연구소 같은 동업자 간에도 존재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대덕에서 기업을 하고 협회 활동을 하며 지켜봐온 바로는 대덕은 여전히 따로국밥"이라며 "벤처기업들이 바라보는 출연연과 대학의 벽은 여전히 높고 또 협회 소속 기업들 간에도 사세와 친소관계에 따라 소통과 협력이 충분치 않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자신이 벤처협회의 회장으로 추대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아주 작은 벤처기업도 했고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연구소기업도 키워 두루두루 사정을 잘 아니 지나치게 앞서가거나 반대로 소외되는 회원기업 모두가 함께갈 수 있도록 구석구석을 잘 살펴달라는 주문을 많이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완 신임회장이 21일 열린 이취임식에서 장영복 전임회장으로부터 기념선물을 받고 있다. ⓒ2013 HelloDD.com
우리나라, 특히 과학기술계와 산업계는 사상 첫 이공계 출신 대통령의 출현과 함께 큰 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 이에 때맞춰 한국 과학기술의 요람인 대덕의 기업 선단을 이끌게 된 그에게는 벤처기업인 간의 교류협력뿐만 아니라 대덕 산학연 네트워크 전반의 연결고리 역할을 충실해 해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임무다.

이 회장은 "대덕이 창조경제라는 미래 패러다임을 이끌기 위해서는 연구학원도시에서 과학산업도시로 변신해야 한다"며 "벤처협회가 연구소와 대학, 기업을 연결해 서로 상생발전할 수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이 회장은 대덕이 르네상스 시대의 베네치아 같은 혁신생태계가 되는 것을 꿈꾼다.

그는 "아주 작은 소국인 베네치아가 오랫동안 번영을 구가한 건 페카토 모르탈레 정신이 있어서였다"고 판단했다. '페카토 모르탈레 (peccato mortale)'란 이탈리아어로 '용서받지 못할 죄'란 뜻이다.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할 죄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공무원이 혈세를 낭비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기업가가 이익을 남기지 못하는 죄이다.

이 회장은 연구와 기술이 강점이었던 대덕이 이제 신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산업전반을 키우는 벤처기업 중심의 과학산업도시로 일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대덕이 올해로 40주년"이라며 "과학자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뿌린 희망의 씨앗으로 이제 대덕의 미래를 준비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자신의 임기 내 꼭 이뤄야할 목표로 대덕 네트워크의 외연을 세종시까지 확대하는 것과 협회 산하 정책연구소의 기업정책연구원 확대를 꼽고 있다.
 

 

청년들의 벤처창업 생태계를 보다 자율적이고 지속적인 형태로 진화시키는 것도 중요한 계획이다.

이 회장은 한 분야의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법칙을 전하며 "현재 단기실적 위주로 진행되는 관 주도의 청년창업지원이 좀더 지속적이고 자율적인 형태로 개선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를 위해 벤처협회가 운영하는 청년창업포럼을 통해 3~5년에 걸친 장기적인 지원과 창업여건 마련을 구상 중이다.

또한 이미 자리잡은 대덕벤처들 역시 공통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인력난 해결을 위해 공동기숙사와 영유아 보육시설 설치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2003년 서울프로폴리스를 창업한 이 회장에게 올해는 대덕과 인연을 맺은 지 꼭 10년째 되는 특별한 해이기도 하다.

뭔가에 집중하면 다른 곳에 잘 신경을 쓰지 못한다는 이 회장은 "자칫 회사일에 소홀해질까봐 계속 회장직을 고사해왔지만 이제 대덕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봉사할 때라는 생각에 맡게 됐다"며 "우리 벤처기업들이 연구개발과 기술사업화, 창업과 고용창출이 선순환하게 될 대덕의 진정한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벤처협회장 취임의 변을 밝혔다. 이 회장은 또 "혼자 꾸면 꿈이 되지만 함께 꾸면 비전이 된다"며 "제2의 벤처부흥기를 앞두고 우리 협회가 힘을 내려면 회원사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이 꼭 필요하다"고 참여와 협력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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