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수여식 끝으로 KAIST 총장직 마치고 미국行
"영광스럽고 보람된 시간…한국·KAIST 발전 기원"

서남표 KAIST(한국과학기술원) 총장이 마지막 공식행사에서 구성원과 국민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서 총장은 지난 22일 오후 2시부터 교내 류근철 컴플렉스에서 열린 '2013년 학위수여식'을 끝으로 6년 8개월의 KAIST 총장 임기를 공식 마감했다.

서 총장은 이날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임사를 통해 "이제 저와 아내는 한국을 떠난다. KAIST에 머무르는 동안 많은 성원을 보내주셨던 국민 여러분, 동료, 그리고 세계 각국의 지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한국을 떠나지만 멀리서도 조국 대한민국과 KAIST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겠다"고 밝혔다. 아쉬움 심정도 토로했다.

서 총장은 "제가 조국에 돌아온 것은 한국에 대한 비전과 희망, 사랑 때문이었다. 제 경험을 경험을 바탕으로 KAIST의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일한다면 학교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면서도 "돌이켜 보면 KAIST는 크게 발전했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원했던 것만큼의 성공을 이루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도 남는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이와 별개로 졸업식 축사에서 인류발전에 공헌해 달라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서 총장은 KAIST 구성원들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2013 HelloDD.com

그는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의 꿈과 목표는 과학의 역사와 경쟁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며 "인재들은 인류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해야 한다. 여러분의 지식과 전문성을 이용해 인류의 역사를 바꿔달라"고 독려했다. 이어 서 총장은 "인류가 직면한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 큰 포부와 야망을 가지고, 힘찬 발걸음으로 용감하게 나아가야 한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받은 교육을 인류를 위해 써달라"고 당부했다.

졸업식사에서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서 총장은 "7년 가까운 시간을 KAIST 총장으로서 공헌할 수 있어 커다란 영광이었으며 삶에서 가장 도전적이고 보람된 시간이었다"고 회상하고 "그동안 학교가 잘 발전할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KAIST 가족들과 국민들에게 깊이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서 총장은 임기 막판 각종 간담회와 언론 인터뷰 등에서 "하나부터 열까지 잘했다", "다시는 한국에 오지 않겠다", "학생들의 자살은 개혁제도 때문이 아니다"며 본인의 치적을 알리는 언급만 반복해 학내외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이날 서 총장은 졸업식사에서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그동안 언급하지 않았던 성원과 국민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떠나는 순간 고마움과 아쉬움을 표시하면 영욕으로 점철됐던 6년 8개월의 KAIST 총장 임기를 마무리한 것이다.

그러나 본인의 업적에 대해서도 여전히 큰 자부심을 드러냈다. 서 총장은 "KAIST는 제가 2006년 처음 부임했을 때와 크게 달라졌다. 학교가 성장하고, 학생과 교직원이 증가함에 따라 류근철 스포츠 컴플렉스를 포함해 14개의 최첨단 건물을 신축했다"며 "전체예산과 연구비는 6년 전 보다 약 2.5배 증가했다. KAIST는 그 어느 때 보다 재정적으로 튼튼하다"고 밝혔다. 또 서 총장은 온라인전기차와 모바일하버를 가장 큰 업적으로 소개하며 "온라인전기차는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2013년 세계 10대 유망기술이자, 타임지 선정 2010년을 빛낸 50대 발명품이다"며 "모바일하버는 머지않아 전 세계에 도입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총장은 당초 학위수여식 다음날인 23일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강성모 신임총장 면담 등의 일정으로 26일 미국행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KAIST 관계자는 "학위수여식을 마친뒤 곧바로 떠날 예정이었지만 신임총장과 약속이 잡혀 출국일을 늦췄다"며 "아무래도 전현 총장이 만나는 만큼 본인의 경험과 KAIST의 발전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서 총장은 그동안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후임 총장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학위수여식이 끝나면 바로 떠날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KAIST 학위수여식이 22일 오후 2시 류근철 스포츠 컴플렉스에서 열렸다. ⓒ2013 HelloDD.com

한편 이날 학위수여식에서는 한승수 전 국무총리와 이수영 광원산업 회장 등 명예박사 2명을 포함해 박사 482명, 석사 1153명, 학사 838명 등 모두 2475명이 학위를 받았다. 이로써 KAIST는 지난 1971년 설립 이래 박사 9383명 석사 2만3941명, 학사 1만2793명 등 총 4만6117명의 과학기술 고급인재를 배출하게 됐다. 학업성적이 가장 우수한 학부졸업생에게 수여되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상은 수리과학과 장승욱 학생이 받았다.

이밖에 이사장상은 화학과 권치헌, 총장상은 생명화학공학과 박용진, 동문회장상은 전기및전자공학과 최봉수, 기성회장상은 바이오및뇌공학과 김보경 학생이 각각 수상했다.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한 전 총리는 이날 축사를 통해 졸업생들에게 "인류의 경제활동이 야기한 기후변화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인 물, 식량,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며 "인류사회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남표 총장 이임사 전문 친애하는 KAIST 가족 여러분께,

저와 제 아내는 지난 7년 가까이 대한민국 국민과 KAIST를 위해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그동안 만났던 각계각층의 수많은 분들과의 교류는 한국에서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 분들의 현명한 조언과 아낌없는 성원은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하고자 조국으로 돌아온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때로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힘들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도 우리는 조국을 위해 남은 생을 헌신하기로 한 결정이 옳았다고 확신했으며, KAIST를 세계 최고의 연구대학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이제 저와 제 아내는 한국을 떠납니다. KAIST에 머무르는 동안 많은 성원을 보내주셨던 국민 여러분, 동료, 그리고 세계 각국의 지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조국에 돌아온 것은 한국에 대한 비전과 희망,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MIT, 美 국립과학재단(NSF), 산업계에서 두루 쌓았던 제 경험을 바탕으로 KAIST의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 일한다면 학교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KAIST는 크게 발전하였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제가 원했던 것만큼의 성공을 이루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도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과 KAIST를 향한 제 열정은 결코 단 한순간도 식은 적이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뜨겁기만 합니다.

제가 KAIST에 재직하면서 이루고자 했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교내 구성원과 국민을 진정으로 대변할 수 있는 훌륭한 전통에 바탕을 둔 교육문화를 창출하는 것이었습니다. KAIST는 정말 훌륭한 연구대학입니다.

KAIST는 특별한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42년 전 제정된 한국과학기술원법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KAIST의 사명은 한국의 발전에 공헌하는 것입니다. KAIST는 단순한 일반 대학이 아닙니다. KAIST는 국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한국의 경제와 기술개발을 가속화시키는 임무를 부여받은 특별한 과학기술대학입니다. 국가의 사활(死活)을 과학 기술력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는 오늘날,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들을 교육시켜 한국의 미래 지도자로 육성하는 것은 KAIST가 해야 할 역할입니다. KAIST 학생들이 첨단 시설을 갖춘 이 아름다운 교정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교수들로부터 최상의 교육을 무상으로 받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KAIST는 국민들의 열망과 기대에 잘 부응해왔습니다. 오늘날 KAIST는 인적자원, 연구, 교육, 재정적인 측면에서 그 어느 때보다 강합니다. 뛰어난 명성을 갖춘 기존 교수진에 350명의 우수한 신진 교수를 추가로 임용해 교수 수를 획기적으로 증가시켰고, 세계 유수 대학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학교시설을 개선했습니다. KAIST는 에너지, 교통, 의료, 환경 등의 주요 분야의 발전에 크게 공헌하고 있습니다. 이제 KAIST는 한국 내 이노베이션의 중심이자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방문해 우리가 성취한 것을 배워가는 곳으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있습니다. 특히 KAIST가 ‘톰슨로이터’에서 발표한 ‘100대 글로벌 혁신기관’에 선정된 것과 온라인전기차(OLEV)가 ‘세계경제포럼’에 의해 ‘2013 세계 10대 유망기술’로 선정된 것은 매우 기쁜 일입니다.

KAIST를 세계에서 가장 좋은 연구대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저는 학교 행정, 교육, 연구, 그리고 학사 제도에 많은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새롭게 도입한 영년직(테뉴어)제도나 성과중심 임금체제는 교원의 교육과 연구 역량을 강화시키고자 시행되었습니다. 학생들이 미래 지도자로 성장하는데 갖추어야 할 자질인 윤리의식과 책임감을 고취시키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정책도 시행하였습니다. 새로운 정책 가운데 대부분은 세계 일류 대학에서 이미 일반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것이며, KAIST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정책들을 도입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다소 성장통을 겪기도 하였지만, 이 모든 것들이 보다 나은 KAIST의 미래를 위한 과정이었다고 위안합니다.

저는 KAIST가 세계를 선도하는 대학 중 하나로 성장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멉니다. KAIST는 이 시대 인류가 직면한 난제들을 창의적인 시각으로 접근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세계적인 학자나 기업인 등을 배출하는 요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열정과 높은 이상으로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협소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계속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세계적인 연구대학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선진문화를 갖추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대학으로 성장한 만큼 KAIST의 모든 구성원들도 이제는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높은 윤리의식을 갖추고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 속에서 교육, 연구, 행정 등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KAIST는 고등 교육 및 연구, 그리고 지식과 인적자원의 주요 보고(寶庫)가 될 것입니다.

구성원 한 분 한 분의 성원이 없었다면 KAIST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교수, 직원, 학생을 포함해 KAIST를 지성이 살아 숨 쉬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특히 주요 보직을 맡아 학교의 학사업무 및 행정을 도맡아 수고해 주신 동료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이 분들의 비전과 헌신은 KAIST를 ‘공부하고 싶은 대학, 교육하고 근무하고 싶은 대학’으로 만든 원동력이었습니다.

또한, 기부를 통해 KAIST가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도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의 사랑과 나눔은 KAIST 역사에 깊이 새겨져 오랫동안 기억될 것입니다. 아울러, 제게 지혜로운 말씀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총장자문위원회 위원들과 KAIST의 전․현직 이사님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저와 제 아내는 KAIST에서 일하는 동안, 세계 각지의 많은 지인들로부터 지지와 성원을 받았으며, 이 분들이 저희에게 베풀어 주신 소중한 우정, 시간, 충고, 도움에 거듭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또한, 보이지 않는 곳에서 KAIST를 위해 애써주신 모든 분들의 노력에도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여러분께서 보여주신 관심과 애정은 저와 제 아내가 한국에서 보다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비록 한국을 떠나지만 멀리서도 조국(祖國), 대한민국과 KAIST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3년 2월 22일 제13․14대 KAIST 총장 서남표

▲졸업을 축하하는 축포가 터지고 있다. ⓒ2013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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