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덕벤처行 바이오박사 "청년창업에 달렸다"

채제욱 바이오니아 소장 "글로벌 기업과 경쟁무기는 특허·창업"
"신약개발로 한국에 도움" 박한오 대표 한마디에 가족 모두 귀국


"보스톤(그는 하버드 대신 보스톤이라고 표현했다)에서 박사 후 연구 과정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몇몇 국내 대학, 미국의 기업 등에서 같이 일해보자는 제의가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바이오니아는 국내 벤처로 크지 않았지만 제 연구 분야와 맞았습니다. 그리고 '신약개발로 한국에 도움이 되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는 박한오 사장의 한마디에 가족 모두 한국행을 결정했습니다.

" 바이오 1호 벤처 바이오니아에서 유전자신약연구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채제욱 유전자신약연구소장. 서글서글한 눈매만큼 하버드에서 대덕벤처로 인생항로를 완전히 바꾼 이유도 명쾌했다. 대덕벤처 바이오니아로 가기로 결정한 그는 초등학교부터 유치원에 재학중인 자녀 3명 등 가족 모두 2010년 한국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1998년부터 미국에서 생활해 한국의 급속한 발전과정을 잘 알지 못했지만 박한오 대표의 신약개발 열정과 한국에 기여하자는 한마디에 홀린 듯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지난 3년. 바이오니아는 중소기업 지식재산권 1위, 굴지의 신약개발기업 사노피와의 신약 공동연구, 난치병 치료에 획기적인 파급력을 가진 SAMiRNA의 전달문제 해결 등 굵직한 성과를 내고 있다. 채제욱 소장의 유쾌한 대덕벤처행 이야기를 들어보자.

◆글로벌 랩·제약사 대신 이름만 알고 있던 바이오니아로

"보스톤에 있으면서 NEBS라는 한인 과학자 모임도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한국으로 하면 총무역할을 맡았는데 행사 개최나 모임 운영을 위해 기업들에게 스폰을 받거든요. 그런데 이름도 잘 모르고 있던 바이오니아에서 적은 금액이지만 꾸준히 지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바이오니아를 처음 알게 됐지요.

" 채제욱 소장에게 바이오니아는 한국의 이름없는 벤처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그가 몸담고 있었던 실험실은 DNA 개발자 등 노벨상 수상자만 7명을 배출했던 곳으로 하버드 내에서도 권위를 인정받는 곳이었다. 그는 굴지의 신약회사들과 연구를 진행하며 SAMiRNA연구를 진행 중이었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박한오 대표의 제안이 들어왔다. 같이 연구해보자고. "처음에는 염두에 두지도 않았죠. 바이오니아가 뭘 연구하고 어떤 분야에 강점이 있는지 몰랐던 것도 사실이고요. 그런데 국제회의 등에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박 대표도 꾸준히 참여하는 걸 보면서 비로소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 그렇지만 그에게 한국은 여전히 신약개발의 불모지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 있었다. 한국은 먹고사는 문제가 급한 나라, 오랜시간이 필요한 신약개발과는 맞지 않는 나라라는 생각이 더 컸다. 그런 나라에서 SAMiRNA를 연구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운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박한오 대표의 한마디가 그의 가슴에 울림으로 다가오며 깊이 박혔다.

"박 대표가 '한국도 바이오분야 인프라가 좋아졌다. 우리는 핵심기술도 있다. 신약개발로 한국에 기여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같이 해보자'고 한마디 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죠. 그리고 몇 개월 고민 끝에 내린 답이 한국행이었지요."

◆"일상생활에 도움되는 연구 적성에 맞아 학교는 지원도 안해"

최근 정부출연기관의 연구원들 중 대학으로 자리를 옮기는 과학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정년과 연구환경 등 여러가지로 장점이 있으니 자리를 옮겨가는 과학자만을 탓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채제욱 소장에게 물었다.

학교는 왜 가지 않느냐고. 그의 답변은 그가 글로벌 기업 대신 대덕의 이름없는 벤처를 선택한 이유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학교에서 하는 연구는 당장 일상생활에 활용할 신약을 개발하는 것은 아닙니다. 논문을 위한 연구가 대부분인데 전 그런 연구와는 맞지 않았습니다. 환자들에게 당장 필요한 신약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일이 적성에 맞았던것 같습니다."

그가 관심을 가진 분야는 SAMiRNA. 이는 기존의 siRNA 치료제기술의 문제점들을 극복해 약효를 나타내는 RNA를 생체 내 질병 표적장기까지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나노입자형 RNAi 신약물질기술이다. 이에 대한 연구는 1998년에 논문이 처음 나오고 8년만인 2006년에 노벨상까지 받으며 난치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돼 왔다.

그러나 대부분 질병세포 자체에 도달하지 못하면서 상용화에 이르지 못했다. 바이오니아가 개발한 'SAMiRNA'는 혁신적인 신기술로 질병을 일으키는 각각의 유전자를 공략해 분해시킴으로써 암 등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질병치료에 적용이 가능해졌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의약 선진국에서도 다양한 연구를 해왔는데 전달문제를 극복하지 못했죠. 바이오니아가 성공했다고 발표하고 특허를 출원하니 미국, 독일의 관계자들이 방문해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고 싶어했습니다.

당연히 나온 결과들을 보여주며 확실하게 개발 성공을 입증해줬죠." 이런 노력으로 바이오니아는 굴지의 제약사인 사노피와 협약을 체결하고 공동으로 신약개발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성과를 올리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려면 특허 포트폴리오·젊은층 창업 필요"

"한국기업들은 기술 하나에 특허 1~2개 정도면 족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특허 장벽을 제대로 만들 수 없습니다. 기술 하나에 적어도 100~200개 정도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쌓아야 글로벌 기업과 경쟁이 가능합니다.

" 특허의 중요성은 휴대폰 강자들의 싸움으로 세기적인 대결이 됐던 삼성과 애플의 특허전쟁으로 인식이 높아진 편이다. 그러나 채제욱 소장의 눈에 비친 한국기업의 특허현실은 여전히 빈약하기만 하다. 그는 "FTA 등으로 중소기업도 글로벌 기업들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데 특허는 꼭 필요한 인프라"라면서 "기술 하나에 수백 개의 특허가 요구된다"며 특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젊은층에서도 바이오 기업을 창업할 수 있는 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에 의하면 한국의 바이오벤처는 대기업과 연구소 경험이 풍부한 연륜있는 CEO가 대부분. 이에 비해 미국의 바이오 벤처 창업은 박사를 마친 20대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또 창업 후 실패해도 한국이 기업과 개인 모두가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과 달리 개인은 신용불량과 관계가 없다.

"물론 연륜과 젊음 양쪽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구글, MS 등이 아이디어 하나로 창고에서 시작해 파이를 키웠듯이 바이오 벤처도 젊은이의 아이디어로 창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또 이들이 실패 후에도 두려움 없이 창업에 재도전할 수 있도록 지원제도가 마련돼야 하고요."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아버지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회사일에 집중하는 동안 가정에 소홀하게 돼 아내에게 가장 미안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래서 주말에는 꼭 가족들과 보내려고 노력하지만 올 한해 또 가족들에게 미안할 것 같다고 고백한다. 그는 "바이오니아에게 올해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원년이 될 전망이다. 글로벌 제약사와 진행하는 신약개발 등 성과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하며 한국이 바이오 신약개발로도 우뚝 서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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