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WSJ에 '독도·비빔밥' 광고하는 서경덕 교수 강연
"세계무대서 한국홍보 최첨병은 기업…世界和 이해해야"
서 교수는 대학원(고려대 조경학과)을 마치고 미국에 일시체류 중이던 2005년 뉴욕타임즈에 처음으로 '독도는 한국땅'이란 자비광고를 실었다. 한일간 갈등을 우려해 정부가 조용한 외교를 표방하며 침묵하고 있던 시기에 나온 서 교수의 예상치 못한 돌발광고는 국내에서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관련기사에는 6만 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고 네티즌들 사이에 서 교수를 후원하기 위한 모금운동이 자발적으로 벌어졌다. 김장훈·송혜교·최수종 하희라 부부·이외수 등 문화계 인사들도 광고비 후원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같은 지지를 바탕으로 서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워싱턴포스트같은 국제적으로 영향력 있는 언론사의 지면광고뿐만 아니라 뉴욕 타임스퀘어와 런던 피카딜리 광장의 영상광고 등 기발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홍보하고 있다. 서 교수는 이런 지속적인 캠페인을 통해 '일본해'를 공식사용하던 미국 유력매체들의 지도표기방식을 '동해-일본해' 병행기재로 변화시킨 데 이어 위안부, 아리랑의 중국측 유네스코 등재 시도 등에 대해서도 도발적인 광고를 게재하며 국제여론을 환기시키고 있다.
또 최근에는 역사뿐만 아니라 한글, 비빔밥, 막걸리 같은 한국의 문화를 전파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사소한 행동 하나가 이렇게 큰 나비효과 일으킬 줄 몰라"
그는 대학에 입학했던 93년 문민정부 시절 '세계화'라는 단어가 대두되는 것을 보고 해외 배낭여행을 시작했다. 세계화라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몸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서 교수는 "배낭여행 때 만나는 서양인들은 대개 중국인 아니면 일본인이냐고 물었다.
나름 한국이 세계적인 경제대국이라 생각했던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면서 "왜 서양인들이 동양인을 만나면 중국과 일본만 떠올리고 한국은 생각하지 못하는지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여행에서 돌아온 그는 바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외국인 배낭여행객들 사이에 방문국 배지 다는 게 유행인 것을 보고 태극기 배지를 사서 나눠주겠다는 생각이었다.
이런 가운데 대학원을 졸업한 뒤 취업을 미뤄두고 초강대국인 미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무작정 뉴욕으로 건너간 그는 다시 한번 충격을 경험했다. 전세계 사람들이 찾아오는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현대미술관(MOMA)에 한국어 안내책자만 없는 것을 보고 화가 난 것이다.
서 교수는 망설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박물관 디렉터에게 전화를 걸어 항의했고, 당시의 그 터무니없던 도전이 커다란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켜 오늘에 이르고 있음을 강조했다.
몇 개월이 넘는 기다림 끝에 디렉터와 면담시간이 잡힌 그는 갓 학생신분을 벗은 여행자 신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후원을 받아오겠다며 큰소리를 쳤고 박물관 관계자들은 그런 그에게 반신반의하며 계약서를 써줬다. 서 교수는 "물론 바로 한국에 건너와 200군데가 넘는 기관, 기업을 돌아다니며 호소했지만 모두 들은 척도 안했다.
그러다 계약일을 며칠 앞두고 기적처럼 책자제작비를 후원하겠다는 기관이 생겼고 그 일이 자산이 돼 점점 더 큰 일들을 할 수 있게 됐다"며 "만일 당시 화가 나서 바로 미술관에 전화하지 않았다면, 바로 한국에 돌아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면 아무일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양인들은 날계란을 먹지 않는다…큰 교훈 얻어"
서 교수는 참석자들에게 "기업 역시 마찬가지"라며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와 아이템으로 생각과 동시에 행동에 옮기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서 교수는 세계를 무대로 뛰는 기업이 되기 위해 필요한 덕목으로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글로벌 에티켓을 꼽았다.
그는 "수많은 강연을 다니며 느낀 바 기업인만큼 애국심이 큰 집단은 보지 못했다"며 "이제 세계화의 의미가 단순한 해외진출이 아니라 세계와 화합하는 세계화(世界和)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만큼 그에 걸맞는 글로벌 매너를 지켜달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뉴욕에 비빔밥을 광고할 때 한 유명 셰프가 전화를 걸어와 서구인들은 날계란을 잘 먹지 않는다고 도움말을 준 적이 있다. 그래서 다음 광고부터는 날계란 대신 계란프라이를 얹고 있다"면서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상대나라의 문화를 먼저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한국인들은 유난히 외국인에게 한식 대접하기를 좋아하는 편"이라며 "우리 문화를 강권하기보다 먼 여행길에 지친 바이어에게 따뜻한 현지음식을 준비해주는 세심한 마음씀씀이 같은 것이 바로 지금 해외진출을 꾀하는 기업인 여러분에게 필요한 세계화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이어 "여러분들이 만드는 상품의 가치를 글로벌시장에서 공유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쌍방향통행이다. 대상국가의 문화와 거래기업의 문화를 먼저 존중할 때 그들 역시 우리 고유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이라면서 "더 큰 기업이 돼 한국을 세계에 홍보하는 첨병이 돼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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