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광화 기초연 신임원장 인터뷰]쇄신·구성원 화합 강조
"싸이 혼자였다면 성공 못했을 것…과학도 전문적 관리를"

"진단은 내려졌다. 어떻게 치료하고 처방하느냐만 남았다." 구상은 끝난 듯 했다. '무엇을 하느냐'가 아닌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였다.

지난 7일 취임한 정광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신임 원장은 "기초연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화합과 조직쇄신"이라며 "두 가지 요소는 과거의 일에 얽매이는 개념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키워드"라고 설명했다. 과거에 특정한 사건이 있었느냐, 없었느냐는 정 원장에게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는 "새로운 리더가 취임하게 되면 직원간 화합이나 조직쇄신 등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며 "이러한 차원에서 화합과 조직쇄신에 큰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정 원장이 취임하기 전까지 기초연은 수장공백 상황이 지속됐다.

지난해 12월부터 지속된 신임 원장 선임은 '적임자가 없다'는 기초기술연구회의 결정에 계속 미뤄졌고, 결국 연구현장 안팎에서 부정적인 소문이 확산되기도 했다. 기초연은 박준택 전 원장이 감사원 감사에서 각종 비위사실이 드러나 지난 9월 해임된 후 선임부장 대행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정 원장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취임하기 전의 일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는 쪽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며 "감사 결과나 기관 규정에 맞춰 일정 부분 정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나간 일에 얽매어 주춤거리기 보다는 화합을 통한 기관 운영에 힘써나가겠다"고 일축했다.

정 원장은 기초연의 쇄신을 위해 축적해 왔던 기관장으로서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겠다는 생각이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충남대학교 분석과학기술대학원장을 역임했던 그의 진가가 어떻게 발휘될지 벌써부터 주위의 기대가 높다.

표준연 원장으로 재임했을 때도 그의 개혁적인 성향은 연구원 운영에 적극적으로 적용됐다. 2025년 노벨상 수상을 목표로 세계 최고 기술을 개발하고자 노력했다. 세계 최고만이 기초과학 부흥을 일으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표준연 만의 미션이었다.

그는 "직원이 와서 '그래핀 연구를 하고 싶다'고 한다면 나는 되물었다. '이거 가지고 노벨상을 탈 수 있겠냐'고. 그래핀 연구는 다른 곳에서도 많이 하는데 우리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노벨상을 타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독창적인 아이템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한 가지의 축은 기술이전 활성화였다.

정 원장은 표준연의 성과확산을 위해 팀을 만들고, 변리사를 채용하는 등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였다. 기관장의 관심은 직원들이 신명나게 일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 결과 큰 건의 기술이전을 성공하는 등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만의 신념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노하우를 기초연에 쏟아부을 생각이다"며 "분석과학은 기초과학의 기반이다. 기초과학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기초과학의 열매를 맺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 연구장비 수입 매년 4조원, 국산으로 대체한다면?

"우리가 필요한 것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 그것이 바로 국부 창출의 원동력이 된다. 세계 최초로 개발 된 것을 국내에서 산업화 하게 되면 된다. 현재 모든 장비를 외부에서 사들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산업에 도움이 안 되고 있다.

" 정 원장은 연구장비를 국산으로만 대체해도 경제효과는 엄청날 것이라 자신한다. 그는 "현재 매년 4조 원 정도의 연구 장비가 국내로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중 10%만이라도 국내 장비로 대체할 수 있다면, 일자리 창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연구비를 받으면 가장 먼저 연구장비를 산다. 연구비가 늘어나면 고가의 장비가 들여져온다. 그러나 인건비는 오르지 않는다. 악순환의 연속일 수 밖에 없다. 정 원장은 "거꾸로 돼야 한다. 연구장비를 줄여야 하는데, 그 일은 기초연에서 밖에 할 수가 없다"며 "그렇게 될 수만 있다면 기반 기술의 수준도 올라갈 뿐더러, 기초과학의 발전은 물론 일자리 창출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올해 중점을 두고 추진할 핵심 사업 역시 장비 구축에 맞춰져 있다. 첨단 대형장비 구축사업으로는 '슈퍼바이오 전자현미경'과 '7T 휴먼 MRI' 구축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첨단 분석장비 개발사업에서 마무리 단계인 '초정밀 열영상 현미경시스템'과 'ECR이온원을 이용한 중소형가속기' 등이 관심사다. 특히 기초과학분야 연구지원에서 기초연이 가장 강점을 보일 수 있는 융복합 연구에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기초연 내부적으로 논의단계인 '국가고자기장센터', '국가분자이미징센터' 구축을 추진중이다. 정 원장은 "올해 예비타당성 조사 등을 준비해야 하는 사업인 만큼 기관의 힘을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다른 기관도 이러한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기초과학을 지원하고 융복합 연구를 선도해왔던 기초연만이 가능한 사업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류가 대세다. 하지만 단순히 연기자나 가수만 잘해서는 안된다.

그들이 잘 뛰어 놀 수 있도록 체제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바로 기획사의 힘이다. 싸이 같은 경우도 혼자 했다면 안됐을 것이다. 기획사의 힘이 크다. 과학기술도 마찬가지다." 정 원장은 과학자를 가수에 비유했다. 가수를 관리하는 매니저들처럼 과학자 역시 매니저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그는 "연예인들 보면 몇 십년 씩 같은 매니저와 동고동락하며 일을 한다"며 "과학자는 그렇지 못하다. 연구개발을 관리하고, 과학자를 스타로 키울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연구원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건 연구비를 블록 형태로 주는 게 아니다. 체계 자체가 튼튼해야 한다"며 "다행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전문인을 중요시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이번에 인선을 살펴보니 그 분야에서 경험이 많고, 전문지식이 있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기대가 된다"고 덧붙였다. 역시 사람이다. 정 원장 역시 사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초연이 가진 물질적 자산은 당연히 첨단 대형 연구장비들이겠지만, 기초연을 지탱하고 있는 가장 큰 힘은 사람이다"며 "서로 화합하고 일치된 힘을 이끌어 낼 때 첨단 대형 연구장비들도 제 역할을 할 것이고, 그래야만 기초연이 가진 역량을 최대로 표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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