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이민자 가정·주경야독 입지전적 성공스토리 화제
사람 중심 융합서비스 주창…'아메리칸 드림' 한국서도 이어질까

박근혜 정부의 핵심 부처로 과학과 정보통신기술을 아우르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초대 장관 내정자가 발표됐다. 김종훈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으로 벤처기업 성공 신화의 주역으로 불리고 있는 인물이다.

김종훈 내정자는 평소 융합을 강조해 온 인물로 유명하다. 근본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변화하고 있는 만큼 통신 인프라와 콘텐츠, 애플리케이션이 융합돼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자 소신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 정책은 융합을 통한 서비스 중심의 산업 육성책이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미래 먹거리 개발을 담당할 미래과학부의 수장 역할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다. 중학생이던 지난 1975년 미국으로 이민을 갔던 김 내정자는 역경 속에서도 늘 최고를 꿈꿨던 소년이었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그 곳에서의 삶도 녹록지 않았다. 메릴랜드의 한 빈민촌에서도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늘 놀림받았다.

안해 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로 그는 치열하게 살았다. 하루 2∼3시간을 자면서 버텼다. 편의점, 신문배달, 야채가게 점원, 레스토랑 주방보조 등 닥치는대로 일을 했다. 과학과 수학을 위로 삼아 학교를 다니던 김종훈이라는 소년은 고학으로 존스홉킨슨대(학·석사), 메릴랜드대(박사)를 졸업했다. 그러나 대학에 가서도 여전히 영어 수업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책은 늘 껴안고 있어야 했고, 거기에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하루 24시간을 빠듯하게 살아야 했다. 일하고 공부하느라 잠은 늘 부족했다. 희망이 있기에 견뎌낼 수 있었다. 그가 말한 성공 조언을 보면 그를 성공의 길로 이끌어 준 신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 무언가를 하라" "꿈의 크기가 인생의 크기를 결정한다" "혼자서는 성공할 수 없다. 좋은 팀을 이뤄라"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누군가는 포기했을 힘겨운 길 위에서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나아질거라는 희망을 품고 최고를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내딛었기에 가능했던 오늘이었다.

공학 박사까지 딴 그는 기업의 잇단 스카웃 제의에도 소신을 택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한 그는 실패를 맛봤고, 7년간 해군 장교로 복무한 후 1992년 딸 아이의 이름을 딴 회사 '유리시스템즈'를 차렸다. 이 회사가 바로 그가 벤처 신화를 일궜던 곳이다. 직원 한 명과 시작한 유리시스템즈는 무서운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유리시스템즈의 ATM 통신장비는 이기종 네트워크를 융합한 제품이었다. 비동기전송모드(ATM) 통신기술 장비는 1991년 걸프전 당시 미군 전투기들이 다른 네트워크에서 오는 데이터를 제대로 수신하지 못해 적군 전투기를 놓치는 데에서 출발했다.

서로 다른 통신 네트워크 사이에서도 데이터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데이터 통합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1998년에는 유리시스템즈를 세계적 통신장비 회사 루슨트테크놀로지스(현 알카텔-루슨트)에 10억달러를 받고 매각, 미국에서 400대 부자가 됐다.

2001년에는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이 구단주였던 워싱턴 위저즈 프로농구팀(NBA)의 공동 구단주가 되기도 했고, 2002년에는 메릴랜드공대 전자공학과 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부터 벨연구소 사장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다가 마침내 2005년 2만명의 글로벌 수재들이 근무하는 벨연구소를 이끌게 됐다. 김 후보자의 발탁은 미래과학부를 역동적으로 이끌 수 있는 전문가라는 점과 세계 유수의 연구기관을 이끌고 있는 경험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