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수장에 김종훈 알카델-루슨트 벨연구소 사장
"놀랍지만 환영"…대덕 知人들 "진취적이고 열정적"

새정부 핵심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초대 장관에 김종훈 알카델-루슨트 벨연구소 최고전략책임자(CSO)가 내정됐다.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17일 오전 인수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래창조과학부를 비롯한 11개 부처의 장관 내정자를 발표했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는 현오석 KDI 원장, 통일부장관에는 류길재 현 한국북한연구학회 회장, 농림수산축산부장관에는 이동필 현 농촌경제연구원 원장,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는 윤상직 지식경제부 1차관, 보건복지부장관에는 진영 새누리당 의원이 각각 내정됐다.

또 환경부장관에는 윤성규 한양대 연구교수, 고용노동부장관에는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여성가족부장관에는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 국토교통부장관에는 서승환 연세대 교수, 해양수산부장관에는 윤진숙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본부장이 이름을 올렸다.

◆미래창조과학부 초대장관 '김종훈'은 누구?

과학기술과 ICT를 총괄하며 새 정부 최대 화두인 '창조경제' 실현을 책임지게 된 김종훈 장관 내정자는 가난을 극복하고 IT업계 최고 자리에 오른 '벤처 신화'로 불린다. 김 내정자는 1960년 서울 출생으로 중학생이던 1975년 가족과 함께 미국 매릴랜드주로 이민했다.

김 내정자는 가난한 집안형편과 영어도 할 줄 몰랐던 어려운 환경에서 하루 2시간만 자는 주경야독으로 명문 존스홉킨스대 전자공학과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릴랜드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딴 김 내정자는 1992년 유리시스템즈(Yurie Systems)를 설립했고 1998년 초고속으로 음성·영상 등 멀티미디어 정보를 전송하는 군사통신장치 ATM을 루슨트테크놀로지스에 10억달러에 매각하며 38세의 나이에 미국 400대 부자 반열에 올랐다.

김 내정자가 이끄는 벨연구소는 전화기를 발명한 그레이엄 벨의 이름을 따 1925년 설립된 민간연구소로, 전기통신 부문과 기초과학기술을 주로 연구하고 있다. 1980년대초 존스홉킨스대에서 김 내정자와 함께 공부한 과학기술인들은 김 내정자를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존스홉킨스대에서 기계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은 이주진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김 내정자에 대해 "아이디어가 아주 많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었다"고 기억했다.

화학공학자인 김춘호 한국뉴욕주립대 총장도 "대학원생 시절 학부생이던 김 내정자를 알게 됐다"며 "넉넉치 않은 형편과 고학으로 사귀는 교우의 폭이 넓지는 않았지만 알면 알수록 참 진취적이고 열정적인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김 총장은 또 "공부벌레들만 모인 학교에서 일을 해가며 3년만에 졸업장을 따냈다면 얼마나 명석하고 근면했는지 알 만한 일"이라며 "개인적으로 천재라는 소리가 아깝지 않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미래창조과학부라는 새로운 부처 구상에 딱 맞는 인물"이라면서 "다만 한국적인 시스템이나 네트워크에서 약한 부분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이런 부분을 보좌할 수 있는 좋은 차관이 임명된다면 큰 일을 해낼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과기계 "장단기 R&D 균형 잘 잡아야"…ICT업계 "벤처생태계 만들 실무형전문가"

김종훈 미래과학부 내정자에 대해 국내 과학기술계와 벤처업계는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문기 KAIST 경영과학과 교수(전 ETRI원장)는 "예상범위 안에 있던 인물"이라며 "창조경제가 과학기술을 통해 신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임을 감안할 때 매우 적절한 인사"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ETRI원장이던 2008년경 서울 벨연구소 설립을 논의하며 만났던 김 내정자를 기억하며 "벤처기업을 키우고 세계적인 연구소도 이끈 만큼 기술을 잘 알고 또 이를 사업화로 연결하는 데도 풍부한 경험과 지식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전문가들은 세계 IT시장에 정통한 인물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창조경제를 이뤄내려면 벤처기업과 창업자들의 현장을 생생하게 알고 있어야 하는데 김 내정자 본인이 세계적인 벤처신화의 주인공인 만큼 창의적인 벤처생태계를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과학기술계 역시 세계적인 벤처신화 뿐만 아니라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거대 기초과학 연구기관을 이끈 경험을 가진 김 내정자에 대해 거는 기대가 크다. 반면 일부에서는 과학 분야가 우선순위에서 단기 성과 중심의 ICT에 밀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의 시선도 있다. 한 과기계 인사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젊은 인물이 됐다는 점에서는 상당히 신선하다"면서도 "미래과학부의 취지가 연구개발과 산업의 연계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과학기술을 발전도 포함돼 있는 만큼 어느 한쪽에 치우치치 않게 잘 균형을 이루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과기계 인사 역시 "기업인 시각에서만 접근하게 되면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기초과학에 대해서는 소홀해질 수 있지 않을까 일부 염려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벤처신화' 김종훈 선택한 이유는?

50대 초반의 외국 국적자인 김종훈 내정자 발탁에 대해 일부에서는 박근혜 당선인의 깜짝 인사 스타일을 비판하는 의견도 있지만 대체적인 중론은 긍정적이다. 신설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를 역동적으로 이끌 수 있는 전문가라는 점에서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연구기관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이 신설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를 역동적으로 이끌고 부처 목표대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 데 강점으로 작용하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이같은 기대는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이날 김 내정자 선임 배경을 설명한 데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정부조직법에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경제의 기반을 구축해서 우리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꼭 필요한 부처"라며 "특히 ICT 관련 정책기능을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전담하면 기술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강화될 것"이라고 초대장관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김 내정자 역시 "다시 회사를 차린다면 정보통신기술 분야를 1순위로 선택할 것이고, 에너지와 바이오 분야에도 커다란 과제들이 많아 관심이 있다"며 여러 과학기술 방면에 대한 관심을 밝힌 바 있다. 한편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13일 6개 부처장관을 내정한데 이어 이날 나머지 11개 부처장관 내정자를 발표함으로써 새정부 조각을 완료했다. 하지만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야권과 정부조직법 개정안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인수위 원안대로 정부 직제 발표를 '강행'했다는 점에서 야권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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