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⑮ 권면 국가핵융합연구소장]
"敎子菜薪 지혜로 미래 준비하는 자세 필요"

"변화의 시기는 위기이면서 곧 기회입니다. 핵융합 기술을 이용한 융합기술 개발 및 핵융합 분야의 빅데이터 활용에도 보다 집중해 앞으로 밀물처럼 밀려올 3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뒤처지지 않도록 변화를 선도하는 연구소로 도약해야 할 것입니다.

" 권면 국가핵융합연구소 소장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연구현장은 물론이고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날 변화를 선도하고 이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핵융합연이 세계적인 연구소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핵융합연은 그 어느 때보다 올 한 해에 대한 기대가 크다. KSTAR는 올 4월부터 시작될 장치 운영을 통해 대전류 플라즈마 구현과 안정적 운전 달성 등을 목표로 운영되며 핵융합연 2차 진흥기본계획에 따라 '핵융합발전원형로(DEMO) 플랜트 기반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새정부가 출범하고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됨에 따라 과학기술 및 출연연 정책 방향 등에서 여러 가지 환경 변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런 변화의 시기를 앞두고 권 소장은 "과학기술을 통한 창조적 경제성장이라는 새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은 많은 과학기술인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면서도 "실천방안에 여러 변수가 있는 만큼 사전 분석과 준비를 통한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소장은 국내에 이어 국제적인 변화에 대해서도 짚어냈다.

그는 "유럽을 시작으로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3차 산업혁명이라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의 변화도 주시해야 한다"며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연구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 혁명적 변화와 양립할 수 있는 전략이 무엇인지,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도 돌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KSTAR 장시간 운전·DEMO R&D 사업 등에 집중하는 한해 될 것"

작년 한 해 핵융합연은 다양한 성과를 거뒀다. 먼저 KSTAR는 고성능 모드에서 17초간 안정적인 운전을 달성했으며 3월에는 유럽에 앞서 ITER 진공용기 제작에 본격 착수하는 등 7개 회원국 중 가장 모범적이고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핵융합연은 지속적인 세계적 연구 성과 달성으로 KSTAR의 국제공동연구장치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우리나라를 포함해 7 개국이 공동으로 수행하는 국제핵융합기술실증로 ITER 선행연구장치로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는 방침이다.

권 소장은 "KSTAR가 뛰어난 성과를 달성한 만큼 ITER 사업에서도 우리나라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올해 ITER사업 역시 국내 조달 품목중 가장 중요한 품목의 하나인 진공용기의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며, ITER 국제기구와 플라즈마 물리 공동 연구 등 기술 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 KSTAR 근무 경력을 높이 평가 받은 국내 전문 인력들의 ITER 국제기구 파견도 예정돼 있어 핵융합 전문 인력의 저변 확대를 위해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매년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 KSTAR의 핵심 역할 수행과 함께 DEMO R&D 사업 역시 올해 핵융합연이 중점적으로 추진하게 될 일이다. DEMO R&D 사업은 핵융합연의 신성장 동력 창출과 현 KSTAR와 ITER 사업의 미래 연계성·확장성 확보를 위한 사업으로 향후 핵융합발전로 연구의 기반이 되는 사업이다.

권 소장은 "현재 우리 연구소에서는 그동안의 기획연구 결과를 토대로 DEMO R&D를 위한 기획연구와 예비타당성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를 위한 국내 지원 그룹 만들기는 물론이고 미국 등 국제적인 지원과 협력시스템도 갖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 소장은 "기초원천 연구뿐 아니라 산업화 가능성이 큰 응용기술 개발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작년에 군산에 문을 연 플라즈마기술연구센터를 중심으로 플라즈마 융복합 연구와 플라즈마 원천연구에도 더 힘을 기울일 것이다.

특히 플라즈마를 활용한 저급 석탄의 청정 연료화 연구라든지 중선입자 빔 기술을 이용한 고효율 태양전지 제조 기술 개발도 계속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 소장은 장기적인 핵융합에너지 개발과 더불어 단기적인 파생기술개발에서도 성과를 내 일반 국민들과 더욱 가까워지는 연구소가 될 것을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핵융합연의 작년 성과 가운데 또 한 가지는 기초기술연구회 산하 13개 기관 중 기관종합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에 대해 권 소장은 "이번 성과는 가장 최근에 설립된 연구소로 조직이나 인력규모, 연구시설 인프라 등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조건에서 이뤄낸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고 소회를 밝혔다.

권 소장은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더욱 효율적으로 일을 해내는 조직으로의 개편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향후 미래지향적 조직구조는 현재의 개별 프로젝트 중심의 조직구조에서 핵융합 과학, 핵융합로 공학 등 통합적인 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이런 큰 틀의 조직구조 개편에 대한 여러 사람과의 논의를 통해 바람직한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소장은 또 새 정부의 국정운영 방침에 대해서 명실상부한 과학기술중심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특히 핵융합과 같은 장기간 연구를 필요로 하는 거대과학이나 기초과학 연구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한 연구가 지속될 수 있도록 단기적인 산업기술이나 ICT기술과 비교해 정부의 역할과 지원이 균형있게 조정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국민행복기술과 융합신기술 개발 등을 새정부의 과학기술 정책과제로 제시한 권 소장은 이런 때에 각자의 연구개발 노력이 국민행복과 어떻게 연결될까도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권소장은 2013년 올해의 신조를 나타내는 사자성어로 교자채신(敎子菜薪)을 들었다. 그는 "성경에도 주변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성실하게 주어진 일을 해 나가면 어떤 어려움도 이길 수 있다는 교훈이 있다.

이는 '교자채신'이라는 사자성어와도 상통한다"며 "이 말의 의미처럼 올해는 장기적 안목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지혜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 한 해 동안 100 권의 책을 읽고 가급적 독후감을 구성원들과 공유하겠다는 다짐을 한 권 소장은 "구성원들과의 1:1면담을 실천해 운영책임자의 마음과 생각을 구성원들에게 알리는 일을 해보려 한다"는 소망을 전하며 젊은 과학자에 대한 당부의 말도 전했다.

권 소장은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책임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균형감각을 익혀야하고 이를 훈련키 위해 비판적 사고와 인문학적 소양을 기를 수 있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미래에 다가올 네트워크에 연결된 분산, 수평적 사회, 협력이 필수적인 사회에 필요한 적응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열린 2013년 핵융합연 시무식 모습. ⓒ2013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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