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주 한의학연 선임연구원, 中보다 앞선 맥진기 상용화
관련 기술이전…맥진단 알고리즘 업그레이드로 해외 진출도

"부모님은 아들이 교사가 되길 기대하셨죠. 그런데 제 꿈은 달랐어요. 정적인 직업보다는 뭔가 역동적인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주도가 고향인 전영주 선임연구원은 꿈이 야무진 소년이었다. 부모는 아들이 공부를 잘하자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인 교사의 길을 걷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전 선임연구원의 꿈은 막연하지만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없었던 무엇인가를 새롭게 만들어 내고 싶었다. 연구하고 개발하고자 하는 '연구자'의 본능이 어릴 적부터 꿈틀댔던 것. 그가 자신의 꿈과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우기 시작한 시기는 고등학교 시절. 이과였던 그는 생물과 화학을 배우면서 자신이 가야할 길을 조금씩 그려갔다. 대학에 진학해서 메카트로닉스학을 배우면서 구체화 됐다.

대학 졸업 후 석박사 과정으로 그가 선택한 전공은 의용공학. 공학을 의학 분야에 적용하는 학문으로 인간에게 곧장 적용이 가능하다. 의용공학은 생체신호 측정분석, 초음파 생체재료 생체역학, 생체 정보 처리 등 분야가 다양하다. 전 선임연구원은 의용공학의 세 분야 중 생체신호와 측정·분석 분야를 전공했다.

그의 주 연구 분야였던 맥파는 심장에서 분출된 혈액이 혈관벽을 따라 전해지는 파동을 의미하는데 여기에 포함된 여러 변수들을 분석해 혈관의 경직도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된다. 한의사가 맥파를 이용한 맥진을 통해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는 점에서 한의학에서도 주요한 진단 지표로 여겨진다.

◆고서와 논문 독파하며 한의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맥진기 개발

2007년부터 한국한의학연구원에 합류한 전 선임연구원은 자신의 주력 분야인 맥파 연구에 몰입했다. 한의사들이 사용할 수 있는 맥진기를 개발하기로 한 것. 그러나 시작부터 쉽지 않았다. 한의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맥진기를 개발하기 전 일반적인 통계 데이터로 사용할 수 있는 자료부터 많지 않았고 맥상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했다.

맥파 측정은 서양의학보다 더 정밀한 방식을 요구했고 맥파 데이터에 대한 한의학적 분석 기준 마련도 시급했다.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쉽지 않았고 데이터를 수집해도 한의사마다 진맥 분석이 달라 자료로 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서와 논문을 독파하고 세미나에 적극 참석했죠. 그리고 맥분야로 이름이 높은 원장님 강연도 6주간 듣기도 했고요." 이런 노력으로 맥진기에 활용할 알고리즘이 만들어져 갔다. 물론 전 선임연구원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전 선임연구원을 비롯해 5명이 한 팀이 돼 맥진기의 알고리즘을 갖췄다.

◆임상 시험 마치고 상용화 과정 진행 중

"개발하는 동안은 너무 힘들었지만 그래도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와 뿌듯합니다. 맥진기를 개발하고 사람에게 적용 가능하도록 임상 심사가 진행됐는데 쉽지 않았기에 지금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전 선임연구원은 당시의 기억이 떠오르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전 선임연구원팀이 개발한 맥진기는 환자가 팔을 대면 한의사가 진맥을 보듯 맥을 측정한다. 그리고 환자의 히스토리로 기록돼 병의원에서 환자관리를 보다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맥진기가 개발됐으나 한의사들이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하기까지 행정 절차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GMP)와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의 전기전파 기준을 통과해야만 상용화 절차를 진행 할 수 있었다. "GMP 규정을 통과하는데 수없이 많은 문서를 만들고 수정하는 작업이 필요했고, KTL 기준은 기계의 전자파 기준이 일정기준을 넘지 않아야 하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매주 주말 서울, 원주로 다니며 조언을 받았죠." 드디어 모든 조건을 갖추고 GMP, KTL 기준을 통과, 식약청으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고 임상시험을 진행하게 됐다. 올해는 관련 기업과 맥진기 기술이전을 추진 중이다. 맥진기가 상용화가 되면 보다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맥진단 알고리즘을 향상시켜 해외 시장 진출도 가능하게 된다.

전 선임연구원은 "중국에서도 맥진기 개발이 이뤄져 시장에 출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핵심은 비슷한 하드웨어보다 재현성 있는 맥진 콘텐츠 개발이다. 한의학연은 이 부분에 대해 꾸준히 연구를 해 왔고 앞으로도 집중적인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면서 맥진기가 한의진료 현장에서 사용되는 날을 기대했다. 그의 연구본능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는 기존의 한의 의료기기의 기능 업그레이드에도 관심이 많다. 현재는 통합건강진단자가시스템 개발에 참여하며 또 다른 꿈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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