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설우석 항우연 한국형발사체사업단 엔진개발실장
"시스템설계 이미 완료…우주개발 국민적 공감대 가장 중요"

한국형 우주개발의 본게임이 시작됐다. 이제는 한국형 발사체다. 나로호 성공 발사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원장 김승조) 연구원들은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우주 개발 신화를 써내려가기 위한 장기 레이스에 돌입했다.

설우석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사업단 엔진개발실장의 각오도 남다르다. 나로호 성공으로 한국형 발사체 사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부담도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 실장은 "한국형 발사체를 독자적으로 개발한 후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다"며 "발사체 엔진을 기본으로 더 큰 대형 발사체를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설 실장도 나로호의 성공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봤다. 거대한 화염에 휩싸여 올라가는 나로호의 모습에서 그는 예전 뭉클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엔진 개발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KSR-3 엔진 개발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처음으로 액체 엔진을 개발했다. 간단한 구조지만 쉽지 않았다. 우리가 설계하고 제작한 KSR-3 엔진을 러시아 시험 설비에서 처음으로 시험을 했다. 당시 첫 번째 연소 시험에서 엔진으로부터 불기둥이 뿜어져 나오는데, 그 모습을 아직까지 잊을 수가 없다. 감동적이었다." 당시의 설레임은 그를 국내 최고 로켓 엔진 개발자로 성장하게 한 밑거름이 됐다.

그는 한국형 발사체를 개발하고 있는 많은 신진 연구자들이 나로호를 통해 그와 같은 감동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나로호 발사를 지켜봤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발사체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이 있다. 발사체의 경우 발사하는 순간을 보면 이 일을 절대로 떠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자기가 개발한 발사체가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감동에 휩싸여 그 전의 힘들었던 일들은 잊고 다시 한 번 해내야겠다는 자신감에 사로잡힌다. 그 순간을 위해 다시 한 번 뛸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한국형 발사체는 우리가 우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게 없다면 다른 나라에 부탁해 업혀갈 수밖에 없다"며 "다들 꿈같은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우주 공간은 더이상 꿈의 공간이 아니다.

실생활에 우주 기술이 많이 적용되고 있지만, 실제로 우주공간에 간다면 더 많은 활용 분야를 개척할 수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한 기본적인 준비가 바로 발사체 개발이다"고 강조했다. 독자적인 발사체 개발에 있어 가장 많은 도움을 준 것은 바로 나로호 사업이었다. 그래서 나로호 사업에 대한 질타가 이어질 때마다 안타까워했던 그였다. 설 실장은 "개발 초기부터 비행할 때까지 전체 과정을 선진국 전문가들과 일을 하면서 많이 보고 배웠다"며 "그들의 노하우와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해온 엔진 기술이 합쳐져야 한국형 발사체가 독자적으로 바로 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설 실장은 "1, 2차 시도 때 성공했다면 아마 기분은 좋았을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하면서 얻었던 게 더 많았다"며 "3차 발사 3차 시도까지 오면서 확보한 기술들이 상당히 많이 축적됐다. 이것들이 나중에는 독자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고 설명했다.

◆ 한국형 발사체 시스템 설계 완료 상태

 

설 박사는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자신감을 보였다.
설 박사는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자신감을 보였다.
설 박사에 따르면 한국형 발사체 사업의 핵심인 1단 로켓까지 국내 기술로 자체 개발해 2021년 혹은 그 이전에 3단 로켓을 쏘아 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도 발벗고 나섰다. 정부는 2010∼2021년 한국형 발사체 사업에 예산 1조5449억원을 배정하고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계획 마무리 시점을 2020년이나 그 전으로 앞당기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현재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은 1단계 사업 진행 중이다. 총 3단계로 진행 예정인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의 1단계는 5∼10t급 액체엔진 개발과 시험시설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종의 예비 연구인 셈이다.

설 실장은 "한국형 발사체 시스템 설계를 완료한 상태다. 그 중 핵심 부분인 엔진 시스템에 대해 개념 설계를 하고, 기본적인 규격을 도출한다"며 "예비 설계 단계에서는 주요 부품들의 시제품들을 제작해 시스템 설계에서 도출한 규격이 실제로 구현 가능한지를 살펴보는 단계다. 이게 완료되면 규격을 확정짓게 된다"고 설명했다.

규격 확정이라는 것은 일종의 기본 토대를 완성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개발하는 데 있어서 개념을 어떻게 가지고 가느냐에 대한 답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국형 발사체의 길이와 무게는 46.5m, 200톤으로, 나로호(33m, 142톤)보다 길고 무거우며, 1단 로켓의 추진력은 300톤 중(重)으로 나로호(170톤 중)보다 훨씬 크다.

이는 엔진 하나로 분사하는 나로호와 달리 75톤 중급 엔진 4개를 묶어 추진력을 얻는 덕택이다. 설 실장에 따르면 우주 발사체 개발에 있어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어려운 부분은 엔진 기술이다. 실제로 개발에서도 그렇고, 발사 과정 중에서 가장 실패 확률이 높은 부분이기도 하다. 액체 엔진 기술을 확보해야 독자적으로 발사체를 개발할 수 있는 토대가 갖춰졌다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액체 엔진 기술을 개발한 적이 있었다. 바로 1990년대 초반부터 항우연이 개발한 KSR-3(1단, 액체) 과학관측로켓이다. KSR-3 개발을 통해 한국은 단 분리 기술을 익히고, 기초적인 액체 로켓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설 박사는 "KSR-3 로켓은 간단하고, 성능도 우주 발사체용으로는 부족한 엔진이지만,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을 토대로 발사체에 적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 개발해 왔다고 할 수 있다"며 "30톤급 엔진 및 서브시스템 선행 연구를 토대로 분야별 국산화 및 국제협력 병행을 통한 75톤 급 액체엔진 기술 확보를 계획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형 발사체 개발 사업 2단계(2015~2018년)에서는 한국형 발사체의 기본엔진인 75톤급 액체엔진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기본엔진 개발이 완료되면 우선 엔진 하나만으로 시험 발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3단계(2019~2021년) 사업에서는 기본엔진 4개를 하나로 묶어 300톤급 1단용 엔진을 개발한 뒤 2021년 한국형발사체 발사를 추진한다. 당국은 이 사업을 통해 로켓 설계와 핵심 엔진 부품 등에 대한 국내 기술력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위한 공감대 확보 중요

우주 개발과 같은 거대 과학에는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다. 사실 한국형 발사체도 나로호 사업이 지연되면서 상당히 큰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3차년도부터는 예산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로호 사업의 성패와 관련없이 우주개발 사업이 지속돼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됐기 때문이었다.

설 실장은 "무엇보다 국민의 지지가 한국형 발사체 개발에 가장 큰 버팀목이 될 수 있다. 그동안 많은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개발진들은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예산을 예정대로만 투입하면 될 수 있다. 국민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연구진들의 태도도 중요하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부분을 해결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가 목표로 하고 있는 엔진 기술은 나로호에 탑재돼 있는 고급 방식의 엔진보다 성능은 떨어질지 몰라도 가격 면에서는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면 결국은 가격 경쟁력이 우선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설 실장에 따르면 일본 발사체의 경우 엔진의 성능이 좋은 데 반해 한 번 발사할 때마다 들어가는 비용이 비싸서 상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미국의 스페이스-X 같은 기업의 경우 발사체의 비용을 저렴하게 했기 때문에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그는 "우리도 비슷한 개념으로 진행하고 있다. 상업적으로 경쟁을 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미국보다 쌓인 기술들은 많이 없지만, 계속해서 기술을 확보해 나간다면 경쟁력있는 우주 개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경쟁력있는 발사체를 확보해 우주 개발을 진행하도록 모든 연구진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흥 나로우주센터=대덕넷 임은희 기자>redant645@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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