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의 기쁨과 함성을 뒤로하고, 새로운 정책들을 입안하느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와 인수위의 새해는 바쁘기만 할 것이다. 5년간의 국정 운영이라는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역할에 어느 정도는 당황스럽기도 할 것이고, 여러 부처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정체성마저도 흔들리게할 정도의 혼란을 줄 수도 있다.

언론에서는 새로운 '판짜기'에 골몰하는 인수위와 당정의 이야기가 들뜬 분위기와 어느정도의 우쭐함과 함께 들려온다.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조직과 공약에 대한 기대들이 대덕넷의 기사를 통해서도 느껴진다.

당선자와 인수위가 대덕넷 가족들이 기대에 부응하는 정책을 내놓았을 수도 있고, 집권 초기에 있는 막연한 기대로 인한 결과일 수도 있지만, 현재로는 매우 긍정적인 기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전 정부가 출범할 때는 어땠는가. 이전 정부가 출범 하던 2008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중심 대덕연구단지는 매우 흔들리고 있었다. "연구자는 춥다…과학계 햇볕정책 강구해야(1월8일)", "섣부른 통합보다 인력확보 고민해야(1월 6일)", "과기행정 마비…기관장 공모 못하고 과제추진 중단(1월 21일)", "대운하, 과학벨트 만약 추진되면…(1월28일)등,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통부의 폐지와 과기부의 교육부와의 통합, 출연연구원 원장들의 사표와 출연연구원 간의 통합에 대한 우려 등 이전 정부의 정책적 결정을 걷어내려는 시도로 과학기술계는 혼란으로 새 정부를 맞이했었다.

이명박 정부는 본인의 취임사 처럼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거대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에 국가가 장기계획을 가지고 밀어줘야", "과학자를 존경하고 우대하는 사회적 풍토도 조성함과 동시에" 라는 말로 자신의 과학기술정책을 시작했다.

그러나, 새 정부가 출범하는 현 시점에서 쏟아져 나오는 과학기술 각계각층의 호의적인 기사를 생각해 보면, 이전 정부에서의 실망과 문제점들이 연구자들에게 크게 각인되어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박 당선인이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고, 국정철학으로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한 경제운영'을 통한 '창조경제'를 내세운 것은 과학자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당선자는 우리 사회가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미래 선도자(first mover)'로 도약해야 하며, 그 중심에 과학기술이 있다고 언급하였다.

이러한 주장은 기존의 사회를 성장시켜온 과학기술의 무게중심을 창의성에 기반한 미지의 미래기술로 이동시키겠다는 의중으로 보인다. 새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은 일단 과학기술계를 들뜨게 할 정도로 키워드를 잘 잡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잘 만들어진 정책이 있다고 해서 목표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책만 있고,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구현 및 지원 체제가 빈약하다면 과학기술에 중심을 둔 새 정부에서 기대이상의 성과를 얻기는 어려울 수 있으며, 새로운 정부조직 개편과 또 다른 키워드의 정책으로 차기정부를 한 번 더 핑크빛 기대와 함께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미래선도자로 우리 사회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어떤 문제들이 개선되어야 할까. 첫째는 상위 조직에서 입안한 정책을 집행하는 곳에 실력과 인품을 갖춘 인사를 기용하는 것이다. 이장재 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정책소장이 언급한 것처럼 "기존의 과학기술 패러다임을 초월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형성"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주요 직을 임명할 때도, 이 창조적 임무를 열정과 실력으로 구현해 낼 인물을 발탁해서 써야한다.

정치적인 고려는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 그만큼 미래선도자로 가는 길은 위험하고, 비용이 따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조직에 창의와 혁신의 비젼을 제시하고, 조직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을 세워야 한다.

다음으로 과학기술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 및 관리하고, 이에 따른 지속적인 연구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일이다. 기존의 과학기술연구계획이 추격자의 입장에서 수립된 것이라면, 새 정부에서는 선도자의 입장에서 도달해야 하는 과학기술을 연구계획에 입안해야 한다.

선도자의 역할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과제의 도출과 함께 새로운 이노베이션을 위한 도전을 적극 장려해야 한다. 기존에 발굴된 국가적 중요도가 높은 과제로의 집중적인 지원과 함께, 도전적이며, 창의적인 과제 발굴을 위해 연구지원의 양적 팽창도 고려해야 한다.

선도자의 역할은 불확실한 미래에 도전하는 것으로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되며, 더구나 성실히 수행한 실패를 비난해서도 안된다. 연구자들은 자유롭게 연구할 것이며, 그 결과물을 국가는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결국 새 정부가 지향하는 선도자로의 도약은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과제를 많이 시도하고, 그러한 시도를 적극적으로 꺽이지 않는 의지로 추진할 때 가능한 것이다. 보다 많은 열정적이고 자유분방한 연구자들의 과제들이 선정되고, 연구자들의 연구의지를 북돋는 정책들이 뚝심있게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김형신 충남대 교수
글로벌 경제침체와 함께 사회적 발전 속도도 느려져 어느 때보다 과학정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김형신 교수는 대덕연구개발특구의 현장과 내부의 소리를 통해 시대의 흐름에 맞는 과학정책에 대해 풀어나갈 계획입니다. 김형신 교수는 KAIST 전산학과를 졸업한뒤 영국 써레이 대학에서 위성통신공학을 공부했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를 만든 주인공이며, 귀국 후 KAIST 인공위성센터에서 계약직연구원으로 장기간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충남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하고,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와 인공위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임베디드 시스템 성능분석, 저전력 최적화 등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