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⑬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
"국민들 질타 관심의 표현…반드시 쏘고 다음단계로"

"나로호 발사 성공이 우선 시급한 과제입니다. 그래야 자신감을 갖고 새로운 우주개발 비전을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습니다. 이번 발사 시도가 마지막이 되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나로호의 성공 발사를 기원한다.

그 중에서도 누구보다 성공하길 바라는 사람이 있다.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이다. 나로호 3차 발사 3차 시도에 임하는 김 원장의 의지는 배수의 진을 친 장수와 같다. 더이상 한 발자국도 물러 설 데가 없기 때문이다.

나로호 발사 3차 시도를 앞두고 만난 김 원장의 표정에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국민들을 더 이상 실망시킬 수 없다는 책임감도 묻어났다. 김 원장은 "나로호 발사는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 되어야 한다.

국민들도 그렇지만 기관 입장에서도 발사가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성공리에 발사를 마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로켓 노후화 논란도 불안을 조장하는 이유 중에 하나다. 김 원장은 "상단부를 만든지 오래됐는데 조사 결과 10년이 지나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하루라도 더 지나면 0.00001%라도 성공 확률이 낮아지는 것은 맞다. 그런 불편한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한 부분에서도 최고의 결과를 도출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로호 발사 성공은 항우연의 입장에서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는 징검다리와 같다.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는 한국형 발사체 사업의 참여 연구원들이 대부분 나로호 사업에도 투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나로호 발사 시도할 때 마다 1∼2달씩 한국형 발사체 개발팀이 고흥으로 내려간다. 연구원들이 그 연구원들이기 때문이다"며 "한국형 발사체 개발도 지연될 수 밖에 없다. 어떻게든 나로호를 빨리 끝내야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러시아제 1단 로켓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김 원장은 "200여 명의 로켓 엔지니어들이 1단 로켓을 통해 로켓 전체에 대해 감을 잡게 됐는데 그 의미는 매우 크다"며 "그것은 아무리 많은 돈을 주더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로호 발사때마다 전문가들이 이런저런 진단과 분석을 내놓는다.

발사를 책임지고 있는 기관의 책임자 입장에서 그러한 말들에 대응할 수 없지만 불편할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 원장은 "외부 몇 명의 전문가들 목소리로 여론이 좌우되는 것은 옳지 않다. 당연히 전문가들도 목소리를 내야하겠지만 제대로 해야 한다. 잘못된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한 분석은 오히려 일을 더디게 만들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김 원장은 나로호 발사 과정에서 우리나라 우주개발에 대한 희망을 봤다. 그것이 격려든 질책이든 우주개발과 우주 도전에 대한 국민적 열망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는 "나로호 발사 과정에서 연구자들도 국민들도 실망할 때가 있었지만 가장 큰 의미는 우주개발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가 다른 어느나라 못지 않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라며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하는 연구개발 분야보다 얼마나 행복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 위성분야, 향후 10년 사업 거의 확정…차세대 중형 위성 사업도 기대

"우주 분야는 굉장히 밝습니다. 위성은 향후 10년 사업이 다 확정됐고, 계획대로 진행하는 데도 문제가 없습니다." 발사체 이야기에서 위성 이야기로 넘어가자 김 원장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그는 "올해 정지궤도 복합위성을 2개 띄운다.

5호는 5월 전후로 발사 될 수 있을 것 같다. 과학기술위성 3호도 올해 내 발사하고, 내년에는 3A호가 준비돼 있다"며 "2호 위성은 수명이 2배가 넘었지만 아직 쌩쌩한 상태이고 3호 위성은 검증이 끝나서 곧 실전에 투입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5개의 위성에 천리안 위성까지 6개의 위성이 돌면 위성에 있어서는 상당히 기술적인 성취를 이룬 국가로 평가받을 수 있다. 관측의 횟수를 높이기 위해 저렴한 중형 위성 사업도 활발히 진행될 것 같다는 게 항우연 측의 설명이다.

차세대 중형위성 사업으로 연결된다. 중요한 것은 위성이 커지면 그게 바로 우주 정거장이 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우주 정거장 별거 아니다. 발사체 능력만 되면 올라가서 도킹하고 하면 된다"며 "그런 관점에서 미래는 굉장히 밝다고 본다"고 피력했다.

◆ "할머니가 딸 집에 애봐주러 갈 때 탈 수 있는 비행기 만들어야"

김 원장은 "항우연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항우연의 미래는 밝다"고 말했다.
"할머니가 딸네 집에 아기보러 갈 때 탈 수 있는 비행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철저하게 자동화된 비행기라야 합니다.

이게 터지면 스마트폰 정도는 우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원장에 따르면 항우연은 지난해 초 헬리콥터처럼 이륙해 비행하는 '틸트로터(tilt roter)형 스마트 무인 항공기'(TR-6X)를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개발했다.

내년에 세계 최초로 상용화할 계획이다. 무인 항공기 개발 프로젝트는 2002년부터 총 97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진행됐으며, 항우연은 물론이고 한국항공우주산업과 테크항공, 퍼스텍 등 10개 기업과 19개 대학을 포함해 총 36개 기관이 참여했다. TR-6X는 길이 5m, 폭 7m로, 3㎞ 고도에서 헬리콥터의 2배 속도인 시속 500㎞로 3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다.

헬리콥터처럼 활주로 없이 수직 이륙한 뒤 수평 비행하며, 주야간 감시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TR-6X는 조이스틱 모양의 컨트롤러로 원격 조종하는 기존 소형 무인 항공기에서 진일보해, 목표를 설정한 뒤 몇 개의 중간 경로지점을 찍어주면 스스로 이 지점들을 통과하는 자동 비행기능도 갖췄다. 현재 전 세계 무인 항공기 시장 규모는 군용 43억 달러와 민수·공공용 3억 달러 등 46억 달러(5조600억원·2008년 기준)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2017년에 87억 달러(9조5,7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내년에 우리의 TR-6X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용화된다면 연간 3조원대의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원장은 "현재 전 세계가 스마트 무인기 시장의 스타트 라인 앞에 서 있다"며 "수직 무인기는 우리가 처음 개발한 것이다. 그만큼 경쟁력은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 지속가능한 우주개발 중요…산업체 직접 투자 비율 늘려야

"중요한 것은 우주개발 사업이 지속적으로 가기 위한, 발판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지속가능한 우주개발이 돼야 한다. 첫 번째는 우리나라가 지원할 수 있는 예산 안에서 해야 한다." 김 원장은 지속가능한 우주개발 사업을 강조했다.

녹색 성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에너지 분야의 지속가능성도 중요하지만 우주개발 역시 지속가능성이 발판이 돼야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는 "우주개발은 과학기술 개발이 아니다. 우주개발은 정치, 사회, 경제적인 과학기술개발이다.

앞의 3개의 조건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며 "우주기술이라는 토양 위에 국민의 지원이라는 햇볕이 내려쬐고, 국가의 연구비 지원이라는 물이 있어야 우주개발이라는 나무가 자란다. 그것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주개발 선진국인 미국의 예를 들었다.

김 원장의 말에 따르면 미국 국민들은 우주개발을 위해 1인당 17만 원의 세금을 낸다. 우리나라의 현재 수준은 4000원 정도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만 원 씩만 받아도 5000억 원이다. 경제적인 관점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우리가 연구개발하고 있는 것을 단계별로 잘 보여줘야 한다. 너무 감추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원장은 우주개발에서의 산업체 참여를 강조했다. 산업체가 직접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산업체에게 국가적인 사명감보다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비전이다. 전망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며 "미국의 힘은 몇 천 명이 자기 돈을 내고 목숨을 걸고서라도 비행기를 탄다는 점에 있다. 비행기를 만드는 게 취미인 사람들이 수 만 명이 있다.

그래서 벤처도 활성화 될 수 있다. 문화를 만들기는 힘들겠지만, 미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비전은 심어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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