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⑫최태인 한국기계연구원 원장]선진 연구문화 강조
"우수기술 기업·학계·정부등에 확산…민군 기술협력도 중점 추진"

"한국기계연구원은 2013년 융합과 창조의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기계기술의 지평을 열고자 합니다. 어느 연구원도 갖고 있지 않은 기계연만의 지식과 기술로 승부를 걸고 싶습니다." 최태인 한국기계연구원장은 "올 한해 지난 36년간 축적되어온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좀 더 필요한 분야에 제대로 활용해 국가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연구원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기계연의 우수한 기술들이 중소기업, 학계, 정부 등 다양한 곳에서 소중히 쓰일 수 있기 위해서는 선진적인 연구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첫 걸음이다. 2013년은 연구와 기술경영, 기관운영, 국내외 협력 분야에서 지난 36년 간 쌓은 역량과 인프라를 토대로 국부를 창출하고 국가적 이슈를 해결하며 인류에 공헌하는 등 세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구성원들과 비전을 공유하고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그는 또 "과학기술은 그 특성상 안정적인 연구환경 속에서 장기간 지속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때 우수한 연구성과가 창출되고 국가의 부(富)로 연계된다. 미래시장을 열어 나갈 과학기술은 기존 기술간 융복합을 통하거나, 전통학문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출발한다"며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연구를 위해 정부의 과감하고 지속적인 연구비 지원과 새로운 과학기술분야의 신규인력 수급의 유연성이 현재보다 확대돼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특히, 경쟁보다는 협력을 유인하는 제도의 활성화는 융복합기술 트렌드에 필요한 연구문화를 형성하게 될 것이고, 과학기술인연금 등 과학기술인의 복지서비스의 확충은 미래를 개척하는 연구자들의 도전성과 자긍심을 더욱 높일 수 있다.

이와 같은 연구생태계가 조성되면 연구자는 우수한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이것이 사회와 산업계를 통해 국가경제의 부로 재탄생할 수 있는 원천적 확률이 높아질 것이란 믿음이다. 기계연이 올해 추진하는 중점 사항 중 하나는 민군 기술협력이다.

최 원장은 "민군의 기술 협력은 민간기술과 국방기술 사이의 뚜렷한 시너지 창출로 국가 산업경쟁력과 국방기술 경쟁력 강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융복합 기술의 새로운 분야로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계연은 민군기술 협력을 위한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국방과학연구소와 여러 차례 워크숍을 개최해 협력 가능한 연구 주제를 함께 도출했으며, 산업기술연구회와 국방과학연구소간의 국방기술 융합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위해 기술협력 TF를 주도적으로 구성했다. 올해는 기계연을 비롯한 정부출연연과 국방과학연구소 간의 기술협력 결실이 맺어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생각이다.
 

▲기계연은 지난해 12월 '제1회 Creative KIMM 브레인스토밍 워크숍' 개최했다. 미래연구·기관경영 주제로 26개 실이  불꽃 튀는 아이디어경연을 펼쳤다. ⓒ2013 HelloDD.com

"올 9월이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를 실용화한 국가가 됩니다." 최 원장은 "기계연의 자기부상열차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며 "기계연은 지난 1989년 처음 자기부상열차 관련 연구를 시작해 지난 23년간 최고속도 시속 110㎞로 운행할 수 있는 저소음, 저진동 도시형 자기부상열차의 자기부상제어, 선형추진제어, 전력변환 설비설계, 차량 및 시험선로 설계, 제작 기술 등을 개발했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계연은 국토해양부의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실용화 사업을 총괄 관리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교통센터에서 공항철도 용유역까지 6.1㎞ 노선이 지난해 완공됐고, 현재 진행 중인 시험운전이 끝나는 올해 9월이 되면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를 실용화한 국가가 된다.

해외시장에서도 기계연의 자기부상열차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철도공사, 타타르스탄(Tatarstan) 공화국 등 많은 관계 기관들의 임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다양한 파급 기술들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최 원장은 "자기부상과 선형추진 기계기술의 융합을 바탕으로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친환경 물류시스템 등의 신성장산업을 창출하는 데에도 앞장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기계연 최우수연구상을 수상한 '대면적 나노/마이크로 패턴가공 및 성형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다.

LED나 LCD TV, 노트북, (O)LED 조명 등에 쓰이는 기능성 광학필름 및 도광판 제조의 핵심 기술로, 대면적의 롤 표면에 최소 25㎛ 크기의 미세형상을 매우 선명하게 가공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연구소기업을 통해 양산 체제에 도입하며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첨단 디스플레이 제품군의 핵심부품인 고휘도 광학필름과 도광판의 시장 경쟁력을 한 단계 더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원장은 이밖에도 "첨단생산장비, 극한기계부품, 나노융합기계, 환경에너지기계, 기계시스템안전 등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최초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수인재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전제조건이다.

채용공고에 의존한 수동형 인력 선발로는 우수인력 확보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한 능동형 채용 구조인 KIMM Scouting Report 제도(한국기계연구원 글로벌인재 발굴 시스템)을 마련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기계연 전 직원을 글로벌 인재 발굴자(Scouter)로 활용해 중단기 연수, 공동연구, 해외학회 참석, 채용박람회 등을 통해 인재 정보를 수집하고 수시로 모니터링함으로써 기계연 인재상에 부합하는 글로벌 핵심 우수인재 채용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최 원장은 "개방과 융합을 통한 창조를 위해서는 소통과 공감이 중요하다"며 "열린 조직문화를 통해 활발한 교류의 장을 만들고, 이를 통해 융복합연구를 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한다면 좋은 연구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에 더해 앞으로는 기술과 문화, 인문과학이 서로 융합할 수 있는 만남의 장까지 만들 계획이다. 그는 신진연구자들에게 "우수한 연구결과를 만들기 위해 융복합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융복합 연구는 인간관계에서부터 출발한다"며 "자신의 기술만 중심적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타 분야의 기술과 인문과학, 문화까지도 융합해서 연구개발 할 수 있는 개방적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최태인 원장과 기계연 임직원들이 지난해 식목일 원내 동산에 기념식수를 하는 모습. ⓒ2013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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