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대과연 주최 '미래창조과학부 성공의 조건' 토론회
"공무원 전문성 강화…정부 바뀌어도 지속가능한 체제로"

새정부의 핵심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의 세부 업무와 역할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가 진정한 국가 연구개발(R&D)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에서 관료 독점화를 개선하고 해당 부처 공무원들의 전문성도 강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그야말로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운영을 펼치는데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려면 과학기술인들의 자세와 태도도 변화해야 하지만 그동안 과학기술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부처 중심, 공무원 중심의 과학기술 정책과 행정체제를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원영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은 21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대과연) 주최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 성공의 조건' 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통해 "지난 정부에서 공무원과 과학계는 '파트너 관계'가 아니라 공무원은 갑(甲) 과학계는 을(乙)이라는 '상하관계'가 강화됐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 원장은 "이러한 상하관계가 강화되면서 자원배분이나 연구의 우선순위 등에서 관료의 독점화가 심화됐는데 이것을 극복하는 것이 어떤 행정체제를 만드느냐보다 중요하다"며 "행정고시 출신 중심으로 부처를 운영하는 것보다 산업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채용하는 개방적 인재채용을 20% 정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과학기술 행정의 전문성과 수월성을 강화하고 연공서열제나 순환보직제를 탈피해야 과학기술 전문 행정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창조과학부 "공무원-과기계 상하 관계 아니라 파트너 관계로"

이 원장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에 따른 순기능으로 ▲과학기술이 선도하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 ▲통합적 정보통신산업 진흥 추진체제구축 ▲기술혁신 전주기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 추진 가능 ▲국정 운영에서 과학기술의 위상강화 등을 꼽았다. 반면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기 위한 시행착오, 과거조직의 축적된 학습효과 상실 등 거버넌스가 바뀌는데 따른 혼란, 과학과 교육 분리에 따른 문제, 국과위가 수행했던 종합조정기능의 퇴보에 따른 문제 등이 역기능으로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 원장은 순기능을 살리고 역기능을 줄이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가 펼쳐야 하는 핵심정책으로 ▲과학기술 행정의 전문성과 수월성 강화 ▲장기적인 원천기술 개발에 초점 ▲혁신생태계 정책 ▲창조적 혁신을 조장하는 평가시스템 마련 ▲정부 R&D사업 추진의 분권화와 자율화 등 6개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이 원장은 "출연연 기관이라는 연구개발 주체를 손발로 만들면서 창조적 혁신기에 진입했는데도 국가주도의 일사불란한 연구개발사업 추진이 한계에 봉착했다"며 "출연연이 잘하려면 기관 스스로 플랜부터 진행, 평가까지 직접 다 할 수 있는 자율성이 부여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부처 소관업무와 관련해 이 원장은 "원론적으로 지식경제부에서 3년 이상 장기적 시야의 연구개발 사업과 지역과학기술정책 및 혁신클러스터 관련 기능은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되어야 한다"며 "특히 과학기술의 제한된 자원이 클러스터를 통해 개방형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역클러스터 및 연구개발특구 업무를 관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들 "모험·도전·창의적 R&D의 연구생태계 조성해야"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맡은 패널들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정부가 바뀌어도 지속가능한 과학기술 전담 부처가 되고 모험과 도전적 연구개발이 가능한 연구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도록 초기 세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013 HelloDD.com
민경찬 연세대 교수(과실연 명예대표)는 주제발표를 통해 미래창조경제부의 성공 조건으로 ▲장기적으로 국가에 도움 ▲구성원 공감 형성 ▲정부가 바뀌어도 지속가능을 제시하며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던 기능을 하나로 모으며 과학은 그동안의 경제성장 도구에서 이제는 가치창조의 철학으로 위상을 강화한 것"이라고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민 교수는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만들 것인가 하는 차원에서 바라보자. 과기계가 매우 중요한 모멘텀을 맞았다. 과기계가 미래창조과학부를 어떻게 바라보고 만드느냐에 따라서 과기계 50년뿐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 50년이 바뀔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곽재원 한양대 석좌교수는 "소통과 화합의 총리, 경제부총리, 미래창조과학부 등 이 세 가지가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틀인데 과거 50년과 미래 50년을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며 "지난 50년간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으며, 모방경제로 시작해 지식경제까지 갔다. 향후 50년은 창조경제가 될 것이다. 창조경제의 기반에는 과학기술이 있다. 이것이 경제의 기반이 돼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끌고 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주제발표자인 민철구 STEPI 선임연구위원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성공조건으로 제시된 전문 행정체제의 정착, 기초과학과 원천기술의 중시, 창조적 혁신을 조장하는 평가시스템 마련 등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부처 설계에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 연구위원은 "창조경제에서는 과학기술정책이 과학기술 혁신정책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과학기술 정책은 과학기술을 위해 정부가 지원정책을 펴는 예산투입 또는 예산 유발형 정책이 중심을 이뤘다"면서 "이제는 사회의 전 부문에서 혁신이 촉구되고 있는 과학기술 혁신 정책은 사회에 보답하는 과학기술, 증거가 뒷받침되는 과학기술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바뀌어도 지속가능한 부처를…이제야말로 칸막이 없애고 소통할 때"

서상혁 호서대 교수는 "과학기술이 여러 부처에 단편적으로 진행되던 것을 통합하는 좋은 기회다"며 미래창조과학부의 기능과 운영, 중점과제 도출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그는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우리나라 공공분야가 민간을 선도하고 많은 역할을 했지만 스스로 칸막이를 철폐하고 잘 협력하는가는 의문이다. 스스로 칸막이를 없애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하중 경희대 교수는 "5년마다 바뀌는 정부조직 정말 불편하고 불안하다. 미래창조과학부도 최소한 20~30년은 가야 한다. 지금 미세조정을 잘 하지 못하면 5년 뒤 또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우리 사회가 키운 자산 중 하나가 출연연이다. 그렇다 보니 국민, 국회, 학계, 정부가 저마다 출연연에 대한 기대가 크다. 때문에 정부가 바뀔 때마다 출연연 정체성 혼란 겪는다. 출연연에 역할만 제대로 지정해주고 흔들리지 않는 출연연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미래창조과학부에 가는 출연연, 각 부처에 남는 출연연 등 정말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어 "원자력안전위가 장관급 상설행정기관인 대통령직속위원회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소속위원회가 될 것으로로 보인다. 이런 널뛰기 부처가 없다"며 원자력안전위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그는 "원안위는 단순히 원자력 기구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기구이기에 독립성과 투명성을 가진 기구가 돼야 한다"며 총리실 소속 상설행정위원회 형태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상목 과총 사무총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의 자율성이다. 정부, 출연연, 대학의 연구자들이 갑을 관계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대로 미래창조과학부가 성공하고 과학기술을 통한 산업의 경쟁력강화가 성공하려면 연구의 자율성이 정말 필요하다. 이제 선언적 주장이 아니라 현실로 실현하려면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사무총장은 "과거 선수·심판론이 문제가 됐던 것은 부처 간에 조정이 안됐기 때문이다. 차기정부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각 부처의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모델로 삼는 이스라엘과 실리콘밸리는 기술벤처, 기술금융 잘 만들어져 있다. 이는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며 "긴 호흡과 짧은 호흡을 같이 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박상대 대과연 공동대표(과총 회장)와 박영서 한국기술혁신학회장(KISTI 원장)의 인사말로 시작된 이날 토론회는 각계 전문가 및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원영 원장의 기조발제와 민경찬 교수를 좌장으로 하는 토론순으로 진행됐다.

토론회에는 ▲곽재원 한양대학교 기술영영학과 석좌교수 ▲민철구 STEPI 선임연구위원 ▲서상혁 호서대학교 글로벌창업대학원 교수 ▲송하중 경희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이상목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 ▲허승호 동아일보 논설위원 등이 참석해 미래창조과학부가 성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과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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