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수장이 관건 김도연·김창경·오세정·황창규 등 10여명 하마평
타부처·대학 R&D등 조정과제 산적…부처 '밥그릇 챙기기' 경계1호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5일 발표된 정부조직개편안의 핵심이다. 과학기술계는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운영'과 '과학기술 르네상스를 이루겠다'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약속이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며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을 환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당초 우려를 씻고 미래창조과학부가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위상을 갖추고, 과학기술 전담 부처가 5년만에 다시 부활했다는 점에 고무된 분위기다.

하지만 앞으로 미래창조과학부의 세부적인 부처 위상과 역할을 놓고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부처 밑그림만 제시됐을 뿐 세부적인 부처별 업무분장은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조직개편안이 발표된 직후부터 정부부처 산하 실(室)·국(局) 조직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한 부처간 생존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앞으로의 세부 조정과정에서 부처간 영역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될 수 밖에 없다.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이날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 창조과학을 통해 창조경제의 기반을 구축하려 한다.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정부역량을 강화하겠다"면서 ICT 차관제 도입, 국가과학기술위원회 폐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미래창조과학부 소속 이관 등 대강의 윤곽만을 발표했다.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기초연구부터 일자리 창출을 주도할 ICT까지 각 부문의 응용연구 등 주요정책을 포함하고 있어 과학기술 중심의 부처 운영이 가능할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함께 과학기술계에서는 초대 수장이 누가 될 것인지부터 R&D 종합조정기능 역할 수행, 출연연 구조개편 , 대학 R&D 기능과 연구개발특구의 향방, ICT 차관의 소관 업무 등 세부 조직 구성과 업무 조정에 대한 궁금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핵심부처된 미래창조과학부 첫 수장은 누구?

과학기술계는 '창조경제'와 '창조과학' 두 축의 균형을 잡으며 부처운영을 본궤도에 올려놓을 막중한 임무를 띈 첫 수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 과학 분야에 정보통신기술(ICT) 기능까지 더한 거대부처가 탄생하는 만큼 초기 타부처와의 힘겨루기가 아닌 소통과 공감을 통해 잡음을 최소화하며 부처운영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과기현장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청렴하면서도 역사 및 시대의식이 투철한 인물이 수장을 맡아야 한다는데 과학기술계는 이견이 없다. 초기 미래창조과학부의 그림을 완성하며 국회와 경제부처 등 모든 기구와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공감을 바탕으로 힘 있게 실행해나가는 정치력도 필요하다는 것이 공통된 견해다.

강대임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원장은 "과학과 경제 큰 두 축의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알고 긴호흡으로 로드맵을 그리면서도 이 중에서 스핀오프 되는 것들을 통해 경제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리란 기대다. 창조경제를 강조하다보면 단기적 성과에 치우치기 쉽기 때문에 어느 한쪽에 편중되지 않아야 한다.

이경수 국제핵융합평의회 의장은 "과거 힘있는 부처가 중심을 못 잡아 타 부서의 질시와 견제를 받은 예가 많다. 이를 타산지석으로 돌아보면 첫 리더의 모습이 그려질 것"이라며 "미래창조과학부가 5년 뒤 사라지지 않고 국가의 미래를 만드는 중요부처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첫 리더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과기현장이 중요하다고 내부만 바라보면 국가 전체적으로는 부처의 존재가치가 낮아지고 장기적 운영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학기술이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과학이 국가에 베풀고, 다른 부처들이 기댈 수 있는 맏형의 역할을 하는 품격있는 부처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과기현장의 어려움만 강조하고 받을 것을 먼저 챙기려다 보면 5년 뒤 미래창조과학부의 운명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지난 1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정부조직개편에 대해
발표를 마친뒤 기자들의 질문 을 듣고 있다. <사진=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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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창조과학부 초대 장관 하마평 10여명

박근혜 정부의 실세 부처로 떠오른 미래창조과학부의 초대 장관이 누가될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벌써부터 하마평이 난무하는 가운데 과기 분야 전문가는 물론 박 당선인이 부처 업무를 편하게 챙겨 볼 수 있는 '상징성'을 부여할 만한 인사가 낙점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미래창조과학부의 첫 수장으로 거론되는 인물이 10여 명에 이른다. 과학계를 중심으로 서상기 새누리당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간사와 김도연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 문길주 KIST 원장, 강태진 전 서울대 공대 학장,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김도연 위원장은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문 원장은 지난해 연구원 내에 '박정희 과학기술기념관'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적도 있다. 김창경 전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도 꾸준히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김 전 차관은 지난해 차관에서 물러날때부터 차기정부의 과학기술계 수장으로 올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부가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작품이라는 뒷얘기가 나오면서 김 전 위원장과 '특별한' 관계로 알려진 김 전 차관의 행보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융·복합적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산업계에서도 황창규 전 지식경제부 국가 연구·개발(R&D) 전략기획단장과 이석채 KT회장,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전 산업자원부 장관), 윤종용 전 한국공학한림원 회장도 거론되고 있다.

황 전 단장은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 출신으로 단장 재직시 산업과 기술의 융복합화가 미래에 국가의 도약을 이끌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석채 KT 회장은 각종 강연에서 그동안 스마트워크, 소프트웨어 진흥 등 ICT(정보통신기술) 정책에서 현 정부의 컨트롤타워 부재를 강하게 지적해온 인사라는 점에서 발탁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외에도 전혀 새로운 '제3의 인물'이 입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미래창조과학부 R&D 예산권 없으면 알맹이 빠진 것"

기획재정부의 소관이었던 R&D 예산 편성과 평가 업무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인수위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폐지·흡수돼 미래창조과학부가 연간 16조9000억원의 국가 R&D 예산 배정·조정 권한을 갖게 됐다. 대통령 직속 원자력안전위원회도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위원회로 두어 원자력 정책을 통합했다.

일각에선 교과부의 과학분야 예산이 4조원 이상인 점을 들어 부처 운영·사업 예산까지 합치면 20조원 이상의 예산 집행·조정 권한을 가질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소관인 예산편성과 평가기능에 대해서는 갈래가 타지지 않은 상황이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R&D 예산권이 없으면 알맹이가 빠진 부처일 수밖에 없다"며 "자칫 부처간 밥그릇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많다"고 토로했다. 과학기술계 전담 조직으로 출범했던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R&D 사업 기획과 예산배분, 조정 기능은 했지만, 부처간의 밀고 당기기로 인해 예산 편성과 평가 기능은 맡지 못했다. 과학기술 전담 부처가 될 미래창조과학부가 예산 편성과 평가 기능을 갖지 못할 경우, 현재 과학기술계가 안고 있는 PBS, 인력 TO제, 정년 연장 등 고질적인 병폐들의 해결은 당분간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A 출연연 L 박사는 "아무리 부처에서 예산 조정을 하고 배분을 한다고 해도 예산권을 틀어쥐고 있는 기재부가 기득권을 놓지 않는다면 효과적인 해결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거대 부처 탄생은 우려되지만 그만큼 기능도 커질 것이라는 점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기획재정부가 가지고 있는 예산편성권 중 일부를 미래창조과학부에 넘기는 방안은 실현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부처도 예산편성권을 갖고 있지 않아 다른 부처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부처별 R&D 기능 헤쳐 모여?…"효율적인 R&D 운영해야"

미래챵조과학부가 현재 19개 부처와 청에서 진행 중인 R&D 기능을 한데 모아 R&D 종합조정기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R&D는 소위 '황금알을 낳는 오리'로 인식되어 왔다. 투입 대비 결과가 어느 정도 분명한 만큼 부처의 성과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확실한 '패'였기 때문이다. 과거 과학기술부에 집중됐던 R&D 기능이 19개 부처와 청으로 분산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출연연 관계자는 "여러 부처에서 R&D를 하는 바람에 과학자들이 이곳 저곳으로 과제를 따러 돌아다녀야 했다. 그것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각 부처마다 문서 양식이 달라 매번 행정 작업으로도 대부분의 시간을 뺏길 수밖에 없었다"며 "한 부처로 R&D 기능이 모아져 좀 더 효율적으로 R&D가 진행되어 한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미래창조과학부로 R&D 기능이 모아지면 오랫동안 문제가 됐던 R&D 중복 투자도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인수위 관계자에 따르면 R&D 분야를 모두 통합해 관리할 경우 장기적인 학술연구뿐 아니라 단기간에 일자리를 만들 분야까지 다룰 수 있기 때문에 창조경제를 이끌 기반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열린 과학기술인 신년인사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운영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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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CT 두고 논란 가중…밥그릇 싸움 치열할 듯

미래창조과학부가 ICT(정보통신기술)을 포괄하는 것으로 방침이 정해지면서 현정부 들어 정보통신부 해체이후 부처별로 흩어졌던 ICT 기능 흡수의 범위와 대상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수위는 미래창조과학부에 ICT차관을 두고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등에 흩어진 ICT 정책기능을 모두 통합한다고 밝혔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15일 "ICT 관련 정책기능을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전담함으로써 기술융합의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단 지식경제부의 경우 옛 정보통신부에서 넘겨받은 성장동력실 산하 정보통신산업정책관 관련 조직 이관이 확실시된다. 여기에는 정보통신정책과, 소프트웨어산업과, 전자산업과, 반도체디스플레이과, 정보통신산업과, 소프트웨어융합과 등이 있다. 이중 소프트웨어와 정보통신 정책부문이 옛 정보통신부 영역에 해당한다. 또 휴대폰·네트워크·클라우드를 담당하는 정보통신산업과도 ICT의 핵심부문이다.

박당선인이 창조경제 육성과 건강한 ICT 생태계 조성을 강조한 만큼 해당업무는 미래창조과학부 이전이 확실시된다. 산하기관인 한국정보통신산업진흥원도 옛 정보통신연구진흥원과 SW진흥원, 한국전자거래진흥원을 합한 조직인만큼 미래창조과학부로 소속을 옮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많다. 장기적인 전략으로 바라봐야 할 과학기술 분야와 단기적인 전략으로 성과를 창출해야 할 ICT가 부딪힐 수도 있다는 의견이 어느정도 당위성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ETRI 한 박사는 "과학기술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ICT는 운영자의 요금으로 운영되는만큼 생태계의 부분은 명확하게 구분지어야 할 것"이라며 "ICT관련 기술개발을 미래창조과학부가 하는 것은 옳으나, 기존 정보통신 관련 업무는 어떻게 분담할지도 생각해봐야한다"고 말했다.

◆ 대학 R&D 기능의 향방은 어디로?

대학지원 업무의 향방 역시 가장 큰 관심사다. 과학기술 인재양성과 대학 교육은 상당 부분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 과학기술 부분이 미래창조과학부에 흡수되면서 조직이 축소된 교육부는 앞으로 대학업무 특정 기능을 계속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교육부의 업무가 겹치는 대학 R&D 업무가 미래창조과학부로 넘어가면 위상과 역할에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발표 내용에 '미래 인재 양성'이 언급돼 있어 '대학 R&D 지원' 기능까지 미래창조과학부가 가져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한 과학기술계 입장은 단호하다. 과학기술계 인재양성은 교육부가 아닌 과학기술 전담부처에서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한 출연연 관계자는 "과학기술은 사람이 하는 일이다. 과학기술에서 연구개발도 중요하지만 인재를 양성하는 일도 중요하다"며 "이 부분이 연계돼서 만들어지지 않으면 큰일이다. 예전 과학기술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미스가 생긴 이유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러나 교과부는 고등교육 업무만큼은 뺏길 수 없다는 분위기다. 세부업무 조정이 확실치 않은 가운데 대학 R&D 기능의 향방이 어디로 기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두 부처에 분리됐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교과부)와 연구개발특구(지경부)의 기획업무까지 흡수해 자체적인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기능도 갖게 됐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 역시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로의 이관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는 국가 총연구개발비(정부+민간)의 비중을 2011년 4.03%에서 2017년 5%까지 늘린다는 공약에 따라 과학기술 분야에 집중 투자할 전망이다. 기초 연구, 응용 연구가 대폭 확대되는 동시에, 브레인 나노·바이오, 브레인 나노·에코 등 융합 신산업에 대한 투자도 확대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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