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 신설 골자 정부조직개편안 과기현장 기대 목소리
'과학+ICT'는 기대·우려 엇갈려…중기청 위상강화 대덕벤처 환영

베일에 가려져 있던 새 정부의 조직체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5일 오후 5시 삼청동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차기정부 조직개편 내용을 발표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예상대로 '미래창조과학부'가 탄생했다. 지난 정부에서 국가연구개발 사업을 총괄했던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폐지로 가닥이 잡혔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미래창조과학부 산하로 들어간다. 독립부처 신설이 유력했던 정보통신기술(ICT) 역시 미래창조과학부가 품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대신 ICT전담을 위한 차관제가 도입된다. 신설 미래창조과학부의 기본 뼈대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교육을 뺀 나머지이다. 하지만 지식경제부의 응용연구개발 기능과 옛 정보통신부 업무까지 편입되며 규모나 권한은 5년 전 과학기술부보다 월등한 거대부처의 모습을 띠게 됐다.

올해 전체 R&D예산 16조9000억원 중 대부분과 원자력위·국과위·ICT관련 예산을 포함, 가용할 수 있는 예산규모만 22조원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에 대해 "창조과학을 통한 창조경제 기반 구축, 새로운 성장동력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 역량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향후 과학기술정책, 미래전략 수립, 융합형 연구지원, 지식생태 구축 등을 담당하며 박근혜 당선인의 최대공약인 창조경제와 '과학기술 르네상스'를 구현하는 핵심전략부처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청의 기능강화 역시 눈여겨볼 대목이다. 숙원이었던 중소기업부 신설에는 못 미치지만 지식경제부의 업무였던 중견기업정책과 지역특화발전 기능을 이관받아 덩치가 커졌다.

◆"국가연구개발 전담부처는 환영…단기현안에 장기과제 매몰되면 안돼"

연구현장은 과학기술계의 최대 화두였던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국과위 폐지와 지식경제부 개편에 따른 기능배분 역시 큰 관심사였다.

한선화 KISTI 책임연구원(바른과학기술사회실현을위한국민연합 충청권대표)은 "R&D 관련 기능이 미래창조과학부로 모였다는 것이 일단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 박사는 또 "기존에 여러부처의 R&D를 조정하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국과위의 업무를 이제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관장할 것으로 보이는데 너무 여러 기능이 모여 어떻게 중심을 잡을지 걱정반 기대반"이라며 "새로운 부처의 수장이 어떤 철학으로 운영할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설 미래창조과학부가 산업기술연구와 기초과학연구의 구분에서 오는 혼란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주목하는 목소리도 있다. 오영제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총연합회장은 "새 정부가 누누이 밝혀온 바처럼 미래창조과학부가 교과부의 과학기능과 지경부의 산업R&D 기능을 동시에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신용현 한국표준연구원 책임연구원(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장)은 "일단 과학 전담부처가 생겨 부처간 칸막이 문제가 사라지는 것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환영의 뜻을 밝히는 한편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던 R&D와 창조산업까지 합쳐져 거꾸로 과학이 묻힐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현안과 성과 위주인 지경부의 R&D 기능이 미래창조과학부에 포함돼 외려 기초과학이 홀대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신 박사는 또 "국과위가 폐지되는 만큼 기재부가 관장해온 예산평가와 배분권도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콘트롤할 수 있도록 논의되길 바란다"며 "아직 발표되지 않은 대학의 R&D 기능 등 배분도 어떤 모양으로 진행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박강호 ETRI 연구원은 "R&D 기능을 다 끌어모으겠다는 생각은 일단 환영하지만 곧 드러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는 산업과 관련된 기술,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중심으로 역할분담하려는 의지가 강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번에 모든 출연연 그리고 정부가 주도해야 할 기초원천, 공공, 거대기술 모두를 미래창조과학부가 주관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함께 "기초, 응용, 산업으로 나눌 수 있는 R&D의 단계별 연구지원이 체계적이고 전주기적이며 서로 상생 및 분담이 되도록 하는 틀을 잘 세워야 한다"며 "기업, 대학, 출연연이 서로 무차별 경쟁하지 않고 협력하면서도 역할을 분담할 수 있는 연구지원시스템 구축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새로 출범하는 미래창조과학부에 '현장 목소리'와 '공감대 형성'의 기대감을 표현했다. 김 연구원은 "일단 발표됐으니 실행하는 일만 남았는데 역시 중요한 것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은 정책들이 실현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국과위의 제도들이 현장의 의견을 구하고 설득하는 통로가 없어 큰 문제가 됐던 만큼 최대한 빨리 출연연 대표자들의 협의체를 만들어 정부와의 신뢰 구축 논의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정부조직개 편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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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국과위의 R&D총괄 순기능 승계해야…과기인력교육·ICT는 부처신설 취지 훼손 안토록"

지식경제부 개편에 따른 출연연 이관과 교육부 분리 이후의 과학기술 인력양성도 집중 거론됐다. ICT 업무 포괄에 대한 기대와 우려 역시 빠지지 않았다. 과학기술계는 그간 미래창조과학부를 과학기술 중심 부처로 놓고 대학의 연구개발 업무까지 관장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POSTECH(포항공대), DI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GIST(광주과학기술원), UNIST(울산과학기술대) 등 연구중심의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만큼은 종전 과학기술부에서 관장했던 것처럼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반면 교육계에서는 대학 교육과 연구개발을 분리시킬 수 없는 만큼 대학업무는 종전대로 교육 관련 부처에서 관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종석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출연연 이관에 대해 "27개 출연연이 모두 미래창조과학부에 소속되는 게 당연하다"며 "미래창조과학부가 현재 국과위의 순기능을 승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교육 분야에 대해서는 "교육부 개편으로 미래창조과학부의 교육 관련 기능이 축소돼 과학기술 인재양성 부분이 걸문제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당국자들의 세심한 기능 조정을 당부했다.

이상목 과학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은 "대학의 기초연구부분을 나중에 언급한다고 했는데 교육부에 남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다"며 "미래창조과학부의 기본운영이 기초과학에서부터 출발을 하고 산업기술과 인력시스템으로 엮이는 만큼 기초연구와 관련한 교육은 미래창조과학부로 오는 것이 맞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이와 함께 "ICT 차관제도가 도입되는데 장기적 성과와 단기적 성과를 적절히 추진해야할 것"이라며 "소프트웨어(SW)와 ICT 기술은 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하고, ICT 쪽의 벤처기업 육성과 산업체 지원, 일자리 창출은 단기적인 과제로 볼 수 있는데 단기과제 중심으로 가다보면 미래창조과학부의 기본 설치 목적이 왜곡될 수 있는 만큼 장단기 성과 중 어느 한 곳에 치우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신영 과실연 대표 역시 "모든 기능이 들어간다는 것은 심판과 선수를 한 곳에 넣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ICT연구가 미래창조과학부에 오는 것도 좋지만 과학기술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ICT는 운영자의 요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생태계 부분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또 기존 정보통신 관련 업무는 어떻게 분담할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부 없던 일'에는 다소 섭섭…중기 지원 강화에는 반색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연일 '중소기업 챙기기' 행보를 계속하며 유력해보였던 중소기업부 신설은 없던 일로 됐다. 다만 지식경제부의 중견기업정책국과 지역특화발전 조직이 이관되며 중소기업청의 기능이 크게 강화됐다.

중소기업청은 대변인 명의의 공식 논평에서 "박근혜 당선자가 중소기업 대통령을 표방했듯이 중기청은 앞으로 중소기업들의 손톱밑 가시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열심히 일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공정한 시장환경을 조성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중기청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에 중기청의 위상과 기능이 강화된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며 "하나는 중견기업지원이 이관되며 창업-중소-중견-대기업으로 가는 성장 사다리 구축이 제대로 될 수 있어 긍정적이다.

두 번째는 지방중소기업의 경우 인프라 구축 등 어려움이 많은데 이들을 밀착지원해 성장시켜야 한다는 박 당선인의 의지로 본다"고 풀이했다. 중기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중소기업청의 중소기업부 승격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오래 전부터 공감대가 있었던 사안이라 다소 실망스럽긴 하지만 위상이 크게 강화됐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사업이 이관될지 논의된 게 없는 만큼 좀더 세부조정안을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관계자 역시 "중소기업청의 위상이 강화된다는 건 결국 중소기업 지원에 힘이 실리는 것"이라며 적극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기업 현장은 중견기업 정책과 지역발전이 강조된 것에 반색하는 분위기다. 이양규 디앤티 대표는 "실은 우리 회사도 중소기업에서 중견으로 가는 과정에 맞물려 있는데 제도문제에 걸린 적이 있었다"며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제도적인 문제도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적극적인 지원책과 제조업에 대한 인식변화 등의 문제들이 동반 해결된다면 훨씬 수월하게 그 길을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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