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에 자금·인력난 해결 등 현장밀착형 중기정책 기대
"담보보다 기술평가를…기업인 긍지 높일 수 있는 정책을"

"기술벤처들이 많다. 특히 대덕특구벤처는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많은데 담보지원보다 기술력을 인정해주면 좋겠다."

"교육 프로그램 내용 개선이 필요하다. 기업인하면 초중고등학생은 물론 대학생들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살기까지는 기업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기업인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국가적인 노력이 절실하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의 전략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

대덕벤처인 대부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중소기업 우호정책과 발빠른 행보에 거는 기대가 컸다. 박 당선인은 '중소기업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기치 아래 대통령 당선직후 대기업 총수들의 모임인 전경련 방문에 앞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먼저 만나는 등 중소기업에 각별한 애정을 표시하고 있다.

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첫 업무보고 대상으로 중소기업청을 선택하는 등 전례없는 '중기중심경제'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중소기업중앙회를 찾은 자리에서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을 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신년인사회 축사에서는 불공정 거래, 불합리 제도, 불균형 시장 등 경제 3불(不) 문제 해소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하며 중소기업인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들은 박 당선인과의 만남에서 "피부에 와 닿는 현장 밀착형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문하며 "납품단가 정상화와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등 당장의 애로부터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중소기업인들은 각종 단체와 기관을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내는데 주력하고 있다. 박 당선인이 강조하는 주요 중소기업 정책은 부족한 연구개발비와 인력확보 문제 해결, 세계시장 진출 지원, 실패한 기업인에게 재도전 기회 확대 등 많은 중소기업에서 안고 있는 문제들이다.

또 일자리 창출 공약에서 제시한 기존 전통산업에 정보통신기술이 포함된 과학기술을 융합해 고부가가치 신산업 육성과 청년창업가 양성 등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현장의 중소기업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우선은 현장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 반영했다는 평가다. 그렇지만 중소기업인들은 좀 더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고 장기적인 정책이 실행에 옮겨지기를 기대한다. 연구개발 지원과 인력확보의 어려움 등 당장 닥친 현실적인 문제도 있지만 중소기업인들의 사기 진작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전반적인 분위기 쇄신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기술중심의 벤처기업에게는 담보보다 제대로 된 기술평가 제도가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술 중심의 벤처, 담보보다 제대로된 기술평가 필요

지난해 중소기업청의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에 의하면 기술 중심의 벤처나 중소기업은 일반 중소기업(10.6%)과 대기업(13.1%)에 비해 평균 매출액이 전년대비 13.9% 정도 증가하며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 일자리 창출의 보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들 기술중심의 벤처는 일자리 창출에서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평균 고용인원이 25.5명으로 일반 중소기업의 3.9명에 비해 6배이상 높았다.

그러나 이들 기술중심 벤처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초기 자금이다. 기술은 가지고 있으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면서 일정 매출 궤도에 올라서지 못하고 결국 파산에 이르기도 한다는 것. 현재 정부에서는 창업초기기업육성자금 사업을 통해 사업개시일 5년 미만의 기업에 대해 지원을 하고 있다. 또 무형의 기술을 심사해 기술보증서를 발급,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기술보증기금 제도도 운영 중이다.

윤홍익 가교테크 대표는 "공공기관 입찰과 관계된 일을 하다보면 제품이나 기술을 너무 저가로 발주하려는 경향이 있다. 품질관리를 위해서 너무 저가로 가지는 않는 게 좋겠다"면서 "많은 중소기업에서 자금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담보보다는 기업이 가진 기술력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익추구를 해야한다. 그런데, 산학연을 통해 기술개발을 하다보면 로열티 등으로 기업의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져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기준도 명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이은정 바이오비엘 대표는 평가항목의 개선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그는 "다양한 정부 지원책이 있지만 지원을 받기 위한 평가항목은 주로 매출과 신용도다. 작은 중소기업의 매출과 신용도는 낮기 마련이고 때문에 지원을 받는 것도 힘들다"며 "기관에서 지원 대상 업체를 파악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겠지만 좀 더 실질적인 지원, 정말 지원이 필요한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지원업체 평가항목이 개선되길 기대한다"고 조심스럽게 의견을 개진했다.

◆가장 큰 문제 인력확보 "대체복무 범위 확대 필요"

중소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인 '우수인재 부재'. 청년실업률 수치가 매년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젊은피를 수혈할 기회마저도 갖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기업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편이다. 지방의 중소기업은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이를 위한 비용투자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또 적은 인원이 업무를 담당하면서 중소기업의 열악한 근무여건이 지속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단절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태희 삼진정밀 대표는 "대기업은 군면제 혜택은 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좋은 인력이 간다"면서 "대기업에 주는 혜택을 중소기업 중심으로 이전해 주는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또 지방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 방안으로 "중소기업 근무자, 특히 지방 근무자에게 근로소득세 면제 등의 경제적 혜택이나 일정 기간 이상 근무를 전제조건으로 일정 금액의 지원금을 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20대 젊은 CEO인 윤주현 위클레이 대표는 "병역문제가 해결되면 좋겠다. 우리처럼 기술집약적인 벤처에서는 필요한 인재를 구하기 어렵다"면서 "산업기능요원의 중소기업 대체복무 범위가 확대된다면 이런 어려움이 조금은 해소될 것이다"고 말했다.

◆"기업가는 오늘의 한국 만든 주역…자부심 갖도록 해달라"

국민소득 80달러에서 2만 달러 이상에 오르기까지, 세계 무역수지 꼴찌에서 지난해 8위로 올라서기까지 기업인들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는 게 사실이다. 대기업의 역할도 크겠지만 중소기업인과 근로자들의 피와 땀, 노력의 결정체들이 모여 성과를 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기업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곱지 않다. 언론에 비치는 부정적인 모습 때문이다. 일부 기업인의 탈세, 노동착취, 임금착취 등이 보도되면서 초중고등학생은 물론 대학생, 성인들도 기업인에 대해 나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정태희 삼진정밀 대표는 "우리나라가 이렇게 잘살 수 있기까지 기업인들의 역할을 컸다. 그러나 기업인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우려와 걱정은 여전하다"면서 "기업인들이 자신들의 역할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기업인은 가업승계를 통한 중소기업의 계속기업화를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법체제하에서는 가업을 승계할 수 없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자녀들이 서로 승계를 받지 않으려고 하면서 수십 년 된 기업이 주인을 잃고 하루아침에 도산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면서 "유럽이나 일본처럼 몇대를 이어가는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제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중소기업 취약점은 해외시장 개척…최소 3년간 지원해줘야

중소기업은 인력, 자금, 정보 부족으로 해외시장 진출에도 어려움을 겪는 게 현실이다.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상대국가의 문화, 수요, 절차 등 여러가지 요소를 분석해야 하지만 몇몇 중소기업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투입할 인력도 자금도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각 지역의 테크노파크나 지방중소기업청 등에서 해외 전시회 사업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지원사업 대부분이 중복지원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단발성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단발성 지원으로 해외 바이어와 지속적인 교류가 이뤄지지 않고 결국 시장 개척에도 실패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관련 기업인은 "전시회는 지속성이 중요하다. 같은 지역 같은 전시회라도 3회 정도는 참여해야 인지도도 높아지고 해외 시장에도 접근할 수 있다"면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또 "중소기업이 살아야 대기업도 성장할 수 있다. 박 당선인이 중소기업의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짚어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중소기업의 인증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각종 인증기관이 이권을 위해 인증서를 남발하면서 중소기업의 비용지출을 야기하고 있고 이는 결국 중소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중소기업이 고용을 통한 국민복지를 증대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감세정책 도입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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