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대덕넷의 제언-①]과학기술을 국정운영 중심에
박근혜 당선인 '과학입국' 뜻담긴 약속…실천방안 모색을

 
2013년 계사년(癸巳年) 새해에는 한국사회의 거대한 변화가 예상된다. 최초의 이공계 출신이자 여성인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도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한편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국내 경제 침체, 양극화, 세대간·계층간 갈등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박근혜 당선인은 '국민행복시대'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과학기술을 국가정책의 중심에 놓겠다고 약속했다. 2013년은 그러한 의지의 진정성을 가늠하고, 실천하는 첫 해가 될 것이다. 이에 대덕넷은 과학기술로 여는 국민행복시대를 위한 제언으로 새해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베일에 싸여 있던 대통령직 인수위 구성이 확정됐다. 박근혜 당선인의 '과학기술 중심 국정운영' 구상도 교육과학위원회 신설로 보다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냈다.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31일 9개분과 2개특위의 인수위 체제를 발표했다. 이중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교육과학 분과위원회'의 구성이다. 박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내내 "과학기술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놓겠다"고 누차에 걸쳐 강조한 바 있다.

이번 인수위 발표로 박 당선인의 '과학중심 국정운영' 의지는 재확인됐다. 분과위원회 이름에 과학이 등장한 것은 역대 정권 인수위 중 처음이다. 제13대 노태우 대통령 시절부터 이명박 대통령 인수위까지 과학기술은 줄곧 경제2분과 또는 별도의 TF에 포함됐다.

◆역대 인수위 최초로 등장한 '과학'…과학기술 국정운영 중심 '멍석' 깔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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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공약집에 따르면 박 당선인이 바라보는 과학기술은 '창조경제론의 핵심기반'으로 집약된다. 과학기술을 국정 운영 중심에 놓고 국민의 행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국민행복기술'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박 당선인은 "과학기술 정책이 성장에 치중했던 구시대의 가치를 뛰어 넘어 국민행복을 실현하고 새로운 성장을 열어가는 변화의 씨앗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또 "국민의 복지와 생명, 건강, 재산 등 삶의 질을 뒷받침하기 위해 R&D투자를 확대하고 이같은 국민행복기술을 전 산업에 적용해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천명했다.

인수위에 포함된 교육과학분과위원회 역시 '교육과학'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창의성에 기반한 과학기술 정책을 통해 창조경제의 청사진을 마련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핵심공약 실현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미래창조과학부의 위상과 역할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과학기술계와 일선 연구현장은 이번 인수위 구성에서 과학기술인의 의견을 국정운영에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것에 일단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기계공학연구정보센터와 생물학연구정보센터, KAIST·POSTECH 대학원총학생회가 대선을 앞두고 983명의 과학기술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과학기술인 대다수(94%)는 의견수렴과 예산편성, 정책실행 등 과학기술 정책 전 과정에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한편 '과학기술 중심 국정운영'이 표피적인 제도적 변화만으로 그친다면 박근혜 당선인의 슬로건인 '국민행복시대'와 '대통합'도 요원해지리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대한민국과학기술대연합 대변인·대한화학회장)는 "만약 과학기술을 바로 세우지 못하면 국민행복시대가 요구하는 경제력을 확보하고,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원만한 사회적 합의 능력을 갖추는 일이 불가능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박 당선인과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내외적으로 닥쳐오고 있는 어두운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박 당선인이 강조한 과학기술 기반의 창조경제론을 실천에 옮기는 게 돌파구"라고 강조했다. 또 "국민행복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 창출이 전제되지 않으면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의 꿈은 모두 사상누각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박 당선인을 기다리고 있는 냉혹한 현실이 바로 '과학 대통령'으로 성공해야만 하는 이유라고 밝히고 있다.

이 교수는 "심각한 이념, 세대, 계층 분열과 갈등 속에 국민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대통합을 이루기 위한 철학으로 17세기 이후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과학정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는 일이 그 시작인데 진단이 잘못되면 치유는 불가능해진다"며 "애써 찾아낸 진단에 대해 정직하게 승복하고 수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비판적·합리적·개방적인 과학정신"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렇게 증거를 찾아낸 후 마지막으로 창의력을 동원해서 원만한 합의를 통해 적절한 치유책을 찾아내는 것이 진정한 통합의 정치"라고 덧붙였다.

◆"과거처럼 수동적으로 반응하면 국정운영 중심은 요원…앞서 토론하고 먼저 제안해야"
 

▲국정운영의 중심으로 과학기술이 부각되고 있다. 이제 과학기술계가 그 요구와 변화의 열망을 어떻게 능동적으로
수용 하고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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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석'이 제대로 깔리고 있는 만큼 과학기술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정책형성에 목소리를 내 박 당선인의 과학중심 국정운영의 성공에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덕의 한 과학자는 "정책에 현장 과학기술자들의 의견을 잘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과학기술에 몸 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정책 자체를 바꾸거나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가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좀더 적극적으로 그리고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시도가 중요한 때"라고 말했다.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운영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연구현장의 '감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자세'부터 먼저 변화되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높다. 한 언론인은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예산은 많이 주되 연구는 간섭하지 말라며 수동적인 입장만 거듭해왔다"며 "그 결과 과학기술 예산은 가파르게 늘었지만 과연 그에 걸맞는 성과가 있었는지 과학자들 스스로 자문자답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금 과학기술계가 해야 할 일은 기대와 요구에 앞서 사상 첫 이공계 대통령이 시도하는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운영이 성공할 수 있도록 능동적으로 자기 역할을 재점검하는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세정 기초과학연구원장 역시 "과학기술이 국정 중심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볼 점이 많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현대사회의 문제에는 과학기술적 요소가 포함되지 않은 경우가 거의 없다"며 "그 해결책을 찾는 데 과학기술인들의 능동적인 토론과 참여가 절대적으로 요청되지만 우리나라의 많은 과학기술자들은 이런 사회적인 토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 원장은 "과학기술을 국정의 중심에 놓는 것은 대통령이 과학기술자들을 위해 주는 선물이 아니다"라며 "우리 과학기술자들은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해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과학기술인들이 과거처럼 정부의 요구나 규제에 수동적으로 반응할 게 아니라 먼저 자발적으로 나서고 실현가능한 해법을 앞장서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제안하는 자세가 되야만 과학기술이 국정운영의 중심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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