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인수위 구성 앞두고 이공계 중용 여부에 과기계 촉각
"과기 국가정책 중심 약속 실천은 인수위 구성부터" 한목소리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꾸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과학기술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과학기술계는 특히 박근혜 당선자가 "과학기술을 국정운영의 중심에 두겠다"며 이공계 중용을 공언한 것이 이번 인수위 구성을 통해 어느 정도 실현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시작이 반", "인사가 만사"라며 박 대통령 당선자가 강조한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운영'이 공염불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과학기술을 통해 국가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책의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실사구시적 이공계 인물이 인수위에 포함돼야 할 것으로 현장은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과기계의 관심은 인수위 참여가 거론되는 이공계 출신 인사들의 숫자보다는 면면에 집중되고 있다. 집중적인 인사평가와 검증을 거치게 되는 인수위 참여 인사들은 향후 5년간 박근혜 당선자의 국정운영을 떠받칠 인재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2007년 인수위에 참여한 한 과학자는 "차기정부가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정책 수립과 실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수위에 이공계 몇 명' 식의 외형적인 숫자가 아니라 과기계 의견을 국정 전반에 힘 있게 이식할 수 있는 인사의 참여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MB정부 인수위에도 적잖은 이공계인들이 들어갔지만 결국 태스크포스 형태처럼 따로 고립되는 형국이 되고 말았다"며 "이번 인수위 참여자의 면면에 따라 과학기술계는 자칫 국정운영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또다시 물위에 뜬 기름처럼 이익집단 취급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향후 5년간의 국정은 인수위 활동 2개월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처럼 과학기술이 진정 국정운영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인수위에서부터 과학기술계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또 대표자들에게 한목소리로 힘을 실어주는 현장의 모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수위에 영향력 있는 이공계 인물 없으면 과학기술 중심 국정운영 공약은 난망"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인수위원회 발표 기자회견 장면. ⓒ2012 HelloDD.com

박근혜 당선자는 2003년 제정된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인수위를 구성할 수 있다. 인수위원회는 대통령 취임식 전날인 내년 2월 24일까지 활동하며 정부부처 및 청와대의 업무와 주요현안을 인수인계 받아 차기 정권이 공백없이 국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새 정부가 추진할 국정의 청사진을 설계해야 한다. 박근혜 당선자는 현재 인수위 구성을 위한 주말구상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26일 전후로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인수위는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비롯해 최대 24명의 분과위원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민간과 정부 파견 공무원 등의 전문위원을 포함 200명 안팎의 진용이 갖춰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지난 2007년 이명박 정부와 2002년 노무현 정부 인수위는 공식인원만 각각 182명과 247명이었다. 실무형으로 구성됐던 이명박 정부 인수위에서는 대표적인 이공계 출신 인사로 민동필 서울대 물리학부 교수와 허증수 경북대 금속공학과 교수를 꼽을 수 있다.

두 사람은 각각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소속 과학비즈니스벨트TF와 기후변화·에너지대책TF를 이끌었다. 그러나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 폐지 등 정부조직 개편안부터 삐그덕거리기 시작한 MB 인수위의 과기정책은 과학분야에서 대통령을 보좌해야 할 초대 교육과학문화수석에 비이공계 인사인 이주호 수석이 낙점되며 '과학기술 고립'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과기정책 전문가인 P박사는 "2007년 인수위의 경우 과기계 참여인사들이 직접 정책을 챙기기보다 핵심라인에 과기계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주는 정도에 그쳤다"며 "이번 선거기간 중 대과연과 새누리당이 체결한 매니페스토 정책협약에는 과학기술인의 인수위 활동에 대한 약속이 포함돼 있다"고 언급했다. 

P 박사는 또 "차기 정부의 인수위는 국가과제를 과학기술 중심으로 고민해야 한다"며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가 미래 예측을 담당하는 기능을 할 때 과학기술이 정말 국정운영의 중심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朴 당선자 핵심공약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현장 이해 없으면 실천 못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후보 시절 KAIST를 찾아 10명의 과학기술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2 HelloDD.com

"과학기술 중심 국정운영"의 큰 틀과 별개로 박근혜 당선인이 밝힌 과기분야 5대 핵심정책은 ▲창조경제를 견인할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창의적 '국가연구개발' 혁신시스템 재정립 외에 ▲국가연구개발 투자 2017년까지 5% 확대 ▲과학기술인의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과 복지 향상 ▲국민행복기술과 브레인웨어 융합신기술로 창조산업 육성 등이다.

이를 요약하면 GDP 대비 국가연구개발비 비율을 오는 2017년까지 5%(2011년 기준 4.03%)로 확대하고, 정부 연구개발 예산 가운데 기초연구 지원 비중을 40%(2012년 현재 35.2%)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또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을 위해 연구 자율성 제고, 비정규직 비율 개선, 여성과학자 지원 확대, 과학기술 유공자 사기 진작책 마련 등의 정책을 편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가 남긴 막대한 국가채무를 넘겨받게 된 박근혜 정부는 집권기 5년 내내 균형재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과학기술 예산이나 기초과학 연구 투자 확대 등의 문제는 국부창출이라는 명분이 분명하기 때문에 박 당선자의 의지만 확고하면 실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연구 자율성 제고 ▲비정규직 비율 개선 ▲여성과학자 지원 확대 ▲과학기술 유공자 사기 진작책 마련 ▲연구원 정년 65세 환원을 골자로 한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 부분은 현장의 직접적인 이해관계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특히 연구현장에서 가장 관심이 큰 거버넌스 문제나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위상 및 역할 등에 대해서는 정책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또 65세 정년환원 역시 직간접적으로 피력했지만 세부 정책으로 명시되지는 않았다. 결국 일선 연구현장에서 가장 민감한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없었던 만큼 앞으로 인수위가 이러한 부분의 실천안을 어떻게 다듬느냐에 따라 '과학기술을 국가 정책의 중심에 놓겠다'는 박 당선자의 약속 실행여부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인수위 구성에 현장에 대한 이해가 높은 과학기술계 인사가 포함돼야 하며 현장의 목소리 반영 없는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은 있을 수 없다는 데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는 일치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출연연 원장은 "차기정권에서는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따라 과학기술체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인수위에서 과기계 인사를 중용해야 하고 그들의 자문에 대통령 당선자가 무겁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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