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 전담부처 부활·과학벨트-연구개발특구 협력모델 창출
신설 '미래창조과학부' 과기중심 관건…거버넌스 언급 없어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과학기술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관심이 모아진다. 선거기간 동안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연구개발(R&D) 예산 5% 확대 등의 정책으로 과학기술계 표심을 자극했던 박 당선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밑그림을 그리고 있느냐에 따라 과학기술 분야의 미래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과학기술을 국가정책의 중심에 놓겠다. 국민이 과학기술의 주인이 되는 정책으로 국민의 행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과학기술이 되겠다"며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미래 선도자(first mover)로의 도약을 이끌고, 대중소 기업이 동반성장하는 균형적 산업 생태계로의 이행을 촉진시키겠다"고 밝혔다.

또 박 당선인은 "연구자들의 자율성을 보장해서 능력이 최대한 발현되도록 하고, 관리 중심에서 연구 중심으로 정책의 방향을 전환하겠다"며 "과학기술을 통해 국민 행복을 구현하고, 연구자에게는 안정적인 연구환경을 제공하며, 학생에게는 글로벌 인재로 커 나갈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과학기술계에서는 박 당선인이 우리나라 대통령 최초의 이공계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이러한 박 당선인의 '이공계 DNA'가 과학기술 위상 강화와 '제2의 과학입국'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타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작고, 상대적으로 위상이 약화된 과학기술이 박 당선인의 약속처럼 '국정운영의 중심'으로 자리잡기까지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선거기간 박 당선인이 약속했던 정책을 실행했을 경우 '박근혜 시대'에 들어서는 과학기술계는 과연 어떤 변화를 맞게될까?

◆미래창조과학부 신설…과기·ICT 전담부처 부활?

박 당선인의 과학기술 분야 정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이다. 박 당선인 측은 "창의력과 상상력에 과학기술을 접목한 창조경제 활성화와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운영을 위한 전담부서가 필요하다"고 그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우선 기초과학 및 융합시너지과학, 두뇌 집약적 창조과학 등 미래선도 연구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또 미래사회 전반에 대한 연구와 과학기술에 기반한 미래사회 변화를 예측하고 이를 토대로 한 국가정책수립을 지원하게 된다. 이와 함께 융합형 연구공동체(학-연-산-지역)의 사회기여 및 글로벌 공동체 문제 해결의 지원 역할을 수행한다. 연구현장에서는 일단 미래창조과학부를 지난 이명박 정부때 흡수통합된 과학기술 전담 부처의 부활로 해석하고 있다.

과학기술계에서 지난 정부의 최대 실정으로 과기부 폐지를 이구동성으로 꼽고 있는데다 박 당선인 측 역시 별도 부처를 공약으로 제시했던 만큼 과기 전담 부처 부활은 어떤 식으로든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부적인 부처 모양새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논의와 다른 정부조직 개편안과 연계해 꾸려질 전망이다. 다시 말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교육을 완전히 분리시킬 지, 과학기술에 정보통신 업무까지 총괄하는 부처로 만들 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은 셈이다.

무엇보다 '미래창조과학부'라는 다소 모호한 성격의 신생 부처가 과연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꾸려지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자칫 이명박 정부 시절처럼 과학 보다는 경제나 교육, 혹은 효율성이나 경제적 가치에 방점이 찍힐 경우 '과학기술 중심의 국가 정책 및 국정운영'은 헛구호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과학벨트-연구개발특구 협력 새로운 모델 나오나

박 당선인의 과학기술 분야 정책 가운데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대목은 '창의적 국가연구개발 혁신시스템 재정립'이다. 박 당선인 측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연구개발특구가 별도로 운영·지원되고 있어 창조적 연구개발 인프라 조성 및 지원의 단절을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학계, 기업계, 연구계의 기초과학 연구 필수장비인 각종 대형 가속기 사업이 분산 추진되고 있어 연구개발 지원의 효율성이 저조하다"며 "기초과학 연구 지원부터 지식재산의 실용화와 상용화까지 창의적 지식재산 기반을 조성하기 위한 일괄지원 시스템이 미흡하다"고 분석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약속한 과기정책이 실행되면 과학기술 분야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박 당선인의 서울 코엑스 유세 모습. <사진=새누리당> ⓒ2012 HelloDD.com

이를 위해 박 당선인은 과학벨트 연구단과 연구개발특구의 연계를 통한 기초과학→개발·응용연구→사업화에 이르는 국가연구개발 혁신시스템을 재구축하고 창의적 융합인재의 지식재산 보호를 위한 생태계(창출-활용-보호)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과학벨트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연구개발특구는 지식경제부에서 관장하고 있다. 결국 이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소관 부처의 단일화가 우선되어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연구개발특구 소관 업무가 지식경제부로부터 분리돼 과학벨트 사업까지 총괄하는 과기 전담 부처로 이관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과학벨트와 연구개발특구를 어떠한 형태로 연계시킬 지도 관심사다.

광의로 해석하면 국가연구개발의 혁신시스템 내에서 관련이 깊지만, 협의로 해석하면 과학벨트와 연구개발특구의 사업 분야와 내용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성격이 다르다. 이 두 부분이 어떻게 업무적으로 묶일지에 따라 업무를 맡게 되는 조직의 성격이나 앞으로의 사업 내용 및 방향이 변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한편 논란이 됐던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문제와 관련해서 박 당선인은 "우선 부지매입을 국고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기초연구 강화…출연연 거버넌스 개편 등은 미정

박 당선인의 과기분야 5대 핵심정책은 앞서 언급한 ▲창조경제를 견인할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창의적 '국가연구개발' 혁신시스템 재정립 외에 ▲국가연구개발 투자 2017년까지 5% 확대 ▲과학기술인의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과 복지 향상 ▲국민행복기술과 브레인웨어 융합신기술로 창조산업 육성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다소 추상적인 부분도 없지 않지만 요약하면 GDP 대비 국가연구개발비 비율을 오는 2017년까지 5%(2011년 기준 4.03%)로 확대하고, 정부 연구개발 예산 가운데 기초연구 지원 비중을 40%(2012년 현재 35.2%)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또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을 위해 연구 자율성 제고, 비정규직 비율 개선, 여성과학자 지원 확대, 과학기술 유공자 사기 진작책 마련 등의 정책을 편다는 것이다.

예산이나 기초과학 연구 투자 확대 등의 문제는 의지만 확고하면 실현 가능성이 높지만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이나 연구원 정년 65세 환원 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은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예를 들어 안정적 연구환경 조성을 위해 '연구 자율성을 제고하겠다'는 추상적인 내용만 언급되어 있을 뿐 실제 일선 출연연이나 연구원들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고 있는 상급 부처의 지나친 간섭에 따른 눈치보기 등과 같은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특히 출연연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거버넌스 문제나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위상 및 역할 등에 대해서는 정책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또 65세 정년환원 역시 직간접적으로 피력했지만 세부 정책으로 명시되지는 않았다.

결국 일선 연구현장에서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거나 뜨거운 쟁점이 될 만한 사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실행공약이 없었던 만큼 앞으로 이러한 부분에 대한 정책이 어떻게 수립되느냐에 따라 '과학기술을 국가 정책의 중심에 놓겠다'는 박 당선인의 약속 실행여부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바른과학기술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은 20일 '대통령 당선인에게 바란다'는 성명을 통해 "5년 전 과학기술부를 졸속으로 폐지한 사례에서 보듯 인수위에서 또 다시 타의에 의해 과학기술 정책이 엉뚱하게 재단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면서 "차기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조속히 전개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과실연은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축하한다"며 ▲과학기술을 명실상부한 국정운영의 중심에 놓고 과학기술과 ICT 발전의 새로운 기존방향 설정 ▲차기 정부와 인수위에 과학기술계를 대표할 수 있는 인사를 적극 참여시키고 연구현장의 목소리 효율적 반영 ▲국가 R&D 거버넌스 체계의 발전적 개선과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 ▲과학기술인의 사기 진작을 위한 획기적 정책 추진 등 4개항의 과학기술계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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