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서 30년간 연구한 과학자의 일상·과학동네 애정 담아
책속 곳곳에 실린 부인 장숙영 작가 따뜻한 그림도 볼거리

대덕연구단지서 30년간 연구활동을 해온 과학자가 과학계와 과학동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를 출간했다. 저자인 이규호 한국화학연구원 박사는 30여 년을 연구와 실험에 집중했으며, 우리나라 과학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활동해 오고 있다.

그는 책을 통해 과학동네만의 독특했던 문화, 실험실 이야기, 출연연의 나가야할 방향 등을 자신의 경험과 성찰을 바탕으로 쓴소리도 아끼지 않으며 차분하게 풀어냈다.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장에서는 '왜 사느냐고 묻는다면'을 소주제로 자신과 자녀들 이야기, 미술과 종교 등과 얽힌 과학동네에서의 추억을 담았다.

2장은 '연구의 동반자들'로 연구 현장의 이야기를 쉽게 적었다. 3장은 '과학을 이끄는 나침반'으로 40주년을 맞는 대덕연구단지의 나가야 할 방향 등 과학계에 대한 애정을 담은 내용으로 채웠다. 저자가 대덕연구단지와 인연을 시작하게 된 것은 1978년. 화학연이 대덕연구단지로 이전해 오면서부터다.

책은 저자의 과학동네에 대한 애정을 입증하듯 대덕연구단지의 구심점인 연구단지사거리에서 시작된다. 그는 사거리에 서서 보이는 우체국, 지금은 사라지고 고층건물이 들어선 도예가의 집, 폐허로 변한 대덕과학문화센터 등 과학동네만의 독특했던 문화를 추억하며 40주년을 맞는 대덕연구단지의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가기를 기원했다.

이 박사는 미술, 종교, 철학, 자연, 사람과의 인연을 비롯해 자녀들이 다녔던 학교 이야기까지 담아내며 아버지의 심정으로 연구소의 교육 기부 활성화를 기대했다. 또 서울대 졸업 후 석사과정을 KAIST에서 마친 저자는 작금의 고민과 기대도 담았다.

과학현장 이야기는 성과에서 아쉬움이 남는 연구, 외국인 과학자들과의 우정 등을 딱딱하지 않고 쉽게 풀어냈다. 또 이공계 기피 현상에 대한 우려도 여과없이 표현하며 해결방안으로 국가연구개발 사업과 우수 연구인력의 연계를 들기도 했다.

3장에는 과학계에 대한 그의 애정이 듬뿍 담겼다. 저자는 대덕연구단지 난개발과 출연연의 표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대전 입지, 기초과학연구원 출범 등을 지켜보며 과학자로서 한국 과학기술을 한단계 끌어 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가길 기대했다.

책장을 덮을무렵이면 과학자의 30년이 파노라마처럼 그려지며 사람 냄새나는 삶이 향기로 다가온다. 이 책의 또다른 볼거리는 글과 어울리는 따뜻한 그림들이다. 저자의 아내이며 화가인 장숙영 작가의 간결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의 소품같은 그림들을 책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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