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별1호' 발사 20주년③]'인공위성연구센터' 핵심기술 개발
'우리별' 과학도들 "우주는 미래 먹거리…과감한 투자·지원 필요"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첫 포문을 연 우리별 1호가 발사된 지 오는 11일로 20주년이 된다. 개발 초기 동양의 작은 나라에서 인공위성 기술을 가질 필요가 있느냐는 비난도 있었다.

실제 1인당 국민소득 7000달러 이상 되는 나라에서 모두 우주기술 개발을 시작했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5000달러 수준. 여러 악조건 속에서 우주기술 보유 여부에 따라 국가 위상이 달라진다는 정부의 의지와 연구원들의 집념이 모여져 개발 2년 만에 발사까지 성공한 '우리별 1호'. 그 안에 담겨진 20대 젊은 연구원들의 숨은 노력을 짚어보고 당시 참여했던 그들의 현재 모습, 한국의 우주개발 방향을 집중 진단한다.

"10월에 발사되는 나로호에 탑재될 나로과학위성 개발과 과학기술위성 3호 개발을 동시에 진행해 왔다. 짧은 기간안에 30여명의 인원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우리별 1호부터 20년간 축적된 기술이 있었기에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었다. KAIST인공위성연구센터(이하 인공위성센터)는 작지만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강한 연구기관이다."

이인 KAIST인공위성연구센터 소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 발사 20주년을 맞는 감회를 조용하지만 힘있는 어조로 소회했다.

인공위성센터는 1989년에 출범, 인공위성과 우주 기술개발, 우주기술 핵심인력을 양성하는 등 대한민국을 소형위성 강국으로 성장시키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최순달 교수의 혜안으로 인공위성센터 탄생

그 첫 시작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과학재단(현재 한국연구재단)에서는 대학의 연구를 활성화하고 국가의 과학기술 발전을 선도할 장기 대형 연구과제를 공모하고 있었다. 이 공모에 관심을 갖고 있던 최순달 KAIST 교수는 위성개발 인력 양성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영국 써리대학과 영국 최대 전자회사인 GEC 마르코니(GEC-Marconi)로 달려가 대한민국의 우주기술 인력양성에 필요한 재정지원을 부탁했다.

최 교수의 열정을 본 그들은 그 자리에서 승락을 했다. 이로써 영국 써리대와 GEC 마르코니 그리고 가칭 인공위성연구센터, 이렇게 3자간 MOU가 체결됐다. 그렇게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가 탄생했다. 이후 인공위성센터는 우리별 1호 발사 성공 이후 20여년이 넘는 기간동안 소형인공위성을 개발하고 발사에 성공하면서 우리나라 우주개발인력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 것은 물론이고 소형인공위성기술개발의 초석을 다져왔다.

이곳에서 배출된 우주기술 핵심인력들은 인공위성 벤처와 정부출연기관, 대학 등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독일, 프랑스 등 해외에서도 우주기술 개발의 핵심인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인공위성센터에서 배출한 위성기술핵심인력 20여명이 창업한 기업 쎄트렉아이는 설립 10여년만에 코스닥에 상장하며 소형위성 벤처로 승승장구, 세계 시장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인공위성센터, 개발·제작·인력양성 아우르는 소형위성 전문기관
 

▲이 인 소장이 나로과학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2 HelloDD.com
"인공위성센터 설립 이후 우리별 1,2,3호를 비롯해서 과학기술위성 1,2호를 개발했다. 그리고 지금 과학기술위성 3호를 개발 중이다. 우리 센터는 소형위성을 전담하는 연구기관으로 꾸준히 노력해 왔고 또 성장했다."

이 소장은 20년여 동안 센터에서 해온 일을 돌아보며 센터의 중요한 역할로 첨단소형위성 개발, 핵심우주기술 연구, 관련 인력 양성 등 세가지를 들었다. 그는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시금석이 된 우리별 1호의 발사 성공 이후 그 일익을 담당했던 센터는 국내 우구개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며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면서 "센터는 소형위성을 개발, 제작, 연구하는 전세계적인 기관이 됐다. 현재 위성을 독자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기관이 됐고, 차세대 소형위성을 만들 수 있으며, 그런 과제를 맡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기관으로 발돋움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는 "센터는 세계적인 연구중심 대학인 KAIST라는 교육기관에 속해 있다. 때문에 센터가 보유한 기술능력을 바탕으로 석사후 인증제도, 박사급 리서치 펠로우 제도를 도입하고 관련인력이 다양한 위성 개발에 참여하도록 지원해 우주기술 전문인력으로 성장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소장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는 소형위성을 만드는 곳은 몇 곳 있는데 인공위성센터가 그중 하나다. 또 몇몇 대학에서 아주 작은 큐브샛을 만들기도 하지만 100kg~ 170kg정도 되는 소형위성만 전담해 개발하는 곳은 국내에서 인공위성센터가 유일하다.

이 소장은 소형위성 설계 제작을 할 수 있는 국내 유일 기관으로서 소형위성의 역할에 대해서도 피력했다.

"옛날에는 위성의 규모가 컸다. 반도체 기술이 점차적으로 발전하면서 전자부품이 소형화, 경량화됐다. 이에 따라 위성도 가벼워지고 작아졌지만 성능은 오히려 우수해졌다."

소형화, 경량화 추세인 위성, 하지만 소형화에도 한계가 있다. 상당한 정밀도를 가지고 우주관측을 한다든가 지구관측, 환경 측정 등을 하는 것이 바로 소형위성이기 때문에 탑재체들의 성능이 어느 정도 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소형위성의 필요성에 대해 이 소장은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위성기술을 미리 개발해서 검증하는 역할로써 소형위성은 매우 중요하다"며 "새로 개발된 기술을 대형 위성에 적용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기 때문에 이런 기술들을 소형위성에 실어서 실제 우주환경에 노출됐을 때 제대로 작동하고 활동하는지 등을 검증할 수 있다. 개발한 기술이 잘 됐다고 판정되면 대형위성에 적용할 수 있다. 이런 역할을 소형위성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작지만 강한 전문기관…차세대 소형위성 기술 주도적 개발

현재 인공위성센터가 추진하고 있는 주요 프로젝트는 두가지다. 위성개발과 우주기술 개발. 인공위성 개발은 오는 10월 나로호 발사 때 우주로 날아가게 될 '나로과학위성'과 '과학기술위성 3호'가 있다. 짧은 기간동안 두가지 프로젝트가 같이 진행되면서 어려움도 많았다.

30여명의 적은 인원으로 프로젝트별로 연구원을 나누기는 어려운 상황. 연구원 전원이 프로젝트에 동시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당연히 연구원들은 밤낮 구별하지 않고 연구에 몰두했다. 이 소장은 "현재 나로과학위성은 개발을 완료하고 발사일에 맞춰 이동을 위해 대기 중"이라면서 "그동안 소형위성을 꾸준히 개발해 왔으며, 과학기술위성 1호와 2호를 만든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연구원들의 노력을 치하했다.

최근 인공위성연구센터는 350억원 규모의 '차세대소형위성' 과제를 수주해 냈다. 소형·경량화 추세인 인공위성 제작 시스템을 보다 체계적으로 갖추기 위한 포석이다. 이 소장은 "차세대 소형위성도 이런 추세에 맞게 만드는 시스템으로 가게 돼 있다"며 "앞으로 개발하게 될 차세대 소형위성 역시 센터에서 주도적으로 하게 될 것이고 개발기간 4년을 목표로 곧 개발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작지만 연구역량만큼은 세계 최고인 인공위성연구센터. 이인 소장은 연구를 지원해준 정부와 국민의 성원에 감사한다며 "미래 우주강국 밑거름이 되겠다는 자세로 소형위성개발과 미래우주기술개발에 지속적으로 매진 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이 소장은 최근 무섭게 빠른 속도로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동북아지역 우주분야의 '힘의 균형'에 대해 피력했다. 그는 "중국은 국가의 특성상 국가가 특정기술에 집중해 강력히 밀고 나갈 수 있다. 로켓분야는 최고수준이고, 인공위성 분야도 상당한 수준 도달해 있다. 일본 역시 우수한 발사체와 위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동북아시아 3국을 비교해보면 인공위성분야는 각 나라의 기술의 성숙도, 완성도, 브랜드 네임을 올리는데 중요한 분야다. 우리나라도 동북아 국가들과 걸맞는 대등한 능력과 기술을 갖춰야만 한다"고 조심스럽게 우주기술 비전을 제시했다.
 

◆'우리별' 과학도들이 말하는 미래 우주개발

우리별 1호가 발사된 지 20년. 그리고 우주개발의 시작점인 KAIST인공위성연구센터가 탄생한 지 20여년이 된 2012년. 앞으로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의 미래, 방향성에 대해 우리별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이들에게 들어봤다.

최경일 박사(유텔셋 재직) "한국은 전세계적으로 선두를 달리는 생산기술의 최첨단국가다. 어떤 분야의 거대 프로젝트라도 한국 기업들이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전세계 어떤 경쟁회사들보다 더 빨리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주개발은 첨단 기술이 지속적으로 투입되는 분야이긴 하지만 기본적인 개념이나 아이디어들은 18세기 뉴튼과 케플러가 만들어 놓은 공식들에 의존하고 있다. 2차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과 소련, 중국과 프랑스, 영국 등의 나라에서 독일의 V2 로켓을 바탕으로 자국의 로켓 제작을 시도했고 차례로 발사에 성공했다.

하지만 로켓발사에 성공하기까지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소련은 스푸트니크 호 4대중 1대 실패, Vostok 발사체는 처음 20회 중 10회 실패, 현재까지 가장 안전하다고 믿어지는 Soyuz발사체도 초창기에는 36대나 실패하는 등 많은 실패를 거듭한 뒤 성공한 발사체를 만들 수 있었다. 이처럼 우주개발 선진국들도 실패를 거듭하면서 기술을 습득해왔다.

한국도 우리별 발사를 시작으로 20년동안 우주개발을 해 왔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에서 연구를 하고 있지만 프랑스 우주연구소의 2500여명, 인도 2만 5000명의 연구직 직원들과 비교하면 한국의 우주개발 연구직은 아직 미약한 수준이다.

외국에서 기술수입을 하여 단기간에 성과를 내겠다는 생각을 뛰어넘어 이제는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국내에서 원천기술들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하여 우주개발을 하겠다는 국민적인 신념이 필요하다. 또 이를 위해 우주부처와 같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우주개발을 지휘할 수 있는 우주개발 사령탑의 설치, 한 정권의 과시성 프로젝트가 아닌, 최소한 10년 이상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투자가 돼야한다."

김형신 충남대학교 교수 "우주개발은 미래 먹을거리다. 우리별부터 시작된 우주개발부터 나로호 1, 2호 프로젝트가 주는 상징성이 크다. 우리나라도 역량이 많이 축적되고 있다. 그런데 잘 할 수있는데 잘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주개발은 기술이나 연구쪽으만 봐도 진척이 안되고 정치적으로만 봐도 실패하기 쉽다. 여러가지가 잘 어우러져야 파급효과 낼 수 있다. 지금 한국의 상황은 관리자, 기술자간의 문제가 제각각이라 쉽지 않다.

기술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하고 그들을 잘 엮을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잘하는 사람들을 쓸 줄아는 능력있는 리더 말이다. 확고한 의지와 추진력, 기술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진 리더가 필요한데 쉽지 않다. 다행히 사회적으로 리더를 많이 뽑고 있다. 기술적 역량과 관료적 역량을 가진, 두가지를 다 볼 수 있는 리더들 극소수지만 있다. 그들을 써야한다."

박성동 쎄트렉아이 대표 "90년부터 99년도까지의 우주개발 최초 10년은 선진국에 가서 위성기술 을 배우고 소화해서 우리 고유 시스템을 만드는 시기였다면 그 이후 10년은 우리 시스템을 외국에 팔 수 있음을 검증하는 단계였다. 

앞으로의 10년은 '한국 위성이 세상의 기준'이 됐으면 한다. 우리의 위성이 세계가 벤치마킹하는 위성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의 위성개발 역사는 선진국들보다 턱없이 짧지만 스무살이라는 청년의 모습을 갖고 있다.

앞으로의 20년 동안 성숙된 장년으로 성장하면서 전세계 우주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원동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노화되고 세대가 단절된 미국과 일본, 유럽을 능가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박강민 ADD 박사 "지금까지 실패한 프로젝트 이야기는 별로 없다. 성공할 만큼만 계획을 세우기 때문이다. 이는 너무 안전하게 가려는 의미다.

더 나은 기술을 가지려면 우리 스스로 개발해야한다. 우주개발은 리스키한 부분이 많다. 우주개발은 당장은 도움이 안될 수도 있지만 새로운 개념으로 새로운 기술들을 개발해 실제로도 상용되도록 할 수 있다.

우주개발은 국위선양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우주기술들이 산업계나 기업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그래서 지속돼야한다. 현재 많이 연구비가 많이 들어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해야한다."

이현우 박사(쎄트렉아이 재직) "앞으로 위성과 관련된 일을 15년은 하게 될 텐데, 후배들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시기다. 후임자를 잘 만드는 것이 지금 나의 제일의 목표다."

이서림 항우연 선임연구원 "인공위성, 예전에는 처음하는 거였다. 요즘은 위성이 특이한 것도 아니고 꽤 가까워졌다. 대중들이 생각하기에 우주개발은 실용적인 부분이 부족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소수 연구자들만 관여하고 우주인도 관광객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언젠가는 우주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우주개발이 필요하고 지속적으로 우주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연구자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열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열정을 유지하는 것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특히 우주개발에 참여하는 연구자들은 우주에 처음 관심을 갖고 우주를 사랑하게 됐던 그때의 열정을 기억하라고 말하고 싶다."

양호순 표준연 우주광학센터장 "옛날에는 바다를 제패하는 하는 사람이 세계를 제패한다고 했는데 요즘은 우주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우리나라는 90년대 초반부터 우주개발을 시작했다.

선진국보다 뒤쳐졌지만 한국인 특유의 근성이 아주 빨리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잡고 있는 중이다. 나는 반사경 만드는 사람으로서 중형급 위성에 실리는 카메라는 이제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너무 실험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이런 문제도 극복해가야 한다."

전홍준  박사(독일OHB시스템 재직)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역사가 20여년이 됐지만 여전히 해외에서 우리나라는 우주분야 후진국으로 여겨지고 있다. 독일서 일을 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은 유럽우주국(ESA)이다.

이곳에는 우주 분야에 있어서 다양하고 풍부한 기술과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고, 그 사람들이 각각의 위성 과제에 직접적으로 참여해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하고 모든 위성제작 과정을 검토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역할을 하는 기관이 있었으면 한다. 우리도 정부 차원의 좀 더 많은 관심과 투자를 통하여 우주 분야에 있어서의 영향력을 키워 나갈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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