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동네 사람들 "연구단지 가치 높일 공공시설 들어서야"
원로과학자들 "과학도서관, 문화홀은 어떤가요?" 추천
대전시 관계자 "출연연서 부지 기부한다면 가능"

"1979년 공동관리아파트 1호 입주자다. 그 곳은 과학자들에게는 의미가 큰 공간이다. 결국 자금 문제가 있지만 과학동네를 상징할 수 있는 과학도서관을 건립해 학생부터 과학자까지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소통 공간이 되면 좋겠다."(장인순 전 원자력연 소장)

"10년 전 재개발 당시 매각하되 일부 권한은 연구소에서 갖는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하면서 출연연들이 '우선 매각'으로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는 것 같다. 소유권이 문제인데 당초 정부에서 준 땅이다. 각 출연연과 정부가 조정해서 공동시설을 짓는다면 연구단지도 활성화 시키고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손재익 전 에너지연 원장,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대학원장)

"인근에 아파트 많다. 과학동네에 고층건물이나 아파트는 더이상 짓지 않는게 좋겠다. 과학동네 이미지 다 사라지고 있다. 아파트보다는 과학동네를 상징할 수 있는 다른쪽으로 활동하면 좋겠다."(이정민 전 화학연 박사)

1979년 공동관리아파트에 가장 먼저 입주한 1세대 과학자들의 '과학동네'에 대한 바람이다. 은퇴 후에도 여전히 과학동네 주민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들에게 과학동네는 일터, 삶터, 놀이터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공간이다. 이번 공동관리아파트 부지 '무조건 매각'에 대해 걱정어린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과학계 한 인사는 "이번 공동관리아파트 부지를 단순 아파트 시설을 짓는다면 후손대대로 천년만년 후회하고 안타까워 할 일"이라고 일갈하며 명품연구단지에 걸맞는 과학기술 테마의 전용 공간으로 거듭나길 소원했다.

◆"과학동네 상징할 소통공간 '과학도서관'은 어떠한가"

유치과학자로 대덕을 찾은 장인순 박사를 비롯해 1세대 원로과학자 대부분 대덕거주만 30년이 훌쩍 넘었다. 일터에서 지금은 삶터로 대덕을 사랑하고 있는 그들에게 몇가지 아쉬운점이 있다.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 장인순 박사는 "대덕연구단지는 과학동네라고 하지만 퇴근이후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서양은 광장문화가 발달해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다"면서 "대덕에도 그런 공간이 필요하다. 물론 자금과 대전시의 의지가 필요하다. 다른 자금을 아끼면 가능하리라고 본다"며 아쉬워했다. 이어 장 박사는 "민간업자가 땅을 사서 공동관리아파트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다면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그러나 연구단지를 상징할 수 있는 과학도서관 건립으로 과학자부터 대전시민 누구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건립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면서 "대전은 과학도시로 알려져 있는데 상징물이 없다. 이를 상징할 수 있는 근사한 상징물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민 박사는 연구원 정년 퇴임 후 한국화학연구원 근무 경험을 살려 지금은 대전테크노파크에서 지역 기업들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에게도 공동관리아파트는 남다른 추억이 서린 곳이다. 입주 과학자들과 어려움을 같이 겪으며 젊은 시절을 보낸 곳으로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는 "아파트가 있었던 공간이라고 해서 아파트가 들어설 필요는 없다. 인근 지역에 얼마든지 아파트는 많다"면서 "더 이상 건물이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건 반대한다. 연구단지 마스터플랜에 의해 당초 명품연구단지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이어 "대덕연구단지에 빌딩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서 지금도 명품연구단지 이미지가 많이 손상됐다. 과학동네에 맞는 상징적인 공간이 들어서길 기대한다"면서 "민간업자에게 매각돼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해도 고층보다는 과학동네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건축물이 들어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손재익 박사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대덕에 거주하면서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 재임 중이다. 그 역시 일터는 서울이지만 대덕을 떠나지 않고 있다. 손 박사는 10년전 공동관리아파트 재개발이 부실로 이어질뻔 한 사태를 막은 장본인으로 과학동네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그는 "공동관리아파트 부지는 대덕연구단지에서 가장 좋은 땅으로 꼽히는 곳이다. 그곳에 아파트를 짓는 것은 연구단지 이미지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과학자들과 지연주민을 위한 공간이 들어서는게 맞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소유권인데 현재 7개 출연연에서 소유권을 가지고 있지만 당초 정부에서 제공한 땅이다. 정부와 소유 출연연이 조정해 연구단지를 활성화하고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결정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전시나 정부가 나서서 공공목적을 위한 공간으로

"롯데호텔이 목원대에 팔린 사례가 뻔히 살아있다. 그때도 불가피했다고 당시 대덕연구단지관리사무소에서 이야기했다. 많은 과학자들이 안타까워하기는 했지만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굴렀다. 어찌보면 7개 연구소 소유라고 하지만 대덕에 남은 유일한 과학자들의 공동 자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것마저 민간 손에 넘어가 그냥 아파트만 지어질 경우 정말 대덕은 두뇌들의 집합체로서 할 말이 없어진다. 이 부분만은 지켜져야 한다고 본다."(아이디 대덕사랑)

"누군가 그 땅을 사서 대덕을 위한 곳으로 개발해야한다. 그러나 수익 창출이 어려운 용도로 개발해야 한다면 그 누군가로 나설 당사자는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해법은 소유 당사자인 출연연들이 시나 대덕특구에 기부하고 공공 목적으로 개발을 위한 재원을 정부에서 마련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지 않을까 싶다."(아이디 대책은?)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해도 부지가 작아 현재 있는 다른 아파트들과 거리 등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아 쉽지 않을 것이다. 과학자 뿐만 아니라 그 자녀, 대전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이 들어서는 것도 의미가 크겠다. 그렇다고 시끄러운 장소가 아닌 미술전시관, 도서관, 연주회가 가능한 문화홀 등 명품연구단지를 상징할 수 있는 공간으로 시민들이 같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최영명 대덕클럽 회장)

많은 과학자들이 대덕넷 홈페이지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전해온 공동관리아파트 부지에 대한 활용방안들이다. 이들은 "대덕연구단지를 상징할 수 있는 문화공간 등 공공목적의 건물이 들어서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공동관리아파트 부지 소유권자인 7개의 정부출연기관에서는 5월 31일까지 거주자들이 모두 퇴거하면 바로 매각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출연연에서는 무조건 매각 방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간사를 맡고 있는 원자력연 관계자는 "매각의뢰를 위해 자산관리공사를 선정키로 했다. 이후 절차는 거기에서 진행할 것이다"면서 "출연연들은 매각 재원을 이용해 대체부지를 마련하고 연구원들을 위한 사택을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에게 과학자들의 바람을 전달하고 의견을 들어보았다.

시 관계자는 "소유자인 출연연에서 부지를 기증한다면 재정비 계획을 바꿀 수도 있다. 연구단지를 상징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나 시설을 건립한다면 시에서도 적극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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