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법안 통과 목표…경과조치기간 내 구체적 청사진 구상할 것"
경과조치 이후 '연구원 명칭·업무조직 변화' 예측 불가

19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국가연구개발원 단일법인화 추진을 앞두고 복잡한 계산이 시작됐다. 출연연 통합 관련 법안 통과는 어떻게 되는지, 출연연 기관장은 중도 사퇴하게 되는건지, 또 출연연의 기존 기관명은 사라지는지 등 출연연 단일법인화에 따른 세부적 해결 과제들에 대한 논의가 본격 추진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연구현장 과학기술자들은 앞으로 바뀔 연구환경에 대해 기대 보다는 적지 않은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를 내세우고 있다. 현재 출연연 단일법인화에 대한 부처협의는 이미 끝난 상황으로 5일 입법예고 종료 후 2월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 되면 1년간 경과조치 기간을 거치면서 국가연구개발원 설립추진준비위원회가 가동될 계획이다. 설립추진준비위원회는 연구개발원 기관장 선임과 각 연구기관 독립성 보장을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경과조치 기간동안 국과위는 연구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력·조직 등 세부적인 개편을 융합의 취지에 맞도록 점진적으로 조정하게 된다. 때문에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현재 시점에서는 활동 중인 기관장의 임기도 확정된 부분이 없다.

연구개발원장 임기만 5년으로 명시돼 있을 뿐이다. 연구원 명칭과 업무들도 경과조치 기간동안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연구원별로 역사와 특색이 있는 만큼 연구원 이름을 바꾸기보다 '국가연구개발원 명칭을 어떻게 수정할지'를 고려하고 있다. 국과위 관계자는 출연연의 행정직에 대해 "기존 인력의 구조조정은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그는 "각 기관의 특수 업무를 하던 부서를 건드릴 수 없으며 행정 조직 중에서도 연구개발원에서 일을 하는 것이 좋으면 와서 함께 하고, 기존 연구원에서 일하는 것이 (효율이) 좋으면 기존대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기관 행정조직은 행정적 예산처리밖에 못한다. 그것보다 기술이전 연구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많이 필요하다"며 "오히려 인력이 현재로서 많이 모자라기 때문에 (기존 행정부서)인력 구조조정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만약 법안이 통과된 뒤 19개 출연연이 단일법인 되더라도 법적 경과조치 1년 내 기간에는 연구소 명칭과 행정·특수 업무 조직의 변화는 거의 없을 전망이다.

국과위 관계자에 따르면 각 출연연의 역사와 특색이 있기 때문에 명칭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며 행정 조직도 변화가 거의 없을 예정이다. 하지만 경과조치 기간이 끝난 후 연구소 독립성 보장이 지속적으로 가능한지는 미지수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국과위는 약 1년간의 경과조치 기간 동안 최대한 각 출연연의 독립성을 보장할 계획이다. 하지만 그 이후의 독립성은 1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연구소의 가야할 방향과 청사진이 결정되는 셈이다. 지금으로서는 법안 통과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차원에서 출연연 개편 관련 법안에 대해 소통 창구역할을 맡은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출연연 단일법인화는 있을 수 없는 졸속 결정"이라며 "법안 통과는 절대 이뤄질 수 없고, 통과되지 않도록 국회 차원의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현장에서는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법인을 해체해 어떻게 통합법인으로 묶을 것인지 충분한 논의와 현장상황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정훈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장은 "단일법인 비전과 함께 통합법인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 동시에 보여주면 좋은데 그런 것들이 없으니 거기에서 오는 우려가 많다"며 "한 번 결정된 제도는 다시 수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장 법인을 내려 경과조치 기간동안 (출연연을 어떻게 운영할지)섣불리 결정하기 보단 각 출연연이 가진 시스템을 어떻게 아우르면서 하나의 체제로 만들지, 출연연의 정체성과 브랜드를 어떻게 통합법인에서 운영할 것인지 고민해 좋은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발전협의회는 3일 법인 해체에 대한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는 "원자력 연구는 국제사회의 엄격한 감시 아래에서 핵투명성 보장을 위해 공개해야 하는 민감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며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원자력 연구개발 기관의 단일법인 통합은 국내외적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시켜 원자력 분야에서 국격 훼손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며, UAE 원전 수출의 기반 제공 등 반세기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가는 중차대한 상황에서 원자력연을 국가연구개발원이라는 단일 법인으로 통폐합하려는 국과위의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천명한다"고 주장했다.

성 명 서

- 한국원자력연구원 법인 해체에 반대한다! -

우리는 대한민국 최초로 설립된 국공립 종합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연구원으로서, 원자력 연구개발을 통해 국가경제 발전과 에너지 안보 확립에 이바지해 오고 있음에 큰 자긍심을 갖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 50 년간 정부와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와 성원 아래 연구에 정진해 온 결과 개발도상국으로는 유일하게 완전한 원자력 기술자립을 이루고 수많은 과학기술자와 원자력 관련 기관들을 탄생시켰으며, 최근에는 요르단 원자로 수출 성공 및 UAE 원전 수출의 기반 제공 등 원자력 수출산업화의 성과를 이루었다.

이처럼 지난 반세기 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가고 있는 중차대한 상황에서 후손을 위한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 확보와 국가 안보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원자력 기술 연구개발의 메카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을 국가연구개발원이라는 단일 법인으로 통폐합하려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천명하고자 한다. 원자력 연구개발은 에너지 안보는 물론, 정치, 외교적인 국익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종합적인 국가정책의 일환으로 수행되어야 하는 특수성을 고려하여, 법적 대표성이 부여된 독립적 기관에 의한 전략적 의사결정 및 국제적 협력관계 설정이 연구개발 수행의 필수적인 부분으로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타 연구 분야와 통폐합된 국가연구개발원 체제하에서는 원자력 기술의 신뢰성과 전문성이 고려된 종합적 국가정책과 연계 및 신속한 의사결정을 기대할 수 없게 됨에 따라 국가적 차원의 원자력 연구개발 수행에 큰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한 원자력 연구는 국제사회의 엄격한 감시 아래에서 핵투명성 보장을 위해 공개해야 하는 민감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는 원자력 연구개발 기관의 단일법인 통합은 국내외적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시켜 원자력 분야에서 국격 훼손을 초래할 우려가 있으며, 원자력 분야 이외의 기술마저도 포괄적 규제․감시 및 정보공개의 대상이 됨으로써 연구개발 효율화를 위한 단일법인 통폐합이 국가적 핵심 연구정보의 누출과 이에 따른 원자력 연구개발의 국제경쟁력 저하라는 부정적인 상황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대부분 과학기술 선진국들이 과학기술의 융복합 추세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분야만은 전략적으로 개별 연구기관 체제를 유지하면서 정부의 직접 주도하에 독립적인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중요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단일법인 하에 통폐합시키려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의도가 원자력 분야의 특수성을 간과한 발상임을 지적하고, 국가연구개발원의 성공적 출범과 국가경제 및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반드시 독자적인 법인 격으로 유지되어야 함을 분명히 밝힌다.

2012. 1. 2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발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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