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노벨물리학상 수상자 3인, 100년간의 오랜 예측 깨뜨려
초신성 관측 통해 '암흑에너지' 존재 밝혀…70억년 전보다 15% 빨라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우주가 가속적으로 팽창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천체물리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이들의 업적은 우주가 점점 느리게 팽창한다는 지난 100년간의 오랜 예측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는 데 있다."

박창범 KAIST 부설 고등과학원 물리학과 교수는 올해 노벨물리학상 3인의 업적은 지난 100년간의 오랜 예측을 보기 좋게 깨뜨렸다는 데 있음을 새삼 지적했다. 국내 천체물리학계 석학인 박 교수는 이어 "그들이 얻은 결과에 따르면 우주는 느린 속도로 팽창하는 게 아니라 가속 팽창하고 있었다"며 "이는 만유인력과는 정반대 되는 힘이 우주에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한 것으로, 이 에너지를 '암흑에너지'라고 명명하고 가속화의 원동력을 암흑에너지로 설명한 업적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기존의 우주 팽창 이론은 이번 노벨상 수상자들의 것과 반대였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우주의 팽창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고 주장했다.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3명의 과학자들도 이런 이론을 뒷바침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는 관측을 지속해오다 소위 '역설의 잭팟'을 터뜨린 셈이다.

사울 펄무터 교수는 1988년부터, 브라이언 슈미트와 아담 리스 교수팀은 1994년부터 각각 별도의 팀을 꾸려 지구로부터 100억 광년(1광년은 빛이 1년간 달린 거리) 떨어진 초신성 50개를 관측했다.

박 교수는 "초신성의 빛이 어느 정도 밝은지에 따라 지구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거리를 알 수 있다"며 "초신성은 우주 연구에서 거리를 재는 이른바 '표준 척도'로 쓰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1998년 그들이 관측한 결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결과에 따르면 우주의 팽창속도는 느려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빨라지고 있었다. 느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관측을 계속해왔던 그들은 관측 결과를 수없이 재확인했고, 다시 분석을 시도해봤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얻은 결과에 의하면 오늘날 우주는 70억 년 전의 우주에 비해 15%나 빨라진 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그것은 질량에 작용하는 중력보다 더 큰 힘이 우주를 밀어내고 있다는 것을 뜻했다.

이 같은 결과는 우주 공간이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증명한다. 더군다나 공간이 가지고 있는 이 에너지는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에너지가 아니다. 과학자들은 이 에너지를 '암흑에너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암흑에너지'는 만유인력과 정반대되는 힘으로, 이것이 우주 팽창을 가속화한다고 한다. 암흑에너지는 물질이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과 달리 서로 밀쳐내는 척력의 에너지인데, 중력이 우세하던 감속 팽창의 시기에 이어 암흑에너지가 다시 우세해지면서 가속 팽창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암흑에너지의 존재는 우주는 가속 팽창한다는 학설이 본격 제기된 1998년 이후 가설로만 남아 있다가 2003년 처음 정밀한 관측 데이터로 입증됐다. 당시 미국항공우주국의 위성 '윌킨슨 마이크로파 관측위성'이 관측한 데이터에 따르면 우주의 보통 물질은 4%에 불과하며, 나머지 73%와 23%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이라는 결론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 실체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암흑에너지의 존재는 우주의 3차원 지도를 그리려는 국제연구 프로젝트인 '슬론 디지털 스카이 서베이'(SDSS)의 지상망원경이 지난 2003년 10월까지 은하 20만여 곳을 관측해 내놓은 데이터의 결과와도 일치한다.

이같은 데이터로 입증된 결과에 따르면 우주는 1초당 71㎞(약 330만광년 떨어진 은하 기준) 속도로 팽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재 은하들 사이의 거리와 멀어지는 속도에 근거해 영화필름을 되돌리듯이 거꾸로 계산한 결과, 단일점에서 시작된 우주 탄생의 대폭발은 '137억년 전'(오차 1%)에 일어났다는 계산도 나왔다.

박 교수는 "어떤 물질이든 질량이 있으면 그 질량이 서로 끌어당기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우주 팽창이 느려질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러나 그들의 연구 결과는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고, 이 물질이 척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