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위 임무수행형 연구조직화 1단계 완료…평가와 과제?
現 80개 본부, 10개 사업단 → 35개 연구소, 34개 본부화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위해 미래 방향을 자율적으로 그려보기 바란다-.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의 강소형(임무수행형) 연구조직화를 겨냥해 정부 과학정책 주무당국이 연구기관들에게 주문한 내용이다. 그렇다면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그런 정책방향은 제대로 실천되고 있는가?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과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차원에서 지난 6월경부터 본격 추진된 출연연 강소형 조직화 1단계 작업이 마무리 됐다.

국과위는 연구역량 집중을 위해 출연연이 자체적으로 수립한 연구기관 발전로드맵에 대한 1차 자문·점검을 완료했다고 11일 밝혔다. 당국은 벌써 1단계 최종 결과물을 내놓고 있다. 기존 80개 본부 10개 사업단에서 35개 연구소, 34개 본부로 잠정적으로 핵심기능화시켰다는 점이다.

현장의 분위기는 처음 강소형 조직화 이야기가 나왔을 때와는 달리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현 시점에서는 대체적으로 대학과의 연구차별 가능성, 출연연 고유의 연구특성 발휘 등 큰 방향성에서 공감대를 사고 있다.

다만 불안감은 남아 있다. 차기 정권 이후의 정책 변경 가능성이나, 교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출연연-대학 통폐합 시도 등의 외부 충격파가 강소형 정책 추진에 '악재'로 작용되지 않을까라는 우려의 모습이다. 정책 추진그룹과 현장 연구자들간 소통의 시간도 좀 더 확보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 출연연 강소형 자문결과?…해양·생명·항우연 '부처 조율 필요'

국과위의 1차 출연연 강소형 조직화 점검 결과에 따르면 우선 한국해양연구원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3개 출연연이 관련 부처간 조율이 필요한 기관으로 평가됐다. 항우연의 경우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함께 항공과 우주를 다루고 있어 중복 해소를 위한 조율이 필요하며, 생명연과 해양연은 강소형 연구조직 숫자를 놓고 추가 논의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는 기관의 차별성 논의가 더 필요한 출연연으로 분류됐다. 이들 기관은 서비스 집중과 연구 집중의 조화를 놓고 관련 논의를 더 해야 한다. 국과위는 아울러 국가수리과학연구소와 한국한의학연구원, 안전성평가연구소, 김치연구소 등이 조직 규모와 설립기관을 고려한 강소형 조직방향 정립 논의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중간 합의점을 찾았다.

아울러 국과위는 국가핵융합연구소의 플라즈마라는 연구조직 용어 재정립이 필요하며, 한국천문연구원의 경우 강소형 조직 전환을 좀 더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향후 2차 자문에서 국과위는 직접 연구소를 방문할 예정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직접 애로사항을 듣고, 실질적인 강소형 조직화 운영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출연연간 협력연구와 연구기관의 고유업무·지원업무의 관계 등도 함께 해결해 나갈 방침이다.

국과위 관계자는 "이번 자문·점검은 출연연이 제시한 임무수행형 연구조직 후보군과 중점연구분야에 대해 타당성과 가능성 중심으로 평가가 이뤄졌다"며 "1차 결과를 기반으로 올해 11월말까지 세부 운영방안과 협력연구 구체화, 예산 연계 방안 등을 현실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블록펀딩 통한 연구차별화 가능" 기대…현장소통·준비 미흡

출연연의 강소형 조직화 카드를 꺼내들었을 당시 연구현장에서는 지난 노무현 정권 시절의 전문연구단위 조직화를 떠올리며 실현 가능 여부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이전에 추진하다가 실패했던 비슷한 정책을 반복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와대와 국과위 차원에서는 강소형 정책 추진을 위해 출연연에 적당한 시간을 줬다고 생각했지만, 연구현장에서는 너무 시간이 촉박할 뿐만 아니라 각 연구소의 독자성과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워했다.

다만 정책 추진이 단번에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단계별로 보완된다는 정부측 발표에 그나마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그런 가운데 강소형 정책 입안·추진 그룹의 정책 필요성과 진정성이 일부 현장에 퍼지면서 점차 긍정적 의견들로 돌아서는 모양새다. 출연연 자체적인 정체성 고민에도 모처럼 논의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현장에서 강소형 조직화의 정책 방향성에 대해 큰 틀에서 공감하는 이유는 출연연의 연구차별화다. 연구소 강소형화를 통해 정부로부터 묶음예산(Block Funding)을 받으면 출연연에 가장 고질적 문제였던 대학과의 연구경쟁 구조를 탈피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감이 크다.

국과위는 정부 부처가 추진하던 국가R&D사업 중 일부를 출연연으로 이관하고 이를 묶음예산(약 1146억 원)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더불어 출연연의 출연금 비중을 단계별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내년 52.5%에서 2013년 60%, 2014년 이후 70% 수준이 목표다.

K 출연연 P원장은 "강소형 조직화를 완료하게 되면 대형 연구사업을 조직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개별 연구자 연구프로젝트에 기반을 뒀던 기존 출연연의 고질적 체제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 가중된 조직개편 혼란…연구자들 연구환경의 질 개선 '글쎄'

연구현장 과학기술자들은 "국가 차원의 연구역량 집중과 효율을 꾀하려면 다른 무엇보다 우선해서 출연연 강소형 조직화를 둘러싼 과학자들의 연구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출연연 강소형 조직화 이야기가 나오면서 출연연-대학 통폐합, 출연연 단일법인화 등 연구기관의 조직개편 움직임에 대한 각종 풍문들이 현장에 동시다발적으로 퍼져나갔다.

'연구역량 통합'과 '연구성과 제고'란 두 마리 토끼로 출연연을 선진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다양한 조직개편 방안을 시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계속되는 구조개편 몸살로 오히려 연구기반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명박 정권 말기에 이르러 출연연 조직 구조개편을 기어코 이뤄내겠다는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의중이 감지되자 이같은 우려는 한층 커지고 있다. 출연연의 한 선임연구본부장은 "현 상황에서 출연연 구조개편과 관련해 강소형 조직화 말고는 정부 입장이 나온 것이 하나도 없다"면서 "현장 입장에서는 어떤 결론도 못내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일단 강소형 조직화 정책을 따라서 연구차별화와 집중을 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도연 국과위 위원장은 "강소형 조직화는 묶음예산 지원으로 연구소가 좀 더 장기적으로, 또 여러사람이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과제를 도출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내년 예산과 연계돼 있어 급하게 추진됐지만 묶음예산 비중이 커지니 연구분야를 집중하는 출연연이 많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근본적으로 연구소의 각 구성원들이 뭘 해야할지는 스스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출연연들이 역량이 있기에 잘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출연연 제안 임무수행형 연구조직 후보. ⓒ2011 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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