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효율·친환경 에너지 절약 소재 개발이 필수

이산화탄소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지만 생활 속에서 이산화탄소(CO₂)를 발생시키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우리가 특히 관심을 갖고 경계하는 것은 발전소, 시멘트, 철강, 석유화학 등의 CO₂대량 배출원이지만 CO₂는 이 정도에서만 머물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호흡을 통해서도 일정량의 이산화탄소를 뿜어내고 있듯이 CO₂배출은 우리네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결코 피할 수 없는 행위이기도 하다.

때문에 환경·에너지 분야의 연구자들이 신재생 에너지의 개발과 동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연구 주제가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저감기술과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안전하게 저장하거나 유용한 물질로 전환시키는 처리기술이다.

후자의 연구 분야는 실제 적용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신재생 에너지의 기술개발 기간 동안 환경을 지킬 수 있고, 신재생 에너지 개발 후에도 지속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이 CO₂저감기술 가운데서도 에너지를 절약하는 한편 보다 친환경적인 공정으로 제작이 가능한 소재의 개발이다.

고효율·친환경 에너지 소재의 개발은 일상은 물론 산업적으로도 활용도가 높아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이산화탄소저감및처리기술개발사업단(CDRS·사업단장 박상도)이 건축·조명·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융·복합 기술을 이용한 CO₂저감 에너지 소재 개발 연구를 추진하는 배경이다.

◆ 점점 더 추워지는 겨울, 친환경 건축용 단열재로 난방 에너지 절약!

이번 겨울은 유독 추웠다. 우리나라뿐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100년만의 한파와 폭설’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과학자들은 추위의 원인을 지구온난화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극 얼음이 줄어들며 북반구의 기류 변화를 일으켰고 이것이 다른 지역에 따뜻한 기류 대신 찬 공기의 유입을 가속화시켰다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다가올 겨울마다 더욱 매서운 추위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매서운 추위가 계속되면 일단 실내 난방에 사용되는 에너지에 비상이 걸리게 마련이다. 올해처럼 대대적으로 실내 온도를 낮춰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하거나 계몽운동을 펼침으로써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바로 이 때 요구되는 것이 구조적 해결책인 고효율 단열재다. 그 가운데서도 열의 유입이나 배출을 차단할 목적으로 쓰이는 건축용 단열재는 실내 냉난방 비용을 줄이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방법이다. 주로 열이 전도되기 어려운 재료나 구조를 이용해 바깥의 공기가 내부의 온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문제는 열전도를 낮추기 위한 벌집 구조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발포제(發泡劑)가 오존 파괴 물질로 알려진 CFC, HCFC계라는 점. 단열재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높은 난방비로 에너지를 소모하느냐, 난방비는 줄이되 비환경적인 단열재를 만들어내느냐는 선뜻 결정하기 힘든 문제다.

김우년 고려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고민에서 벗어나기 위해 ‘환경친화성 발포제를 이용한 폴리우레탄 단열재 제조’를 연구하고 있다. 폴리우레탄은 현존하는 단열재 중에는 단열 성능이 가장 뛰어난 축에 속해 건축용과 LNG저장탱크용, 열 배관 파이프용 등 고성능 산업용 단열재가 요구되는 곳에 많이 쓰이는 소재다.

특히 건축분야는 아직 친환경 단열재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나 현재의 추세라면 곧 규제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돼 김 교수의 연구는 선제적 대응 연구로서의 의미도 크다. 연구팀이 발포제로 사용하는 것은 물(H₂O)과 사이클로펜테인(cyclopentane)으로 환경에 무해한 소재들이다.

하지만 물과 사이클로펜테인은 기존의 CFC계열을 사용할 때보다 열전도도가 커서 단열 효과는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또한 발포 가스는 총 단열 성능의 절반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이 크다. 단열재의 두께를 보다 두껍게 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기존 단열재의 두께를 유지하면서 친환경적으로 고효율을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연구팀이 해결 방법으로 제시한 것은 먼저 단열재의 셀 크기를 줄여 열전도도를 낮추는 것. 연구팀은 촉매 역할을 하는 나노클레이(Nanoclay) 첨가제를 넣어 폴리우레탄 합성 시 기핵제로 작용하도록 해, 셀의 크기는 작고 개수는 늘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 고체인 나노클레이가 장기간 저장용으로 사용할 경우 침전돼 성능이 떨어지는 것을 대비해 같은 역할을 하는 액상첨가제도 함께 개발을 완료했다.
 

▲폴리우레탄 단열재가 들어가는 LNG저장탱크와 건축용 샌드위치 패널 ⓒ2011 HelloDD.com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현재 산업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기초 연구는 모두 완료한 상태며 국내는 물론 미국·중국에도 특허 등록을 마쳐 건축용 단열재에 대한 전 세계적 규제가 시행될 경우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김우년 교수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기존 에너지를 절약해서 쓰는 것도 중요하다"며 "에너지 절약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열재를 친환경적으로 만들어 사용함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감소에 기여할 할 수 있다"고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 다 같은 LED가 아니다…효율 높고 자연광에 가까운 고효율 LED조명 개발

전구의 1/8, 형광등의 1/2에 해당하는 적은 소비 전력, 형광등의 50~100배에 달하는 긴 수명, 반영구적 사용으로 폐기물 발생이 거의 없고 형광등과 같은 수은 가스를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인 것 등 LED(Light Emitting Diode:발광다이오드)의 장점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고비용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대중적으로 폭넓게 활용되지는 못하고 있을 뿐이다. LED의 기술개발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에너지효율을 높여 보다 적은 전기량으로 더욱 밝게 빛을 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연색지수(演色指數)를 높여 자연광에 가까운 색을 재현하는 것이다.

김성현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최근 이러한 LED 기술 개발의 과제들을 한 번에 해결하는 성과로 거두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게다가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고안한 제조 기술이 궁극적으로 생산 단가까지 낮출 수 있어 더욱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교수 연구팀은 우선 '나노 실리카(Nano-silica) 입자'를 이용해 LED에 사용되는 칩의 표면 요철을 더욱 작고 균일하게 제작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LED 칩의 표면은 파도 모양으로 요철을 줄 경우 굴절 원리에 따라 같은 양의 전기로 더욱 많은 빛을 발산할 수 있다.

기존에는 칩에 굴곡을 주는 패터닝(patterning) 과정에 가장 많이 쓰인 방법이 식각(蝕刻)이었으나 복잡한 제조 과정에 비해 원하는 모양을 내기는 어려웠다. 연구팀은 구슬 같은 아주 작은 나노 실리카 입자를 원심력을 이용해 칩 위에 균일하게 펼쳐 활용하는 ‘실리카 나노스피어 리소그래피 패터닝’ 기술로 공정을 간단하게 축소시킬 수 있었다.

매우 간단한 발상이지만 입자 크기가 작을수록 뭉치는 성향이 있어 실제로는 매우 난이도가 높은 연구라고 한다. 연구팀은 해당 기술을 통해 20~30% 가량 빛의 효율을 높였다. 또한 제조 과정을 간단히 함으로써 생산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산업적 효용이 더 높다. 현재 해당 기술은 특허등록을 완료, (주)에피밸리에서 기술 이전을 추진 중이며, 향후 LED조명은 물론 다른 반도체 전자부품의 제조 과정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실리카 나노입자를 이용한 LED ⓒ2011 HelloDD.com

연구팀이 개발한 다른 기술은 고체 레이저의 일종인 YAG(이트륨·알루미늄·가네트)와 발광 나노입자를 이용한 형광체로 연색지수를 높였다. 역시 ‘초음파 분무 열분해 공정’이라는 연구팀만의 기술을 적용해 작고 균일한 구형의 YAG입자를 만드는 것이 기술 개발의 핵심요소다. 김성현 교수는 "LED조명의 내구성을 높이는 패키징 기술 등을 통해 수명을 더욱 늘리는 방법도 연구 중"이라며 "또 LED조명의 장점을 이용한 다양한 응용연구를 진행해 산업 전반에 활용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 바다 냄새 물씬 나는 친환경 자동차가 있다?… 해조류+고분자 바이오 복합재료 이용한 자동차 내장재 개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서는 ‘바다냄새 물씬 나는’ 자동차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에너지연의 한성옥 박사 연구팀은 해조류와 고분자를 이용하는 바이오복합재료를 통해 기존보다 에너지 효율은 높이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40% 이상 저감할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형상의
바이오복합재료
ⓒ2011 HelloDD.com
재생자원을 활용한 친환경 소재, 자동차의 무게를 줄여 연비를 향상시킴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경량 소재는 기후변화와 환경보호를 위해 세계적으로 필수적으로 개발하고 사용을 확대해야 하는 소재가 되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성옥 박사 연구팀에서는 천연섬유를 이용하여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는 친환경 특성과 경량 특성을 가진 신소재를 개발했다.

천연섬유와 고분자를 이용하여 만들어진 바이오복합재료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40% 이상 저감하면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나 건축 산업에 많이 사용되고 있는 고분자복합재료는 대부분 유리섬유를 보강재로 사용하고 있는데 유리섬유는 인체에 유해하며 재활용이 어렵다. 때문에 각국에서는 유리 섬유 대신 천연섬유를 사용하는 바이오복합재료를 실용화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천연섬유는 유리섬유와 달리 기계에 대한 마모율도 적고 가벼워서 제조공정에서도 80%의 생산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으며 가격이 유리섬유의 약 1/4 정도여서 제작단가 역시 낮출 수 있다. 또 생분해성 소재를 고분자 매트릭스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바이오복합재료를 폐기할 때 100%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한 박사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마 섬유, 홍조류 섬유와 같은 천연섬유이다. 천연섬유는 성장 시에 광합성에 의한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있어 이산화탄소 저감 등 환경적 이점이 많으며 또한 친환경 및 경량소재로서 환경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섬유의 지름이 수 마이크론의 일정한 크기를 갖고 있는 홍조류 섬유는 결정성이 셀룰로오스 섬유와 유사하지만, 열적 특성은 더 우수하다. 특히 최근에는 기존의 바이오복합재료에 세라믹 기술을 접목시킨 유․무기 하이브리드 기술개발에 의해 난연성이 4배가량 높은 바이오복합재료를 제조하여 내장재로 사용될 경우 화재발생에 대한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천연섬유 보강 및 유리섬유 보강 복합재료 특성 비교 ⓒ2011 HelloDD.com

한성옥 박사는 "연구팀이 해조류를 보강재로, 고분자를 매트릭스로 이용해 개발한 복합재료는 기존의 유리섬유 강화 고분자 복합재료보다 무게를 30% 이상 줄일 수 있어 자동차 연비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며 "자동차 내장재는 물론 항공기와 열차 등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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