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연협회·지경위·중소기업청, '2010 산학연 희망플러스' 개최
산학연 협력 사업 참여한 교수·연구원·기업인 등 300여명 참석

"오늘 오픈이노베이션과 기업교류·융합 등 다양한 중소기업 활성화 방안들이 소개됐는데, 그것들이 성공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서로 간의 '신뢰'이지 않습니까? 그것을 위해 정부부처를 특허청과 공정거래위원회, 단 두 개만 빼놓고 다 없애면 기업 환경 다 잘 될 것 같습니다."

산·학·연·관 관계자들이 대규모로 집결, 중소기업 R&D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고 뜻을 모으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산학연협회(회장 김광선·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위원장 김영환), 중소기업청(청장 김동선)이 8일 오후 라마다서울호텔에서 '2010 산학연 희망플러스'를 개최했다.

산학연 희망플러스는 산학연 협력을 위한 교류증진과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중소기업 R&D 활동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산·학·연·관 R&D 분야 핵심주체들이 모여 중소기업 R&D 정책에 대한 비전과 의견을 공유하는데 의의가 있다.

행사는 1·2부로 나뉘어, 1부에서는 최석식 전 과기부차관(현 전북대 석좌교수) 등 산·학·연을 대표하는 전문가 3인의 주제발표와 7명의 패널토론으로 구성된 '산학연 정책포럼'이, 2부에서는 만찬과 금관 5중주 공연, 자유토론 등 '협력의 장' 행사가 진행됐다. 특히 이번 산학연 희망플러스에서 진행된 정책포럼은 올해 하반기에 산학연협회가 주관한 두 차례의 전문가 포럼의 쟁점사항들을 총정리하고,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로서 마련됐다.

패널토론에 참석하기도 한 김태일 중기청 기술혁신국장은 "현재 중기청에서 내년도 R&D사업을 개선하는 유형과 지침들을 개정하는 중"이라며 "오늘 포럼에서 나온 내용들을 잘 정리해 제도와 2011년 예산 사업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행사에는 산학연 협력사업에 참여한 교수, 연구원, 기업인 300여명이 빠짐없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다. 참석자들은 본 행사 전에 진행된 비전선포식에서 산학연협력을 통해 중소기업 혁신은 물론, 국가경제 발전의 주체가 되자고 뜻을 모았다.

◆ 산·학·연 대표자들의 주제발표…키워드는 '오픈이노베이션', '융합', '중소기업 R&D정책'

임대영 배재대학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정책포럼에서는 각각 산·학·연을 대표하는 3인의 전문가가 최근 중소기업 R&D 분야에서 가장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부분을 정리, 주제 발표를 맡았다.
 

▲(왼쪽부터) 최석식 교수, 양현봉 연구위원, 장준근 대표이사. ⓒ2010 HelloDD.com

첫 번째 발표에 나선 최석식 전북대 석좌교수는 '상생의 중심, 오픈이노베이션'을 주제로, 오픈이노베이션의 필요성과 추진방법을 발표했다. 먼저 최 교수는 '이노베이션'의 정의를 통해 "혁신은 경제발전에 기여하지 않으면 혁신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에는 연구, 개발, 혁신 등 세 개념을 혼동하고 있다"며 "과학은 연구의 대상이고, 기술은 개발의 대상이고, 혁신은 제품과 연결돼 있어 시장에서의 이윤으로 통하지 않으면 결코 혁신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이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개방형 혁신과 폐쇄형 혁신의 차이점을 나열했다. 그는 "내부의 자원만 활용하면 클로즈드이노베이션에 비해 오픈이노베이션은 내부와 외부의 자원을 모두 가리지 않고 활용하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며, "또한 최초의 상용화에 매달리는 폐쇄형과는 달리 개방형은 시장에 처음 시판하는 것보다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이윤창출'이라는 혁신의 조건에 더 잘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개발 비용의 절감, 연구개발의 불확실성 축소, 제품개발 소요기간의 단축 등 오픈이노베이션의 장점이 이윤의 극대화로 연결이 되기 때문에 오픈이노베이션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외부의 경쟁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자체개발에서 의미와 즐거움을 찾는 안이한 분위기나 외부 기관의 연구개발 성과에 대한 낮은 신뢰도 등이 오픈이노베이션의 저해요인이므로 이를 조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 교수는 오픈이노베이션의 구체적인 실천 방법도 참석자들에게 소개했다. 그는 먼저 "오픈이노베이션에는 사업모델 관점에서 출발하는 관점과 보유기술 관점에서 출발하는 관점 등 두 가지 접근법이 있다"며 "중요한 것은 이윤을 낼 수 있도록 연구와 개발, 생산, 판매를 잘 이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학과 연구소가 공존하는 혁신의 방법"이라며 "각 주체들의 역량과 정성, 책임, 신뢰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피력했다.

주제발표의 바통을 이어받은 사람은 양현봉 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양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융합화와 신사업창출 촉진방안'을 주제로 현재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처한 위기상황을 언급하고 유사한 위기를 넘긴 일본의 사례를 분석해 소개했다.

양 연구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 중의 50%는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이 증가하지 않거나 줄어들고 있는 상태로 멀지 않은 시일에 사장될 가능성이 큰 상태다. 임금과 땅값의 상승, IMF에 대한 여파로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아 성장잠재력이 저하됐으며, 경제양극화의 심화로 수출-내수 간 연계성이 약화돼 점점 더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는 일본이 1980년대 후반에 겪었던 것으로 일본은 이를 중소기업들의 융합을 통해 극복했다.

양 연구위원은 "일본은 사업분야를 달리하는 2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새로운 사업분야를 개척할 수 있도록 중앙과 지방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며 "융합을 통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의 개발에 대한 계획이 통과되면 50~80억의 신용보증은 물론 특허 출원료를 50% 할인해주는 등 다각도에서 파격적인 지원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현재 중소기업융합 관련 법이 계류 중인 상태"라고 설명하며 "먼저 기업간 융합 촉진을 위한 교류그룹 결성과 활성화를 지원해 주는 것에서 시작해 기업 간 신뢰를 쌓도로 하고, 이후 융합화 추진 자금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주제발표에 나선 장준근 나노엔텍 대표이사는 '국가R&D에 바란다'라는 제목으로 중소기업을 설립, 운영하면서 느낀 것들을 공유했다. 그는 본론에 앞서 "우리나라 R&D 투자의 양적팽창은 이미 선진국 수준이지만 중소기업들이 체감하는 부분은 적다"며 "특히 실제 성과로 이어졌는가 하는 효율성 부분에서 더욱 의문이 든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R&D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겠다"며 첫 번째로 한국형 미래 융복합산업에 대한 집중 육성을 강조했다.

장 대표는 "특히 중소기업들은 산업의 밸류체인에서 어느 곳을 담당해야 하는지 고민해 가장 잘하는 것만 하면 된다"며 "글로벌챔피언은 대기업에서 하고 중소기업은 글로벌 니치(Niche:틈새) 챔피언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위해선 R&D 투자예산의 진단과 평가 프로세스도 보다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며 "실제 R&D지원사업에 참여해보면 사업 선정 후 4달 후 지원이 시작되는데 종료 2개월 전에 보고서를 내야 해서 실제 일할 시간은 6개월 밖에 안되는 형태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가 하나 더 중요하게 거론한 것은 국가R&D 인력 양성과 활용성 강화. 그는 "교과부 R&D에서 인력양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22%인데 매우 작은 것 같다"며 "기업에 직접적인 자금 지원보다는 기업에서 일하는데 필요한 인재들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의미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역설했다. 또 그는 마지막으로 국가에서 해야 할 것으로 '신기술 사업의 유연성·수용성을 만들어주는 것'을 꼽으며 "기술이 제품으로, 서비스로, 문화로 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 패널토론에서도 다양한 의견 이어져 "특허청·공정위만 빼고 정부부처 다 없어지면 오픈이노베이션 가능치 않을까?"
 

▲패널토론에 참여한 토론자들. ⓒ2010 HelloDD.com

주제발표 후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도 산·학·연·관·언 관계자들 7인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김광선 산학연협회 회장은 "산학연협회도 내년 사업에 산·학·연 연계형 사업 예산을 더 늘려야 할 것 같다"며 "또한 산학연 협력사업에서도 밸류체인을 강조하고 그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해 기업에 R&D 과제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이제는 산학연 협력 시스템도 탑다운(top-down) 방식이 아니라 바톰업(bottom-up) 방식으로 가야한다"며 "산학연의 객체들을 관리하기 보다는 최대한 장점을 살려 합치는 것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발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나경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은 "출연연도 중소기업 기술지원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며 "더 많은 협력이 잘 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산학연의 중요한 축으로서 보다 기업에 다가가서 잘하겠다"고 강조했다.

노선봉 (주)우리기술 대표이사는 "중소기업의 저성장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고 그 중에는 중소기업에서 변화하고 해결해야 하는 것도 있겠지만 인적자원에 대한 부분은 중소기업 스스로 해결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노 대표는 이어 "예전에는 대기업에서 대규모로 신규인원을 채용,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4~5년 후 중소기업으로 옮기는 추세였지만 최근엔 반대로 중소기업에서 경력을 쌓아 대기업으로 이직하고 있어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며 "산학연 사업에서 중소기업에 우수한 인재를 체계적으로 지원해 줬으면 좋겠다"고 역설했다.

이원묵 한밭대학교 총장은 "현재는 대학이 교육중심대학과 연구중심대학으로 나뉘어 있지만 산학협력 중심대학도 만들어서 정착된다면 대한민국의 신 산·학 모델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현장중심의 기업이 참여하는 실습 위주 교육을 통해 기업에 바로 활용될 수 있는 인력양성, 현장에 필요한 상품을 만들어내는 연구진행 등을 할 수 있는 대학모델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피력했다.

김태일 중기청 기술혁신국장은 "정부R&D의 개발목표가 워킹프로토타입 샘플을 만드는 것으로 설정돼 있는데 그렇다보니 이후 신뢰성과 시장성을 확보하는 부분은 기업의 몫으로 남게 돼 기술개발이 상용화까지 가는 경우가 적은 것 같다"며 "현재 사업화 성공률을 개선하기 위해 상용화R&D 예산을 2015년까지 전체예산의 30%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김 국장은 이어 "중소기업은 R&D지원을 전문으로 하는 파트너가 매우 필요한데 현재 대학에 비해 출연연의 참여도 극히 미미하다"며 "출연연이 너무 연구자체에 집중하지 말고, 미래 원천기술 개발 못지 않게 3년내 상용화 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통해 중소기업의 R&D를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은 "각종 포럼을 가보면 우리나라는 항상 제도와 법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미국의 사례를 보면 오픈이노베이션법, 융합법, 중소기업발전법 없이도 시장경제 활성화 되고 창업 많이 되고 다 잘되고 있다"며 "이유는 미국은 지식재산권법이 가장 강하고, 공정거래위원회 위상이 센 곳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안 위원은 "지식재산권이 철저히 보호되면 자연스럽게 신뢰가 쌓여 오픈이노베이션이 잘되고, 공정경쟁을 통해 산학협력도 잘 이루어 진다"며 "대한민국 부처 다 없애고 특허청과 공쟁거래위원회만 남기자는 말은 즉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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