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전문기업 2-②]중소기업 직원들의 직장생활 체험기
"비전 품고, 자기 계발하면서 삶을 주도하는 전문기업에 대만족"

'왜 중소기업에서 일하십니까?' 중소기업 직원들에게 물었다.

한국 산업발전의 주역 중소벤처기업인들. 우리나라를 단기간 내에 기술산업 선두권 국가로 부상시킨 영웅들이다. 이들은 대기업에서 누릴 수 없는 주도적인 직장생활을 무기로 실질적인 기업성장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세계 기술시장에서 우리나라를 상위권으로 랭크시켜 놓는 주춧돌 역할을 해내고 있다.

'전문기업 육성만이 살길이다'라는 국가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가는 가운데 규모로 구별되는 중소기업의 인식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항상 안타까운 현실이다. 벤처기업 직원들 입장에서는 과거 외형적 성장 시대를 넘어 부가가치가 높은 질적 산업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벤처현장의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잘못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루고 있다. 과연 중소기업 직원들은 자신의 직장생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 현장의 이야기들을 가감없이 공유한다.

◆ 대기업서 IT벤처기업 이직 3년차 30세 여성…"주도적 존재감에 대만족"

2008년 9월 대기업에서 IT벤처기업으로 직장을 옮겼다. 이제 중소기업 3년차다. 대기업에 있었을 때는 시키는 일만 했다. 수백명 중에 단 한사람에 불과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나의 존재는 없었다. 중소기업으로 결정하게 된 핵심 배경이다. 당시 130명 규모의 작은 회사였지만 중소기업으로 이직하니 뭔가 달랐다. 내가 움직이기 전에 기업이 나에게 어떤 비전을 줄 수 있는지 먼저 제안했다. 매력을 느꼈다. 권한도 생기고, 예산 범위 내에서 프로젝트를 야심차게 진행할 수 있었다. PM이 될 수 있었다. 처음부터 기획을 하고 진행까지 모든 권한이 부여됐다. 일 진행은 물론 힘들었지만 너무 보람되고 재미있다.

대기업에서는 꼬박 꼬박 월급을 받고 중소기업 보다 많이 받았지만 보람차진 않았다. 종종 대학생을 만나면 진로상담을 해준다. 나처럼 대기업에 있다가 중소기업 경험자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어 한다. 그들에게 첫 직장으로서 대기업도 중요한데 대기업이 전부가 아님을 꼭 이야기 해준다. 왜냐하면 대기업에서는 허수아비, 꼭두각시였으나 중소기업에서는 나도 몰랐던 능력을 계발할 수 있고 자신감·자부심을 느끼며 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대기업으로 돌아가라고 하면 못갈 것 같다. 그 프로세스에 못맞춘다. 실무자의 의견은 무시되고, 상사의 의견만 의견이 된다. 내가 의견을 냈다손 치더라도 상사가 의견을 가로챈다. 절차가 너무 많다. 중소기업에서는 중간 단계가 빠지다 보니 바로 대표이사에 의사전달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쉽게 통한다. 대표와의 간담회 시간도 있고, 대표이사가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 있기에 많은 대화가 오고 간다. 사장이 직원의 일거수 일투족을 알고 동기부여를 해준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왔지만 또 지역도 서울에서 대전으로 바뀌었다. 생전 와보지 않은 곳이었다. 회사만 보고 왔다. 결론적으로 대만족이다. 점수로 따지면 95점이다.(솔직히 월급은 대기업 보다 작다.) 중소기업이었기에 나의 비전이 생겼고, 당장 회사를 나가서도 다양한 경험을 했기에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회사 돈으로 간접 사회경험을 해본 것이다. 요즘 대기업 다니는 주변 지인들도 중소기업행을 택하고 있다. 대기업에만 다니면 피만 쏙쏙 빨아 먹힐 것 같다더라. 중소기업은 의리가 있고 내사람이 있다. 대기업은 개인주의가 만연하다. 필요없으면 언제든 내쳐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특히 자리 높아지고 나이 들수록 더 강하게 그 불안감이 증폭된다. 나는 지금 전혀 그렇지 않다.

◆나를 믿어준 회사…"코스닥 상장업무 전담하고 성공한 순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바이오기업인 지금 회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약 14년 전인 1996년 11월이다. 대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공인회계사(CPA) 시험에 낙방하며 약 6개월을 백수로 보냈다. 대기업 몇 군데에 입사지원서를 넣어 보았지만 서류전형 또는 면접에서 몇 번 고배를 마셨다. 눈높이를 낮춰 지도교수에게 대전지역 괜찮은 중소기업을 소개시켜 달라고 했다. 얼마 후 지금의 회사를 추천받았다. 면접 후 즉시 입사 승낙을 받고 우리회사 공채 1기라는 명예를 덤으로 얻으며 신입사원 시절을 시작했다. 당시 처음으로 받은 월급이 100만원이 되지 않는 박봉이었지만 꿈과 희망이 있었다. 직원 한명한명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기업 대표의 애정과 직원간의 인간관계는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워 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입사 후 약 3년 정도는 정말 힘든 시기였다. 그때 회사는 법인전환 후 회사의 체계를 잡아가던 시기로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았다. 기본 퇴근시간 보다 밤 10시에 퇴근하는 횟수가 많았고 휴일에도 나와 일을 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회사를 다니면서 그만두겠다고 생각했던 횟수의 99%가 바로 그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긴 어둠의 터널 끝자락에는 반드시 한줄기 빛이 보이듯이, 2000년 1월 2일부로 과장으로 승진하며 회사에 대한 믿음과 새로운 동기부여의 계기가 되었다.

2000년대 접어들면서 소위 잘나가는 중소기업들은 코스닥에 상장하는 것을 최고의 목표로 하던 시기가 있었다. 우리 회사도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코스닥 상장을 위한 준비작업에 착수하게 되었는데 그 업무가 나에게 배정되었다. 나를 인정해 준다는 뿌듯함과 함께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두려움이 교차했다. 합병, 무상감자, 액면분할, 주식분산, 회계감사 등 책에서나 보던 업무들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고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등록예비심사청구서를 작성하고 과거 5년치에 대한 자료들을 준비하며 개인적으로도 많은 경험과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2003년 7월 8일 아침에 걸려온 한 통화의 전화는 평생 잊혀지지 않을 뿐더러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겪었던 순간 가운데 최고의 순간이다. 상대방의 통화내용을 경청하던 나는 잠시 후 얼굴이 상기되고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외쳤다. "사장님 코스닥 상장이 승인되었답니다. 우리가 통과했습니다." 그 순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던가! 마치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뻤고 우리회사가 우리나라 최고의 회사가 된 것처럼 느껴졌다.

중소기업의 가장 큰 매력은 빠른 의사결정과 개인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많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열정과 노력으로 무엇인가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엄청난 동기부여와 성장을 가져오기 때문에 야망과 능력이 있는 인재들이 중소기업에 많이 진출하기를 개인적으로 기대해 본다.

◆대기업 20년 경험서 느끼지 못한 진한 감동…"정년없이 일하는 행복 크다"

대기업(2곳)에서 20년동안 근무하다 지금 근무하는 기업 대표의 제의로 중소기업에 오게됐다. 직원 40~50명에 매출은 150억원 정도. 처음오니 사실 모든게 열악했다. 직원들도 대부분 대기업 근무 경험이 없었다. 외국바이어 응대, 거래선과의 관계 유지, 회계 관리 등 모든게 어수선했다. 오자마자 업무 매뉴얼을 작성하고 시스템화 했다. 작은만큼 회사가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

대기업에서도 관리 업무를 했지만 중소기업에서는 내가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서 회사가 변화되는 모습을 바로바로 느낄 수 있어 보람이 컸다. 예전에는 열심히 일해도 일부분으로 성과가 쉽게 나타나지 않았는데 중소기업은 열심히 일하면 일하는대로 금방 눈에 보였다. 또 회사 업무를 두루두루 경험하면서 기업 운영의 묘미도 배웠다. 

회사가 안정을 찾자 실적도 수직 상승했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나 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다양한 기회가 주어졌다. 직원들이 자신감을 찾아갔고 업무에 더욱 집중했다. 대기업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감동이 밀려왔다. 급여는 당연히 대기업보다 많지 않다. 그러나 대기업에 있었다면 조기퇴직 신세를 면치 못했을텐데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할 수 있어 행복하다. 후배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중소기업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고 회사가 성장하는 만큼 자신도 동반 성장할 수 있고 기회도 찾아온다고.

◆ "중소기업, 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

2008년에 입사해 올해로 2년차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어느 정도 일이 능숙해지니 보람도 커졌다. 처음에는 막막했었다. 이 회사에 들어와서 장가나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다. 내가 과연 이 회사에서 더 클 수 있을지도 당시에는 미지수였다. 일에 적응하고부터는 생각이 달라졌다. 중소기업을 다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나와 회사의 발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점이다. 단순히 규모가 커지는 것 보다 내실을 다져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그 안에서 나 역시 커져 가는 걸 볼 수 있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내가 주도적으로 계획할 수 있다는 점도 대기업과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위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그저 하라는 대로만 하는 경우가 많아 쉽게 지쳐갔다. 우리 회사는 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주고 있다. 소통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의 경우 의견수렴의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하다. 중소기업은 그런 게 없다.

소통을 위한 프로세스가 간단해 내 의견이 바로 바로 적용될 수 있다. 지금은 만족스럽게 내 비전을 세워가며 일을 즐겁게 해나가고 있다. 직원 교육에 대한 부분도 많이 신경쓰는 것 같다. '무엇때문에 우리가 일을 하는가'에 대한 동기부여를 위해 책이나 원격 교육 등 직원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물론 기업 차원에서도 좋은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필수 절차이지만, 우리 역시 그런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대기업 보다 일 많아 힘들지만 일처리 능력 향상…"타기업 동료들이 놀래요"

어패럴 쪽에서 온라인 메인 MD로 약 3년간 일을 해왔다. 첫 회사로 선택하기에 약 100여명의 사원이 있는 중소기업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작은 기업도 아닌데 월차, 연차, 인센티브 등이 없어 근무하며 속상하고 지칠 때도 있다. 어패럴 계열은 누구나가 다 알듯 일하는 것에 비해 임금이 적은 곳이다. 옷의 부피가 커 물류창고에서 일도 해야 하고 실제로 옷감을 만져봐야 해서 먼지 속에서 일을 하는 일도 다수다. 원래 노동이 많은 직업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우리 기업은 대기업보다 수당도 많이 적다. 오너 마음대로 임금을 조정해 수당을 이래저래 쪼개고 있어 기본급도 낮아 아르바이트와 다를 바가 없을 정도다.

대기업은 일을 세분화시켜 진행하고 있어 체계가 잡혀있지만 중소기업은 사람이 자주 들락날락 하기 때문에 멀티플레이어로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몸은 힘들지만 어떤 의미에서 신입이 얻어갈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다른 기업의 MD와 미팅을 할 때 3년차인 내가 메인 MD라고 소개하면 사람들이 놀랜다. 타 기업에선 2-3년차가 서브 MD일을 맞고 5년차 이상이 돼야지만 메인MD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나의 일처리 능력을 보고 타 기업 사람들은 5년차처럼 일하는 것 같다고 한다. 그만큼 짧은 시간에 실력이 많이 향상됐다는 점에 감사하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점은 멀티플레이어로 일하는 것에 사람들이 버티지 못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2~3년 차가 되면 그만 두는 사람들이 많아 기업도 사람도 서로 힘들어한다. 기업과 사람이 하는 고민을 서로 만족시켜줄 수 있는 해결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대덕넷 특별취재팀 = 김요셉·길애경·임은희·김지영 기자(joesmy@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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