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전문기업이다 1-③]이름변경 찬성 80.27% 반대 12.73%
"이제는 '전문기업'으로 바꿔야 한다"

"중소기업이란 이름은 분명 잘못됐습니다. 한국 전쟁이후 경제회복과 지원을 위해 구분한 이름입니다. 지금은 21세기이고요. 이름으로 인해 현장에서 받는 피해를 생각해 보셨습니까?" 대덕넷이 11월 중순무렵부터 시작한 '이제는 전문기업이다' 오프라인 설문장에서 중소기업인들이 폭포수처럼 쏟아낸 반응이다. 온라인 설문결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체 205명의 응답자 중 80.27%에 해당하는 164.5명이 이름의 잘못됨을 지적했다. 이에비해 중소기업이란 명칭에 만족한다는 답변은 12.73%인 26명에 불과했으며 잘 모르겠다는 의견은 7%인 14.3명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인 10명중 8명 이상은 이름 변경을 희망하는 셈이다.

◆해방이후 경제상황에 따라 지어진 이름의 굴레, 족쇄가 되다

중소기업이란 용어가 처음 시작된것은 일본경제신문사에 따르면 1945년 이후부터다. 중소상공업이란 일본식 발음이 어렵다는 의견이 많아지면서 중소기업이란 단어를 선택했다. 우리나라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우리나라에 중소기업이 본격적으로 탄생하기 시작한 것은 해방 이후.

1950년 전후 이승만 정부시기 악화된 경제상황 속에서 부족한 공급을 메우기 위해 중소기업 설립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규모로 구분한 1백명 미만의 중소기업체수는 1952년말 3062개에서 1955년에는 8386개로 1960년에는 1만4839개로 급속히 늘었다. 이 시기는 소자본으로도 쉽게 중소기업을 설립할 수 있었다. 모든게 절대 부족한 상황속에서 이들의 생산품은 당연히 생활필수품이 주류를 이뤘다.

소자본으로 설립된 이들 기업들 대부분 근무환경이 열악하고 낮은 임금으로 영세했다. 근무자도 대기업에 고용되지 않은 노년층과 부녀자, 농촌 부업자 등이었으며 단순작업으로 생활필수품 등을 생산했다. 일부 영세한 중소기업들이 기업가 정신을 외면하고 임금체불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면서 언론에 보도되는 이들의 이미지는 더욱 나빠졌다. 심지어 중학교 3학년 사회 교과서에 소개된 중소기업의 폐수 방류 사례는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을 잘못하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사회 분위기부터 중소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줬고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왜곡시켰다.

◆첨단 기술 시대에도 여전한 규모 구분으로 중기인들 울분

이후 중소기업에 대한 정의는 정책방향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지만 종업원수와 자산총액, 매출액 등 규모로 구분하는 규정은 여전하다. 현재 중소기업이라는 용어는 종업원수 300인 미만이란 규모가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다. 기술력이나 해외 진출 등 기업의 특징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단지 규모로 구분한다.

산업초기 1960년대 수출주도정책 1970년대 중화학공업육성정책 등 정부의 지원이 대기업에 유리하게 적용됐다. 일본이나 대만에 비해 한국 중소기업들의 경제 기여 역할은 축소됐다. 결국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위축되면서 한국 경제가 빨간불이 들어왔다. 정부는 균형발전을 위해 중소기업 지원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것을 표방하며 각종 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규모에 의한 구분은 여전했다.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이런 구분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으나 행정적 편의를 위해 구분된 규정은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인들은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우리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규모에 의한 구분으로 수출은 물론 세계시장 진출에도 족쇄가 되고 있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번 설문에서 '인원을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이 지식시대에도 타당한 기준이라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72.68%(149명)의 응답자가 '다른 구분법이 필요하다'라는 답을 선택했다. 반면 '모르겠다'와 '그렇다'의 비율은 12.68%(26명), 10.24%(21명)에 그쳤다.

또 '현재가 아니더라도 미래의 히든챔피언을 지향하냐'는 질문에 기업인들의 81. 46%인 167명이 '그렇다'고 답했으며, '지금 그대로가 좋다'와 '잘 모르겠다'라는 답은 각각 9.76%(20명) 8.78%(18명)의 기업인들이 선택했다. 히든챔피언이란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각 분야의 세계시장을 지배하는 우량 기업을 가리키는 말이다.

대덕넷 특별취재팀 = 김요셉·길애경·임은희·김지영 기자(joesmy@HelloD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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