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없는 과학 국감 비판…교과위 공식질의 없이 정회
여야 의원들, 科技 콘트롤타워 문제점 초점 정책자료 발표

6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교육과학기술부 국정감사장에는 과학기술은 없었다. 과학기술 국정감사가 또 교육과 정치적 이슈에 묻히고 말았다. 과학기술 분야를 다룰 예정이었던 이날 과학기술 현안 질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여야 간 '교육문제'를 둘러싼 고성이 오가며 지난 5일에 이어 이틀째 파행했다. 상지대 관련 이우근 사학분쟁조정위원장에 대한 증인채택 문제로 여야간 충돌이 계속되자 변재일 교과위 위원장은 오전 11시 경 국정감사 중단을 선언했다.

이주호 교과부 장관을 비롯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장들도 일제히 자리를 떴다. 연구기관장과 과학기술계 관계자들은 정치적 이슈에 휘말려 자칫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운영문제 등 과학기술계 현안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우려했다. 정회가 선포되면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과학 없는 과학 국감'이란 지적이 쏟아졌다.

국감장에 참석한 한 연구기관장은 "과학국감에 왜 교육 주제가 불거졌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하며 의미 없는 과학 국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작년 과학기술 분야 교과부 국감도 정치적 이슈가 제기돼 파행을 겪은 바 있다. 그런 가운데 여야 일부 의원들이 현 과학기술 정부부처 문제와 만족도 조사 등 과학기술 콘트롤타워 관련 정책자료들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 각 부처간 업무 중첩 '심각'…같은 R&D사업 6~8개 부처에서 진행

평균 6~8개 부처가 같은 사업을 진행하는 등 각 부처간 업무 중첩의 심각성에 대한 지적과 함께 업무협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문이 제기됐다. 김세연 한나라당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 지능형 로봇 개발, 해양바이오 연구 등 과학기술분야 업무 중복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신재생에너지 R&D 추진전략은 교과부와 지경부, 국토부를 비롯해 8개부처가 진행하고 있었으며 지능형 로봇 개발 역시 교과부와 지경부, 복지부, 방위사업청을 비롯해 특허청 등 8개 기관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신약개발 및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 부문은 지경부, 기재부, 중소기업청 등 6개부처와 2개청, 해양바이오 연구개발 활성화 대책은 교과부와 지경부, 기재부 등 6개부처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줄기세포 연구 활성화 방안과 R&D투자 5개부처, 유전자변형생물체(LMO)위해성 안전관리 7개부처, 이공계인력 육성·지원 기본계획 추진은 6개부처 2개청 등 부처간 소통 부재에서 오는 업무 중첩 현황이 낱낱이 집계됐다.

이에 대해 김세연 의원은 "과학기술분야는 부처간 협의가 많은게 기본인데 교과부에서 제출한 자료에는 부처간 협의내역이 없다는 무성의한 답변이 왔다"면서 "과학기술에 대한 무신경과 홀대를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주호 장관이 취임직후 과학기술인들과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것부터 시작했듯이 변함없는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 교과부 과학기술계 보직자들 수명 10개월?

교과부 내 과학기술 관련 25개 주요 보직을 거쳐간 공무원들의 평균 보직기간이 9.8개월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보직을 거쳐간 77명의 공무원들이 근무한 총 개월 수는 755개월로, 평균 9.8개월간 근무한 것으로 집계됐다. 교과부 과학기술계 담당 부서에서 평균 재임 기간이 가장 길었던 곳은 과학기술정책실장과 과학기술전략과장, 원자력정책과장으로 평균 15.5개월 근무했다. 평균 재임 기간이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난 보직은 거대과학정책과장으로 평균 5개월이었다.

최근 9월에 보임한 공무원을 제외하고 가장 오래 근무한 공무원은 지난 2007년 1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근무한 과학기술정보과장으로 28개월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장 짧게 근무한 공무원은 지난 해 5월부터 8월까지 근무한 거대과학정책과장으로 3개월 근무하고 바로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보직이동이 가장 많았던 곳은 원자력국장, 과학기술정책과장, 거대과학기반과장, 연구정책과장, 기초연구지원과장, 원자력방제과장 등으로 각각 4명이 거쳐간 것으로 분석됐다.

이상민 의원은 "보통 새로운 보직에 발령받게 되면 인수인계부터 업무파악하는데만도 수 개월이 걸리고, 제대로 업무를 펼칠 수 있으려면 적어도 통상 6개월 후부터라고 볼 수 있다"며 "과학기술 관련 부서의 전문성과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서라도 신중한 인사 정책이 이뤄져야 한다. 과학기술계 부서 보직기관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 출연연 연구자 74.6% 'MB 정부 과학정책 불신'

이명박 정부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일선 연구자들의 불신이 심각한 수준임이 확인됐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은 출연연 연구자들 74.6%가 이명박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에 대해 미흡하다는 설문결과를 발표했다. 권 의원실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기초기술연구회 소속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 13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다. 권 의원실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과학기술 정책에 부정적 답변이 74.6%, 긍정적 답변은 21.7%다. 또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된 것에 대한 평가는 3년이 흘렀음에도 78.3%가 '전혀 긍정적이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대한 반응은 기대가 56.6%, 우려는 41.3%로 나타났다. 출연연 연구자들 가운데 51.4%는 기회가 온다면 이민 또는 대학으로 이직하겠다고 응답했으며 기회가 오더라도 남겠다는 응답은 26.1%로 국가 과학기술 정책에 대한 불신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 과학기술계 국감 시즌 '돌입'…교과위·지경위 산하 기관 감사 22일까지 진행

6일 교육과학기술부를 시작으로 22일까지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와 지식경제위원회 산하 125개 기관이 감사를 받게 될 예정이다. 지경위는 14일 산업기술연구회,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전기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세라믹기술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 8개 기관의 국감을 국회에서 진행한다.

기초기술연구회(이사장 민동필)와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해양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국가핵융합연구소, 국가수리과학연구소, 극지연구소 등 14개 기관의 국정감사가 18일 오전 10시 KAIST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19일 오전 10시부터는 광주과학기술원, 대구경북과학기술원, KAIST, 고등과학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KIRD(연구개발인력교육원), 한국과학창의재단, 한국연구재단, KINS(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한국원자력의학원,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UST, 과학기술인공제회 등 14개 기관의 감사가 KAIST에서 열린다.

교과위 감사반에는 감사위원 총 21인과 사무보조사 43인 등 총 64인으로 편성됐다. 변재일 위원장이 감사반장을 맡았으며, 한나라당에서는 서상기, 권영진, 김선동, 김세연, 박보환, 박영아, 배은희, 임해규, 정두언, 조전혁, 주광덕, 황우여 위원 등 12명이 참석했다. 야당에서는 민주당 안민석, 김상희, 김영진, 김유정, 김춘진 위원 등 5명과 비교섭단체에 속해 있는 이상민, 권영길, 유성엽 위원 등이 포함됐다. 지경위 감사반장은 김영환 위원장이 맡았으며, 한나라당에서는 김재경, 권성동, 김성회, 김정훈, 김태환, 박민식, 박진, 이명규, 이상권, 이종혁, 이화수, 정태근, 홍일표 위원 등 13명이, 민주당에서는 위원장을 포함해 조경태, 강창일, 김재균, 김진표, 노영민, 조정식 위원 등 7명이 참여한다. 비교섭단체에서는 강용석, 김낙성, 정영희, 최연희 위원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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