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열리는 ICM, 수학 강국 위한 한국에 기회

"과학과 산업이 발달하면서 수학의 역할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영역을 연구하고 신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수학적 원리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수학을 여전히 어려워합니다. 대중에게 친숙한 수학이 될 수 있도록 수학자들이 적극 홍보해야 합니다." 수학 대중화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세계 수학 거장들의 조언이다. 지난 16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의 개소 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맥스 건즈버그(max Gunzburger) 교수, 마쿠스 겔(Markus Keel) IMA 부소장, 히사시 오카모토(Hisashi Okamoto) RIMS 부소장 등 미국과 일본의 수학 거장들을 만났다.

융합의 시대, 수학자의 역할 빠르게 늘어

최근 미국의 버락 오마마 대통령이 수학과 과학 교육 향상을 위해 기업과 함께하는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최대의 자선재단인 '빌 게이츠 앤드 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뉴욕의 '카네기재단'도 함께 참여하겠다고 밝히며 수학 교육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맥스 건즈버그 플로리다 주립대학 교수는 "이전에는 기초와 응용 수학이 분리돼 각각의 연구를 주장했지만 1990년대 이후 서로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양쪽의 경계가 무너졌다"고 설명하면서 "과학과 산업계에서도 수학의 필요성이 점점 늘고 있다.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같이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수학자들이 여전히 과학과 산업, 정책 분야에서 일하는 인원이 많지않다"면서 "수학자들이 다른 분야와 함께 할 수 있도록 좀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쿠스 겔 부소장 역시 산업이 발달하면서 수학이 참여해야할 부분이 많아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에 따르면 산업이 발달하면서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데이터의 양. 이를 처리하기위해 무엇보다 필요한것은 수학이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는데 우선 필요한 것은 수학적 원리입니다. 또 재료에 대한 연구나 제품 생산시 모델을 만들게 되는데 여기서도 수학이 우선돼야 합니다." 마쿠스 겔 부소장은 따르면 미국에서는 IMA에서 이런 상관관계를 제안했고 실제 재료 공학 부분에서 많은 공을 세웠다. 최근에는 생물 공학 분야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11년에는 정보의 속성과 수학과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정보 수학 분야에 주력할 예정이다.

오카모토 부소장은 "일본도 20세기 초반이 순수 수학의 위기였다. 이는 순수 수학자들이 확신 없이 순수 수학을 보호하려는 태도에서 비롯됐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수학이 다양한 분야에 이용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순수와 응용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고 말했다.

수학 인재 양성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야

수학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수학을 공부하는 학생은 점점 줄고 있다. 이는 어느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겪고 있는 상황이다. 수학 거장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치원시기부터 수학을 좋아하도록 지도하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도 지속적으로 교육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들에 따르면 초등학교 6학년까지 여학생이 수학을 잘하는데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여학생들이 수학에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국 수학을 외면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문화적으로 수학을 잘하는 여학생과 사귀지 말라는 유언비어까지 돌고 있단다.

마쿠스 겔 부소장은 "여성이 수학을 싫어한다고 그대로 두면 수학인재가 될 수 있는 절반을 잃는 것이다"면서 "수학의 필요성이 늘고 있는만큼 여학생들이 수학을 좋아하고 전공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카모토 부소장은 "교토 대학에서는 올바른 수학 교육을 위해 연구에 목매지 않도록 논문만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학생들이 생각을 많이 하고 다르게 볼 수 있도록 시간을 많이 준다"고 예로 들며 설명했다. 맥스 건즈버그 교수는 "교사들이 수학을 잘 모르고 좋아하지 않으면서 아이들도 수학과 멀어지게 한다"면서 "대학에서 방학을 이용해 교사들을 연수시켜 학생들에게 지도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고 제안했다.

한국의 수학 위상, 2014년 ICM 적극 활용, 수학자 역할 중요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수학에 대한 위상은 얼마나 될까. 국제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매년 3, 4위의 성적을 거두며 한국의 수학 위상을 높이고 있지만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역할은 여전히 미미한 편이다. 맥스 건즈버그 교수는 "나는 한국에 7번째 왔기 때문에 한국의 수학에 대해 좀 알지만 다른 사람들은 한국의 수학에 대해 잘 모른다"고 지적하면서 "2014년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수학자대회(ICM, International Congress of Mathematicians)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학자들의 좀더 적극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에 따르면 외부나 정부에 수학의 필요성을 어필하고 한국의 수학이 국외적으로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또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수학자들이 발로 뛰어야 한다.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활동도 필요하다. 일반 대중이 알 수 있도록 수학이 뭐하는 학문인지 수학자가 뭐하는지 사람인지 적극 홍보해야 한다.

마쿠스 겔 부소장은 미국은 IMA와 같은 6기관이 정부 수학부서의 지원을 받고 있다. 그중 4곳이 응용수학을 연구한다. 이들은 생물수학, 통계학, 응용수학 분야의 지원금을 받는다며 앞으로 더 늘릴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마쿠스 겔 부소장은 "수학자는 복잡한 것을 간단하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다. 과학자들도 문제를 빠르게 인식하기 위해서는 수학을 먼저 해야 한다"면서 "수학자들은 대부분 겸손한 편인데 이는 잘못됐다. 자신들의 역할을 보다 역동적으로 알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뇌 연구도 수학을 응용하는 것이다. 수학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도 문제를 던져 주고 이들이 이를 해결하며 즐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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