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청·산학연협회, '융합기술과 산학연협력' 주제 전문가 포럼 개최
10인의 전문가 ‘산업융합’과 ‘제도개선’의 중요성 한 목소리

"기술적인 융합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되는 이유는 시장에 그것을 내놓을 수 없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트럭에 지게차를 넣었더니 이게 자동차인지 중장비인지 결정을 못해서 쓸 수 없는 경우가 생기고, 휴대폰에 당뇨기기를 넣으면 이게 통신기기인지 의료기기인지 구분하지 못해 판매허가를 안 해주기도 합니다. 진정한 융합제품이 나오려면 시장부분에서의 제도적인 융합, 시스템적인 부분도 만들어져야 합니다."

중소기업청(청장 김동선)과 한국산학연협회(회장 김광선·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는 3일 오후 COEX에서 산학연 전문가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2회 산학연 전문가 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융합기술혁신을 위한 산학연협력 활성화 방안'. 융합기술은 최근 과학기술계와 산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 중 하나로, 애플사의 휴대폰과 PC의 융합제품인 '아이폰'의 엄청난 성공으로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분야다. 하지만 융합기술은 두 개 이상의 각기 다른 객체가 함께 해야 한다는 점에서 기술개발 자체의 어려움이 있고, 실제 융합기술이 상용화 단계로 접어들 때 여러 가지 제도상의 제약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거나 제품화 자체가 좌절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번 포럼은 산업간 융합의 흐름과 중요성을 파악하고, 중기청과 산학연협회가 중소기업의 미래 경쟁력 확보를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주제발표와 패널토론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주제발표에서는 장석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센터 소장과 성태경 전주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이낙규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융합생산기술연구부장 등 3인이 각각 '산업융합의 전략과 과제', '산학협력 활성화 방안', '정부의 역할' 등에 대해 발표했다. 패널토론에는 나경환 생산기술연구원장을 좌장으로, 3인의 주제발표자들을 포함, 김태일 중소기업청 기술혁신국장, 김광선 한국산학연협회장, 박방주 한국과학기자협회장, 박유근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연구개발본부장, 안진호 한양대학교 교수, 장준근 나노엔텍 대표 등 총 10인이 참석해 주제에 대한 열띤 토론을 펼쳤다.

중기청과 산학연협회는 이러한 산학연 전문가 포럼을 통해 그간 기술융합 중심으로 추진되어온 정부의 지원전략에서 탈피, 산학연 협력을 바탕으로 기술·제품·시장을 포괄하는 융합추진전략으로 전환하는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기청은 산학연 전문가들을 씽크탱크(Think Tank)로 활용해 제도개선과 정책수립에 반영하기 위해 포럼을 지속적으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특히 오는 11월에는 '산학연 협력 정책포럼'을 개최해 올해 하반기에 열린 두 차례의 전문가 포럼의 쟁점사항들을 총정리하고, 실제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주제발표, '스마트폰·IPTV, 우리도 기술 있었지만 실행 늦은 이유는?'

▲(왼쪽부터) 장석인 소장, 성태경 교수, 이낙규 부장. ⓒ2010 HelloDD.com
주제발표는 장석인 소장의 ‘뉴 노멀(New Normal) 시대, 산업융합 전략과 과제’ 발표를 통해 시작됐다. 장석인 소장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기술은 우리도 있었지만 실행에서 늦었다"며 "애플사가 우리보다 먼저 시장의 니즈(Needs)가 복합적이고 융합적이라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 소장은 이어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술은 있어도 융합제품 개발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현재 시장에서 각광받는 제품과 앞으로 내놓을 상품 사이에서 비중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고, 현재 환경에서는 융합으로 넘어오면 제도적으로 제품에 대해 잘 정의가 되지 않으면 실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러한 배경과 어려움을 설명한 후 "융합제품을 선보이기 위해선 기술적인 융합에만 초점을 맞춰선 안 된다"며 "학술적으로 융합의 동인(動人)을 만들고 공급과 시장, 제도 등 3가지를 동시에 갖춰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태경 교수는 '융합기술혁신을 위한 산학협력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의견을 펼쳤다. 성 교수는 먼저 "융합기술에 있어 산·학·연의 협력이 중요한 이유는 기술의 복잡성이 커지기 때문"이라며 "특히 이미 다양한 형태의 융합연구를 수행하고 있고, 융합기술에 필요한 연구인력을 갖춘 대학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기초기반연구에서는 '인력양성형'이, 산업제품 부분에서는 '공동연구형'이, 제품화 단계에서는 창업과 조인트벤처 등 '벤처지원형'이 효과가 높을 것"으로 설명했다. 성 교수에 따르면 융합기술에 있어서도 합리적인 경제적 인센티브는 매우 중요하다. 그는 "산학협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전략적 산업협력단 운영 등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협력에 대한 합당한 경제적 인센티브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발표에 나선 이낙규 부장의 발표주제는 '신산업융합을 위한 활성화방안 및 정부의 역할'이었다. 이낙규 부장은 "융합이 개밥이 아닌 비빔밥이 되기 위해선 융합전문인력을 갖춰야 하고 국내 기업의 혁신역량이 높아야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여기에 매우 부족하다"며 "또 공공부문의 기술개발 성과를 체계적으로 산업화시킬 수 있는 체제가 없고, 관련 규제와 법 정비 또한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이 부장은 이어 "정부가 융합 신산업 창출과 육성을 위해 비전을 창출·제시하고 융합기반 R&D를 확대해 강한 추진력을 만들어야 한다"며 "규제를 정비하고 법제화해 융합제품을 내놓을 때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도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패널토론에서는 각 분야 전문가들의 산업융합 활성화 방안에 대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패널토론 후 김태일 국장은 "융복합 기술개발 사업은 굉장히 진행하기 어려운 과제"라며 "과제 공고를 하면 100개 중에 1개 정도만 융복합 비슷한 것을 내고 나머지는 다 관계 없는 것들이어서 정부사업평가에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어 "융복합 기술개발의 발굴 방법을 위한 아이디어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구체적인 사업으로 만들기 위해선 아웃라인 뿐 아니라 '하우(How)'에 대한 계획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의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패널 토론의 의견 정리>

▲패널토론에 나선 (왼쪽부터) 장준근 대표, 박방주 기자, 박유근 본부장, 김광선 회장,
김태일 기술혁신국장, 나경환 생산기술연구원장(좌장), 안진호 한양대 교수, 장석인
소장, 성태경 교수, 이낙규 부장.
ⓒ2010 HelloDD.com
◆ 장준근 나노엔텍 대표 : 제가 유일하게 산업체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참여했다. 벤처기업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융합기술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고 있다. 현장에서 융합산업들이 활성화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번째는 시간. 융합, 퓨전, 컨버전스 등을 많이 얘기하는데 많은 시도들을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결과를 내려고 한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우리 회사만 해도 이익을 내는데 9년이 걸렸다. 역량을 내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은 돈이다. 많은 지원제도들을 만들지만 그런 것들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여유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두번째, 사회적 관용이다. 저희 회사가 병원 밖에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해 태안에서 의료봉사를 했다. 하지만 현재 병원이 아닌 업체에서 그런 것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회사는 사업분야 분류에서 기술개발 전문기업 혹은 ‘기타 등등’에 속한다. 바이오도 아니고 반도체, 분석도 아니고, 의료기기도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처럼 '기타 등등'도 의미가 있어야 한다. 세번째, 무형자산의 권리가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 우리 논에 보이는 물건 뿐 아니라 사람들의 가치도 인정해 줘야 한다. 120개의 특허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부분들이 활성화된다면. 저희 사회가 새로운 기술을 가지고 새로운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부를 이루고 녹색성장을 이룰 수 있지 않은가 싶다.

◆ 안진호 한양대 교수 : 융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들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각 기술을 조합하고 통합하는 기술이 필요하지만. 기반기술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융합산업만 쫓지 말고, 그 산업의 기초원천이 되는 기반기술에 더 포커싱을 해야 롱텀을 우리에게 제공해 줄 수 있다. 융합산업이라는 것이 학문분야에는 있지 않은 것이다. 산업체 맞춤형 교육을 추진하기 보다는 기초역량 중심의 교육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며, 인력양성과 연구개발을 동시에 진행하고, 중소기업에 자체의 기술경쟁력을 학생들에게 노출을 시켜서 유인책으로 쓸 수 있도록 제시해주는 것이 대학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추구하는 일자리는 높은 연봉이 아니라 자아실현과 업무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비경제적인 보상도 큰 곳이라는 것도 감안을 해줘야 한다.

◆ 박유근 본부장 : 여러 가지 요소가 있겠지만 아이디어와 문화, 크게 두 개로 나눠봤다. 아이디어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혈당센서 휴대폰은 마켓 입장에서 고려를 못했다. 당뇨환자들이 그걸 쓰는 걸 꺼린다. '나는 당뇨환자다'라고 노출되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시장 중심에서의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문화로서 본 것은, 우리나라 문화가 수직적인 문화라서 융합이 잘 안 맞을 수 있다. 좀더 수평적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

◆ 박방주 기자 : 융합사회로 만들어가기 위해선 산학엽협회 뿐 아니라 대학사회, 개인 파트로서는 안 된다. 사회가 이렇게 같이 해서 한꺼번에 나가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은 것은 산업융합이라고 하면 산업규제가 다 걸린다. 이번 차제에 우리사회에 만연돼 있는 융합을 제어하고 있는 것들 백서를 만들어보자. 프로젝트로 하든 추진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 김광선 회장 : 산업적으로 수요를 리드하는 것도 좋겠습니다만 융합기술을 제대로 파악하는 중소기업이 얼마나 되겠는가. 산학연협회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2000여개 기업의 평균매출은 20억이다. 융합기술의 자기 분야의 트렌드를 과연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가. 융합기술을 쫓아갈 기술이 중소기업엔 안 돼있다고 본다. 인력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에 제대로 된 인력들이 가고 있는가. 여전히 대기업에 비해 60~70% 수준 임금에 업무환경도 열악하고 근무시간도 많다. 우리가 기술융합을 얘기하는데 그걸 뒷받침할 인력이 되어 있는가는 의문이다. 여러 가지 좋은 의견들 나왔는데 분명한 것은 시스템적으로 이런 걸 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최적화를 찾아낼 시스템을 찾아내야 하며 지속적으로 해서 시스템을 혁신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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